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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Mar 01. 2021

김원웅과 친일의 기준


일본의 만행은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난 아직도 과거사가 청산되지 않았다고 본다. 애국지사에 대한 예우를 더 갖추는 한편 우리의 문화와 역사, 제도 내 남아있는 일본의 잔재를 없애야 한다. 이 큰 줄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방법과 속도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독도나 위안부 문제, 화이트리스트 사태 등에 있어선 일본에게 질 수 없다. 외교력을 발휘해 사과를 받아야 한다. 반면 그렇다고 글로벌 시대에 일본을 무조건 배척하고 대화를 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와 현재, 역사와 실리를 모두 챙기는 방안을 여럿이서 오랫도록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나는 김원웅 광복회장이 3/1절 아침에 민주당 박용진 의원을 지목하며 "친일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 한 발언이 무척 쌔했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결정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등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하고, 안장 자격 상실시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친일파 파묘법이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이런 말을 한 거다. 난 이 파묘법에 찬성하지만, 이를 반대하고 이 법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언급하는 의견도 충분히 들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회장이 분명 대한민국 역사에 기여한 바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김 회장에게 친일의 기준을 정하고, 친일세력을 규정하며 낙인을 찍을 권리까지 주어진 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방법과 속도에 대해 논의해 봄직한 사안을 두고 본인의 생각이 진리인 양, 반대하면 친일이라는 폭력적인 논리로 세상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이 떠올랐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수년에 걸쳐 내놓은 결과도 아니고(그 결과를 두고도 일부 인사를 두고는 정말 친일파인가 말이 많기도 하다), 그저 말 한마디 했다고 친일로 몰고가는 김 회장이야말로 애국 혹은 광복을 바탕으로 자기 장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저런 방식의 마구잡이 찍어내기는 오히려 과거사 청산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진심으로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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