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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Feb 28. 2021

피식대학의 성공과 언론의 미래


유튜브 '피식대학'의 성공은 개그맨들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연기력에만 기인한 것이 아니다. 물론 TV 개그프로그램이 사라지면서 유튜브라는 멋진 신세계로 자리를 옮긴 프로 개그맨들은 '한사랑산악회' '05학번이즈백' 'B대면데이트' 등 코너마다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재들의 꼰대스럽지만 정겨운 모습, 초기 밀레니엄 당시 20대들의 생활 양식, 그리고 여성들이 극혐할 만한 소개팅남의 모습 등을 밉지않게, 재미있게 담은 꽁트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다. 


개그콘서트처럼 뚱뚱한 이를 포함한 소수자를 비하하거나 굳이 노골적인 좌편향 정치색을 담지 않아도, 모두에게 유명한 스타 개그맨이 나오지는 않아도, 노잼 유행어를 계속 반복하지 않아도 코로나19에 지친 이들에게 큰 웃음을 주는 좋은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피식대학 개그맨들은 열심히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다. 피식대학을 본 반응을 담은 영상마다 댓글을 달고,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수많은 팬들과 담소를 나눈다. 이들의 의견을 참고해 코너에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과거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처럼 일방향적인 웃음 전달이 아니고 모두가 재미있어하는 소재를 대중과 함께 찾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니 10대부터 60~70대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웃고 즐기는 컨텐츠가 나온다. '우리 아빠 진짜 저래' '10년전엔 저 바지가 진짜 유행했어' '아 저런 소개팅남 진짜 싫어' 하면서 빠져드는 것이다.     


어찌보면 언론도 컨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인데 피식대학과는 너무 다른 것 같다. 아직도 상명하복이 생명이다. 현장 얘기를 보고하면 '네가 뭘 알아' 하며 반영하지 않는다. 물론 오랜 경험을 거친 숙련된 이들의 판단이 맞는 경우가 훨씬 많겠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와 너무 동떨어진 의사소통이 이뤄진다. 


위계서열을 바꾸자는 게 아니고 뭔가 실시간으로 대화와 소통이 되고, 저연차 기자들도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거리낌없이 얘기하고 그게 의사결정에 반영이 되고 해야 지금과는 다른 컨텐츠가 나오지 않겠나. 그러니 고루한 언론사가 달라지고, 앞으로도 생존하려면 오히려 지금껏 에이스로 불리며 요직을 거쳐온 높은 분들의 '내가 옳아. 아니, 나만 옳아. 내가 해보니까 이랬어' 하는 생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요새는 이렇다고? 그래 옛날과는 다르네. 그래, 더 얘기해봐라' 하는 그런 선배가 필요하다.


재능을 타고난 개그맨들조차 저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하는데 언론사 혹은 방송사는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고여있는 계곡물이 되어가는 건 아닌지 고민된다. 말로는 변화와 혁신을 외치는데 내부 구조는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고 새로운 팀을 만들거나 온라인뉴스부에 사람을 더 보내고 땡이면서 달라지는 미디어 생태계에 적응하고 나아가 선도하라니.. 피식대학을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너무 부럽고 대단하고 멋져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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