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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5. 2019

먹방을 공격하는 정부에게


최근 '국가비만관리 종합대책'의 허접 스러움은 단순히 국가주의로 공격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더 심각하다. 비만을 유발하는 무궁무진하고 촘촘한 이유를 심도있게 성찰하는 대신 쉽게, 눈에 띄는 부분에만 책임을 덧씌우려는 무사안일주의가 낳은 폐해로 남을 것이다. 예전에 모 신문이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웹툰을 지목하고, 귀귀라는 작가에 대해 집중 포격을 가한 것과 묘하게 겹쳐진다. 헛발질의 주체가 의기양양하게 내두르는 발재간에 참 새우등이 터진다, 싶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가운데는 먹방을 보며 허기를 대신 달래는 이도 있다. 최근 BJ '입짧은햇님'이 간장게장 먹방을 했는데 댓글에는 "외국에 살고 있다. 게장을 너무 먹고싶은데 방송보면서 참 위로가 된다"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집에서 혼자 밥을 먹을때 주로 먹방을 본다. 누군가와 얘기하면서 같이 밥을 먹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BJ들이 시켜먹거나, 직접 방문하는 곳을 보면서 맛집도 알게 되고 요리법이나 맛있게 먹는 팁도 알 수 있다. 먹방의 '먹'자도 제대로 모르는 치들이 먹방이 왜 떴는지, 왜 인기를 구가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폭식을 조장한다고 함부로 말할 일이 아니다.  


마트에 가서 눈으로 보자. 몸에 좋고, 칼로리가 낮은 슈퍼푸드의 가격은 떡볶이나 튀김 따위보다 훨씬 더 비싸다. 과일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굳이 외국을 들먹이며 햄버거 등에 비만세를 붙이자는 얘기만 할 것이 아니다. 가난하면 뚱뚱하다는 무수한 연구결과가 말해주듯, 정크푸드의 값을 올릴게 아니고 슈퍼푸드의 값을 내릴 생각을 해야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데 돈이 없는데 그게 과연 가능한가. 



원재료 자체의 희귀함을 차치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비만 잡기에 도움이 될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번 대책에는 운동 얘기도 쏙 빠졌다. 아동 비만을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체육시간을 늘리고 내실화하는 것이다. 학벌주의 사회에서 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부처가 더 고민하고, 시스템과 사고방식부터 바꿔야 가능한 일이다. 이런 고민 한톨도 없이 먹방만 규제 or 감시한다고? 웃음밖에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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