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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5. 2019

경찰 불신


사건팀 기자 시절 가장 큰 의구심은 내가 경찰에게 취재한 내용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거였다. 물리적 제약으로 기자가 모든 현장에 갈 수 없으니 경찰에게 대신 정황이나 사연을 듣고 기사를 쓴다. 경찰은 내사 혹은 신고, 제보를 거쳐 피의자를 특정한다. 그의 진술을 토대로 현장을 방문한다. CCTV 등 증거를 입수해 사실 관계를 파악한다. 피의 사실이 입증될 경우 사건을 검찰로 넘긴다.


그러나 만약 진술이 거짓이라면? 수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거나 공무원의 무사안일주의가 반영된다면? 사건 발생 17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 '삼례 3인조 강도치사사건'이 보여주듯 경찰의 수사가 모두 진실은 아니다. 나도 경찰이 혐의가 분명하다며 발표한 자료를 받아썼다가 대법원가서 무죄가 나와 언론중재위원회에 간 경우도 있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고, 민중의 지팡이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경찰도 있지만 부패한 경찰도 있다. 뛰어난 수사력을 갖춘 이가 있다면 영민하지 못한 경찰도 있다. 그렇기에 권력 혹은 수사기관을 향한 감시의 안테나를 멈추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를 이룩한 원동력이 됐다. 경찰은 나쁜 사람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거르는 첫번째 수사기관이다. 이런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국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다만 그렇다고 경찰 자체를 불신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라디오에서 내뱉은 말을 들으며 놀랐다. 정치인을 표방하는 이가 뇌를 거치지 않고 말을 하면 안 된다. 신지예는 이수역 폭행사건 연루자의 첫 신체접촉은 여성이 남성의 손을 치면서 시작됐다는 경찰의 워딩과 관련해 "수사 결과가 아니라 그냥 어떤 한 경찰의 입장이다. 공식 결과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한 사람의 눈을 감싸 현실의 증거를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경찰이 CCTV를 통해 거듭 확인한 내용인데도.. 경찰이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가 이재명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결론을 내리자 김씨 측은 경찰의 추론일 뿐이라 반박했다. 경찰이 주장한 내용 중에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굳이 피해자 인권의 중요성을 가르치려 들 필요는 없다. 최후까지 피해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지만 빼박 증거가 나왔는데도 휘둘리는 것은 법과 제도를 모욕하는 행위다. 국민 신뢰 하락에 대한 경찰 내부의 자성은 너무 나간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함부로 내뱉는 저들의 의도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혐의를 숨기고 태연한 척 하기 위해 뚜렷한 증거도 없이 경찰을 농락하고, 수사를 폄하할 것이 아니다. 황당한 무임승차자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과분한 지위를 점유한 채 군인을 농락하고, 새벽까지 보초를 서는 전경의 눈꺼풀에 담긴 피곤함도 모르면서 치들이 함부로 나대는 작금의 사회를 인권선진국이라 무작정 자위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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