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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5. 2019

법무부 장관의 '나홀로 브리핑'



박상기 장관의 나홀로 브리핑 기사 댓글은 예상대로 매우 뻔했다. "기레기들 이명박 박근혜때는 받아주는 것만 적더니 난리가 났다"고 했다. 그들이 주로 근거로 드는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 탄핵 직전의 노트북 금지 차담회와 질문을 정해놓은 대통령 기자회견이다. 

이해가 간다. 기자단은 청와대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거절했어야 한다. 아무리 대통령 기자회견이 중요하고, 탄핵 당한 박근혜의 심정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고 해도 말이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오글거리는 말은 빼겠다. 난 기자가 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한다고 생각 안한다. 그냥 기사 쓰려고 물어보는거고, 내가 궁금해서 질문하는 거다. 

사실 박근혜는 몇 번의 대국민담화 때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자기 할 말만 하고 들어갔다. 최순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했던 사람이었다. 기자들이 아무리 저항해도 본인 말만 하겠다고 밀어부쳤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하는 말을 기사로 쓰지 않고, 보이콧 한다고?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데? 일견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대통령의 경우 정부와 권력이 거는 조건을 어느정도 받아들여야 만날 수 있는 기회라도 생긴다.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기내간담회에서 "국내 현안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 한 것처럼. 경중이야 다르겠지만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 정권 당시의 일부 기자회견과 차담회를 가지고 정권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쓴 기레기들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선 기자들이 BBK 특검에 대한 입장과 출석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기도 했다. 두 정권 당시에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을 두고 지적하고 비판하는 기사는 무수했다. 잘 모르니까 일부만 보고 그러려니 하고 마는데 그냥 말이 잘 안통하는 것 같다.



몇개의 편파적인 근거를 들이밀며 전 정권에서 그랬으니 이번에도 나대지 말고 정부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라는 폭력적인 결론을 주장하는 치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심한 논리에 혀를 차게 된다. 기관장은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돌보는 자리다. 모든 국민을 만나서 이야기와 질문을 들을 수 있으니 본의 아니게 기자들을 놓고 얘기를 듣고 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비정상이었고 이번 정부 들어와서 모든게 정상화 됐다. 자유로운 질답과 허심탄회한 논의가 가능한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니 일부가 자꾸 전 정권과 비교하는 물타기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덧. 법무부 산하에 만들어져 지난 1년 6개월간 무수한 논란을 낳은 과거사위원회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법무부의 수장이 질문을 받지 않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방식인지. 뭐가 부끄럽고 찔리는 것인지. 지지자들은 자꾸 박근혜 좀 그만 들먹이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런 치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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