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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5. 2019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유감


얼마 전 'KBS 저널리즘 J'라는 해괴한 영상물을 시청하며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KBS가 도대체 뭔데 나서서 타사를 난도질하며 한국 기자들의 현실을 개탄하고, 또 사과하고, 나아가 한국형 저널리즘의 미래를 논하는가? 시청률 1위, 기자 수 1위, 영향력 1위라고 속 편히 넘겨짚기엔 KBS는 기사/컨텐츠의 질에서 타 언론과 다를 바가 없다. 가끔은 더 심하다. KBS의 현재 지위는 국가기간방송사로서 수십년간 누려온 혜택과 환경 덕이지, 취재 시스템이 우수하거나 선진화 돼서 1등이 된 게 아니다. 언론 대표랍시고 그동안 없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신나하는 꼴이 퍽 우스워서 한마디 남긴다.


대통령 기내간담회를 논한 최근 방송은 그냥 전파 낭비이자 내 수신료를 허공에 뿌리는 참사 수준이었다. 정준희 중앙대 신방과 교수는 "기자들이 대통령으로부터 쉬운 질문부터 시작해서 어려운 질문으로 가야했다. 시간을 잘 활용해야 했다"고 했는데 기내간담회 풀은 보고 입 여시는 건지. 문재인 대통령은 순방 관련 소회를 밝힌 직후 외교현안 외의 국내 문제는 질문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진 질문 세개는 한미 현안과 북한 비핵화 등 외교 얘기였다. 사실 뻔한 얘기였다.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인데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할 말이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국내에선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 사태가 터졌고, 자영업자 등 경제 문제가 한창 이슈화 될 타이밍이었다(특감반 단독은 심지어 KBS가 했다). 청와대 측에서 미리 기자들에게 국내 질문 하지 말라고 공지한 것도 아니다. 순방을 가지 않은 청와대 기자들도 대통령께서 페이스북에 남기신 "정의로운 나라를 이루겠다"는 워딩의 함의를 궁금해했다. 굳이 기레기들의 궁금증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취재 테크닉을 운운하는 정준희 교수의 깊이가 한없이 가벼워보이는 것이다.  


정준희씨는 교수의 자질이 의심된다. 소위 얘기가 되는 국내현안을 기자들이 자꾸 물어본 것에 대해 '본인이 준비해온 질문만 하는' 한국 기자들의 한계라고 단정하셨다. 부디 제발 대변인이나 수석 백블에 한번이라도 오셔서 엉덩이 붙이고 감상하시기 바란다. 얼마나 치열하고 수십개에 달하는 질답이 쏟아지는지. 저런 책상물림이 교수 자리를 꿰차고 언론과 저널리즘을 공영방송에서 설파하는 거 부터가 나라망조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KBS 기자는 왜 방송 내내 현장은 1도 모르는 나부랭이들에게 사과를 하고 해명을 해야만 하는지. 보고 있기가 괴롭다. 일부는 말한다. 이명박 박근혜 때는 입닫다가 지금에서야 난리친다고. 증거를 가져오세요 제발. 계속 언론을 피하다가 기자들의 끈질긴 요청에 결국 노트북 반입을 금지한 채 간담회를 한 박근혜 때보다는 훨씬 언론환경이 좋아진건 맞다. 그러나 환경을 떠나 언제든 언론은 정권을 조졌고, 또 때로는 함께하며 견제+공생을 반복했다.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기자 개인의 SNS 찾아 욕설을 도배하는 행태가 과연 정의롭고 정당한 행위인가 되묻고 싶다.



난 내가 너무나 하고 싶던 기자생활을 떳떳하게 하고 있다. 누구에게도 미안하지 않고, 쪽팔리지 않다. 부족하지만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사라지는 순간 기자를 그만둘거다. 대기업에 비해 월급도 적고 욕만 먹고 스트레스로 건강은 계속 나빠지는 데 그래도 재밌어서, 보람차서 다니는 거다. 그거 하나로 버티는 거다. 그런데 자꾸 이렇게 되도 않은 프로그램(심지어 저널리즘J의 전 패널 중 한명은 현재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에서 삽소리를 해대는 게 원통하고 안타깝고, 분하다. 분명 현재 제도권 언론은 문제가 많고, 개선해야겠지만 이런 식으로 머리 텅텅빈 이들이 감놔라 배추놔라 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저널리즘 J의 빠른 폐지가 오히려 편향되지 않은 언론환경 정립에 도움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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