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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ug 31. 2019

가짜뉴스라는 허상


요새는 뭐 만하면 '가짜뉴스'라 비판하는 시대가 됐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을 두고 여당은 "대부분 가짜뉴스"라며 공분한다. 근데 한가지 묻고 싶다. 도대체 어디가 가짜뉴스라는 것인지? 조국 후보자 딸이 단국대에서 2주간 인턴을 하며 논문 1저자로 등재된 것은 '팩트'다. 고려대 입시에 그 논문이 어느정도 비중으로 쓰였는지는 향후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대중과 청년들이 분노하는 건 민주당이 애써 포장하는 가짜뉴스 가능성이 높은 부분-사모펀드나 웅동학원-이 아니고 1차적으로는 조 후보자 딸의 논문 1저자 등재 논란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와대와 여당의 가짜뉴스 드립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뉴스를 허위라 치부하고 탄압하는 5공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다. 가짜뉴스의 기준이 애매한 상황에서 정부는 '가짜뉴스 척결'만 외치지 말고 당당하게 해명할건 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며 사실과 틀린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 맞다. '이현령비현령'이 생각나는 가짜뉴스 정국이 왔다.


사실 가짜뉴스 신드롬은 2019년 현재 갑자기 생겨난 일은 아니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역사학자로 유명한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은 6세기 비잔틴 제국의 역사학자 '프로코피우스'의 저작인 '비밀 역사'를 가짜뉴스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프로코피우스는 당시 유스티니아누스(Justinianus) 황제와 관련한 숨겨진 내용을 

기록하고 비난하는 내용을 저서에 담았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제이콥 솔'은 가짜뉴스의 기원을 1475년으로 추정한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수많은 무고한 유태인들이 체포돼 고문을 당한 사건의 배경에 트렌토에서 실종된 유아가 유태인에게 납치되어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허위 사실 보도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문자가 발명된 시기 이후부터 가짜뉴스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다. 이게 문제가 된 것은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정보가 순식간에 퍼지는 환경 탓이 크다. 



#가짜뉴스의 정의

통상 가짜 뉴스는 정치적·경제적 목적으로 뉴스 형식을 차용하여 만들어 낸 허위 및거짓 정보를 의미한다.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없어서 애매하다. 정치적·경제적 극화가 심화된 현 상황에서 가짜 뉴스를 정의한다는 것은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불명료한 만큼 매우 어려운 상황이 맞다. 


가짜뉴스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풍자일수도 있고 기사와 유사한 형태로 전달된, 매우 정교하게 조작된 정보 또는 뉴 옐로우 저널리즘이라고도 불린다. 광의로서 가짜뉴스는 클릭을 유도할 목적으로 왜곡되고, 탈맥락화 된, 또는 의심스러운 정보(또는 광고)를 기사의 내용상의 사실을 반영하지도 않는 제목이 달리거나 특정한 의견에 치우쳐져 (은밀하게 편견이 담겨) 유통되는 정보를 의미한다. 협의로서의 가짜뉴스는 완전히 조작되거나 날조된 정보를 뜻하는 경우도 있다. 


가짜뉴스를 조작성, 의도성, 형식성, 스트레이스성 요인으로 나누는 전문가도 있다. 가짜뉴스는 특정의 인물이나 조직을 겨냥해 가치를 훼손하려는 의도에서 조작되는 경우가 많다. 기사형식을 취해 독자나 시민들을 선동하기도 한다. 흥미성과 상업성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결국 가짜뉴스란 기사형식으로 전달되는 조작된 허위 또는 기만적 정보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가짜뉴스는 여러 유형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 가짜뉴스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회적 합의에 의한 기준 마련없이 여러 페이크뉴스의 유형과 유사한 개념들을 혼동해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재미를 위한 유머형 가짜뉴스가 있겠다. 만우절에 우리가 흔히하는 거짓말 개념이다. 수익형 가짜뉴스도 있다. 언론사들이 광고를 수주받고 홍보하는 내용을 기사처럼 쓰는 식이다. 이는 형식상 '가짜'라고 할 수있겠다. 기만형 가짜뉴스는 특정 세력이 누군가를 음해하기 위해 찌라시 형태로 배포하는 경우다. 봇(bot)들이 자동 작성하고 전파하는 가짜 뉴스도 점차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짜뉴스와 헷갈리는 개념들도 많다. 풍자와 거짓말, 정치적선동(프로파간다), 루머와 오보 등이 여기에 속한다. 특히 오보의 경우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취재 부족이나 미스로 오보를 쓸 경우 가짜뉴스라고 보기 애매하다는 의도가 있다. 특정 세력이나 정치 부류를 공격하기 위해 일부러 알면서도 오보를 쓴다면 가짜뉴스로 볼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확하게 마련된 기준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가짜뉴스, 어떻게 퍼지나


정보로서 콘텐츠 생산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가짜 뉴스도 빠른속도로 퍼지고 있다. 누구나 다양한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뉴스들이 SNS를 통해 소비되다보니 어떤 언론사가 맨 처음 보도했는지, 과연 언론사가 보도한게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정보를 얻기보다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댓글등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전통적인 언론매체의 위상이 떨어지고, 짤방이나 합성이 간편해지면서 '아니면 말고'식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층이 점차 넓어지는 형국이다.


특히 가짜뉴스는 이를 사실로 착각해 기성 언론이 추가 확인 없이 보도에 이용하거나 정치인 등이 자신에 유리한 페이크뉴스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배포할 때 그 파급력이 더욱 강해진다.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지 않고 주요 언론사가 이를 인용하여 보도하거나,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이 이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사용하거나 리트윗 등 공유행위를 함으로써 이용자들은 ‘사실 인증’을 받은 것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톡을 위한 지라시나 짤방을 자주 공유하는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보가 가짜뉴스 형태로 유통될 경우 의견에 대한 근거로 무차별적인 유포를 하는 경우가 잦다.



#청와대가 보는 가짜뉴스의 폐해


청와대도 가짜뉴스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미·중 무역 갈등에 일본의 경제보복까지 더해져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며 “정부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 과장된 전망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 갈등 국면에서 가짜뉴스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는대로 가짜뉴스 대응안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8일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을 부당하게 또는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적극 설명해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신문의 날 기념 축하연에서 “가짜뉴스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심각한 도전”이라 평가했고, 지난 6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지난 2년 간 남북 관계에 진전이 없다’는 지적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포함해 올 한해 공식석상에서 4차례나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가짜뉴스를 사회 통합의 중대한 걸림돌로 보고 대응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4월 청와대 내 허위조작정보 대응팀 구성을 지시했고, 긍정적인 경제 지표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방안 마련도 주문했다. 청와대는 노 실장의 지시에 따라 홍보기획비서관실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어 가짜뉴스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정보가 가짜뉴스에 해당하는 지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노 실장이 지난 6월부터 자신의 페이스북에 좋은 경제 지표를 올리고 있는 것도 가짜뉴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청와대는 향후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짤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방통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우려도 청와대 내부에서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지수사를 하는 곳이 아니라 신고가 들어와야 조사를 벌일 수 있다. 결국 가짜뉴스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게 많지 않다”며 “명예훼손의 경우 현행법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가짜뉴스 카테고리로 처벌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청와대는 다른 나라의 가짜뉴스 대책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특히 독일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 기업이 증오가 담긴 언급을 신속히 제거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 정부가 만든 법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나치 이데올로기를 포함해 증오가 담긴 표현 등 금지된 내용을 24시간 이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79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다만 독일의 경우를 한국에 접목시키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가짜뉴스가 아니라 히틀러나 인종 차별 발언 등을 금지하고 있다. 굳이 유튜브나 페이스북 뿐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에서 혐오 발언을 없애자는 조치”라며 “꼭 가짜뉴스를 규제하자는 게 아니라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가짜뉴스, 분명 문제지만 규제는 글쎄..


러시아 외무부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CNN과 BBC, 가디언, 뉴욕타임즈 등을 가짜 뉴스라고 규정해 게재해 놓고 있다. 대부분 사실을 담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내용들이지만 러시아에게 불리한 기사들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사실 여부를 검증하고 내용을 확인시켜 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신의한수' 등 일부 보수 유튜브가 인기 몰이를 위해 허무맹랑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빈대(일부 극우 유튜버)를 잡겠다고 초가삼간(표현의 자유, 인터넷의 자유)을 태우는 것은 더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명확한 기준과 체계를 잡기 전까지는 정부가 억울하더라도 각자의 플랫폼을 통해 왜곡된 정보를 수정하고,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 맞다. 국가가 민간의 정보 유통에 개입하는 순간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관제로 흐르는걸 막기는 어려울 터다.


지난 8월 28일 오후 네이버와 다음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가짜뉴스 아웃’이 상위권에 오른 것을 보고 다시한번 느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에,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네티즌들이 ‘가짜뉴스’를 문제 삼고 나서면서 가짜뉴스 문제가 다시한번 수면위로 올랐다.


그러나 현행법상 처벌도 쉽지 않다. 국회에서는 20대 들어 김관영 의원(바른미래당), 안호영 의원(민주당), 송희경·강효상·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 박광온 의원(민주당) 등이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법안을 내놨다. 관련 법안들은 아직 상임위에 계류중인데, 통과가 쉽지 않을 분위기다. 일부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가짜뉴스를 조정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최근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을 겨냥한 중국 정부의 허위정보 선전전에 연루된 온라인 계정들을 차단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가짜계정 차단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자사 정책에 반하는 글과 사진, 동영상을 검토하기 위해 수천명의 인력을 신규 고용했다. 트위터는 AI를 활용해 게시물 선별 작업을 벌이는 한편 특정 국가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관영매체를 통해 내는 광고도 싣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렇듯 가짜뉴스 규제는 법적 근거 마련을 기다리며 언론과 매체,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자정에 나서야 할 일이다. 국가가 나서 정보 유통해 조금이라도 개입할 여지를 보일 필요가 하등 없다.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면 당사자나 단체가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청구를 통해 국가형벌권의 보호를 받으면 된다. 국가가 나서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위축 뿐 아니라 정보에 대한 여론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중대한 위협이 될수 있다. 아무쪼록 청와대와 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했으면 한다. 국정방향에 대한 철학과 국정운영 관련 자신감이 있다면 굳이 가짜뉴스 하나에 일희일비 할 게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런 뉴스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로 똑똑하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드는 선택을 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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