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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ug 28. 2021

법무부 직원은 왜 무릎을 꿇었나


강성국 법무부차관의 갑질 의전이 논란이 되고 있나보다. 아프간인들이 머무를 국가인재개발원 정문 앞에서 그들의 체류계획을 발표했는데 비가 쏟아지는데 보좌진이 무릎을 꿇은 채로 강 차관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강 차관은 결국 사과했다.

 

현장 상황이 눈 앞에 그려진다. 코로나 땜에 실내행사는 안 되고, 비는 억수로 오는데 옆에서 직원이 우산을 들고있자니 그림이 안나와서 취재진이 '어이 비켜요' 소리쳤을테고 (법무부도 비슷하게 해명했다), 직원은 우물쭈물하다가 무릎을 꿇었을거다. 링크한 현장 영상보니까 기자가 소리친게 맞네.


https://www.youtube.com/watch?v=a4hCBnDIPiE


바지까지 적시며 장관 보좌라는 자신의 역할을 다한 참모는 현재의 갑질 논란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코로나 상황이고 비도 오는데 굳이 현장서 블핑을 했어야 했나, 경이로운 성과를 거뒀어도 굳이 공항이나 인재개발원까지 가서 저럴 필요가 있나 싶지만 이 사진을 오롯이 부처 내부의 경직된 분위기로 해석할 순 없을 듯 하다. 제 몫을 120% 해낸 저 직원이 마음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울러 본인들이 직원에게 비키라고 해놓고선 정작 법무부쪽을 지적하는 취재진도 좀 웃기긴 하다. 옆에 서 있지 않으면 무릎꿇는 것 이외에 앵글에서 사라질 방법이 없는데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가. 한 기자가 앉으라고 소리치고, 다른 기자는 참모의 무릎꿇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꼭 이래야만 하나"라는 제목으로 올렸다. 원인을 제공하고 쏙 빠지는 모습이다. 근데 사실 기자도 최선의 사진과 영상을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그랬을테고, 따지고 보면 모두가 잘못한 건 아닌데 결국 괴이한 사진 한장이 남아 버렸다. 


장관이 미국의 고관대작처럼 스스로 우산을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우리 문화상 그런 경우가 많지 않고 취재진도 그림상 원하지 않았을 거다. 관행을 포함한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12625469


여담으로, 카메라나 사진 기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많은데 무조건 뒤에서 소리를 친다. 기자회견장에서 잠깐 전화받으러 나갈라치면 "어이 비켜" 이런 반말뿐 아니라 쌍욕도 한다. 이해는 한다. 순간을 놓치면 낙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아는데 사실 본인들만 일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취재기자는 취재기자대로 일을 해야 하고, 그들도 마찬가지인데 타사인데도 연차가 높다고 반말 찍찍 내뱉고 소리치는 건 몰상식하지 않나 싶다. 공무원들에게도 심하게 질책하는 모습을 여러번 봤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지금 21세기에.


토 나오는 사진


비슷한 소란 하나가 더 있었다. 아프간인들의 귀국 모습을 취재하러 공항으로 간 기자들에게 법무부 측에서 박범계 장관이 아프간 사람들을 환영하며 인형을 나눠주는 모습만 찍으라고 한 것이다. 공항에 간 기자들은 법무부 출입 기자만 있는 게 아니고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일부만 갔기때문에 아프간인들에 초점을 맞춰서 취재중이었는데 박 장관의 아름답고 상냥한 모습을 취재하라 엄포를 놨다고 한다. 아니 지금 시대가 어느땐데 고작 장관 따위 취재하라고 이 난리들이여? 따지고 보면 기적의 이송작전을 성공시킨 건 외교부와 국방부인데 법무부가 어딜 끼어들려고? 박범계의 "입국하는 아프간인들 말고 그들에게 인형 나눠주는 나부터 찍어주세요" 쇼는 실드의 여지가 없으나, 적어도 우산갑질 논란은 좀 정상참작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냥 한마디만 보태자면 '홍보도 정도껏 하라'가 되겠다. 우리 정부에 협조한 아프간인들을 사고없이 국내로 이송한 건 정말 작전명대로 기적(미라클)이었다만 일주일 내내 청와대 뿐 아니라 모든 부처가 숟가락을 얹고 난리를 치니 진정성이 의심될 수준이다.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국민들은 다 알아준다. 자화자찬은 제발 이번주까지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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