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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Sep 29. 2021

곽상도와 50억, 그리고 오징어 게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 곽모씨는 올해 31세다. 그는 25세인 2015년 화천대유에 입사해 약 5년 9개월간 일한 뒤 퇴직했다. 그리고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 세금을 제외하면 28억이다. 곽씨는 아빠의 권유로 화천대유에 들어갔다. 그는 "아버지께서 누군가가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는데 사람을 구한다고 하니 생각이 있으면 한번 알아보라고 했다"고 했다.


곽 의원은 아들이 수령한 천문학적인 퇴직금을 두고 “회사가 천문학적 돈을 벌어서 직원한테 돈을 준 건데 어쩌겠나”라고 했다. 그의 아들도 “일 열심히 하고, 몸 상해서 돈을 벌었다”고 했다.


31세 청년이 6년 일한 대가로 50억원을 받는 행위는 비정상적이다. 곽씨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다만 그가 현직 국회의원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파격 대우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곽상도 의원은 평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씨의 특혜 논란을 집요하게 제기해온 인물이다. 정치적 선호도를 다 떠나서 지 자식은 그렇게 특혜를 받아놓고 남의 자식 욕만 해왔던 거다. 매일 지치고 힘들게 간신히 취업을 하고, 사회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우리 2030세대를 기만한 거다. 그런데도 화천대유라는 시스템을 공격한다. 누릴거 다 누려놓고선 자신들은 문제없다고 발뺌한다. 쌍욕이 안나올 수가 없다. 


이번 곽상도 아들 사태를 목도하며 먼저 느낀 것은 언론이 이재명 후보와 관련해 화천대유 의혹을 파지 않았다면 곽상도의 아들은 평생 떵떵거리며 잘 살았을 것이다.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니 마니 하며 언론개혁 아무리 외쳐도 언론이 본연의 권력감시 기능을 잃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 이런 개같은 경우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권력자와 기득권들은 아슬아슬하게 법망을 피해가며 자식에게 부당한 이득을 대물림하고 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그래도 좋은 날이 올거라고 믿었는데, 누구는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쉽게 목표를 이루고 남들이 오르지도 못할 곳에서 일찍부터 행복하게 사는 것이 너무너무 짜증이 난다. 민주화를 이뤄낸지도 수십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우리는 이렇게 불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있을까. 대통령이 그렇게 공정과 정의를 외쳤는데 왜 달라지지 않는가. 


곽 의원의 아들은 자신을 두고 "너무나도 치열하게 설계된 오징어게임 속 말일 뿐"이라고 했다. 살인게임의 주최자 편에 있는 사람이 이득은 다 취해놓고선 자신을 게임 참가자라고 코스프레하는 기가 막힌 세상이다. 진심으로, 퇴직금 지급 과정에서 곽상도가 개입했는지 아니면 화천대유가 알아서 긴 건지, 곽상도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낸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 판단했는지 종합적으로 수사해서 돈 다 토해내게 했으면 좋겠다. 권력자의 아들로 태어난 값이라면 그냥 조용히 죄송하다고 하면 될 것을 뭐가 저렇게 당당하고 억울하지? 진짜 너무 떄리고 싶어 미치겠다. 그리고 이번 곽상도 아들 사태를 보면서 본인의 아들 딸 지인을 여기저기 꽂아넣은 치들이 두렵고 무서워서 심장을 부여잡고 밤에 잠을 못자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언론도 언론중재법 따위에 굴하지 않고 더 공격적으로 취재를 해야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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