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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Nov 21. 2021

탁현민이라는 사람


탁현민은 대한민국 청와대 의전비서관이다. 의전이란 각종행사 등에서 행해지는 예법으로, 틀을 갖춘 조직단위, 국가, 또는 국제 간의 공식적 관계에 적용하는 예절이다. 탁현민은 대한민국의 최고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며 각종 국내외 행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1부속비서관과 더불어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래 대통령과 대면하기에 실세 비서관이라고 불린다.  


그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합류한 이후 부터 청와대 행사는 전임 정부들과 비교할 때 상전벽해급으로 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수 박효신의 노래가 행사 음악으로 쓰인다든지, 젊은 가수나 연예인들도 대통령 행사에 많이 참석했다.


행사의 의미와 디테일에 방점을 두는 경향도 생겼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마주한 테이블의 폭은 2018mm였다. 남북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2018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았다. 무수히 많은 행사에 이런 디테일이 접목됐다. 대부분 탁현민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지휘로 딱딱했던 대통령 행사가 친근해졌고 감성적인 면모가 부각됐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 앉아 그가 기획한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기사를 쓰기위해 보던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탁현민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과 심미안이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다. 참 뛰어난 공연기획자다 싶다.



그런 그는 왜 이렇게 욕을 먹을까. 야당 혹은 보수언론의 애먼 트집으로만 치부하기엔 그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가 않는다. 과거 여성을 상품화한 그의 저서가 논란을 낳았고, 최근에는 대통령 순방 암호명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려 비판이 쇄도했다.


그는 2년전 MBC 국민과의 대화 행사 이후 한 라디오에 출연했다. 당시 그는 잠시 청을 나가 대통령 행사기획자문위원이라는 명예직을 맡고 잇었다. 그는 "내가 청와대에 있었다면 ‘국민과의 대화’ 연출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소통의 총량이 적지 않고 대통령이 생각하시는 바를 언제든 국민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는데, 이렇게 또 ‘국민과의 대화’를 별도의 시간을 내서 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직까지 제가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탁현민이 자신이 주도하지 않은 행사를 폄하했다며 비판하는 여론이 많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나 발언이 지적받을 때 단 한번도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다. 매번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아무것도 아닌걸로 시비를 거냐는 식으로 반응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분이 풀리지 않으면 라디오에 직접 출연해 항변한다.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일만 했던 전임 의전비서관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가 솔직한 걸까. 아니면 대통령 측근이라 자기 주장에 거침이 없는 걸까. 어느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청와대를 나갔다가 의전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이후부터 그를 둘러싸고 "어느 행사를 참 잘 소화헀더라"는 칭찬 대신 "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더라"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탁현민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자신이 또 이번행사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담은 사진과 글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그의 홍보 마인드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얼마나 힘들고 고되겠는가. 그런데도 의전을 지적하는 기사가 가끔 나오고, 전후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적하니 견디기 지쳤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음해도 요새 얼마나 많은가.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의 참모는 입이 무거워야한다.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여과없이 공개석상에서 밝히고 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와대 참모들은 다들 이런 사실을 잘 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참모들에게 SNS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라디오에 출연해서 의견을 밝히는 것도 현재 박수현 소통수석, 이철희 정무수석 뿐이다. 사적인 의견도 청와대의 입장처럼 나가니 다들 몸을 낮추고 자신을 감추는 것이다. 참모의 숙명이자 의무다.


대통령의 입장이나 청와대의 발표는 소통수석실의 조율을 거쳐 국민과 언론에게 전파된다. 불확실한 정보가 중간에 새거나 개인 참모의 주장이 국가 정책처럼 포장되면 수많은 국민이 피해를 본다. 그럼에도 탁현민은 자신이 순방 도중 찍은 대통령 사진 등을 계속 자신의 SNS에 올리고 있다. 그가 행사에 감성적인 요소를 접목해서 보여주기 의전의 대명사로 비판받는 게 아니다. 자신의 업적과 치적, 고생과 노고를 과도하게 세일즈해서 그런 것이다. 청와대의 공보시스템을 통해 정제된 형태로 전달하면 되는데 개인적 감정과 감성으로 사안을 뜬금없이 올려서 욕 먹는 것이다.


그는 오늘 한 언론을 향해 "자신에게 관심쏟지 말고 의미있는 일에 매진하라"고 일갈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스스로 자신의 업무와 성과를 포장하고 관심받으려고 하면서 관심을 주면 또 아니라고 발끈한다. 난 정말 살면서 이런 입체적인 인간상을 보지 못했다. 그가 대통령을 얼마나 좋아하고 아끼고 또 열심히 일하는지 알지만, 이따금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왜 다른 참모들처럼 인정욕구를 내려놓지 못하는 걸까. 피할수 있는 논란과 시비를 스스로 생산하고 이를 지적하면 발끈하며 김어준 주진우 라디오에 나가 신나게 항변하는 그를 보며 다른 비서관 행정관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나라를 위해 영혼을 갈아 일하는건 모두가 똑같은 마음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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