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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Apr 18. 2022

굳이 정호영을 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이력을 보다 보면 그의 생활이 어렴풋이 그려진다. 경북지방 의료계를 주름잡는 왕의 모습. 견제와 균형없이 지역에서 거칠것 없는 의료 권력을 누리던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의 등등한 기세가 느껴진다. 사실 무분별한 언론의 단독 경쟁도 문제겠지만 그가 살아온 삶이 온 국민 앞에 드러나는 모습은 좀 통쾌하다. 


그는 1985년 경북대병원 인턴에서 시작해 2017년 8월 병원장을 거쳐 복지부 장관의 문턱까지 올라왔다. 37년간 경북대병원에 몸 담았다. 그의 두 자녀는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심사과정에는 아버지와 수년간 같이 일했던 의사들이 참여했다. 


정 후보자의 딸은 편입 구술 평가 3고사실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해당 고사실 심사위원 3명은 당시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태인 교수 및 정 후보자와 논문을 함께 집필한 공저자 두 명이었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아버지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을 맡고 있던 시절 병원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그의 아들은 병역 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5년만에 척추협착으로 사회복무요원인 4급이 됐는데 그 증명서를 경북대병원에서 발급 받았다. 그는 공무출장을 명목으로 수차례 미국행에 올랐는데 알고보니 경북대 의대 동창회였다.


그를 둘러싼 모든 논란이 경북대병원에서 시작한다. 그가 평생을 바친 삶의 터전이다. 인턴으로 시작해 병원장을 지낸 정호영의 인생이 담겨있는 곳이다. 너무 편하고 익숙해서 찝찝함과 염치도 잊어버린 듯하다. "정 후보자는 아버지가 해당 병원에 있다고 자녀들이 그 다른 병원을 가야 하느냐. 아빠가 있는 병원을 오고 싶어하지 않았겠느냐"고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경북대병원을 쥐고 흔들수 있는 사람이 편입학 과정이 공정했다고 외치니 와닿지가 않는다. 그러니 국민들이 뻔뻔한 그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으니 말이 좀 조심스럽긴 하다. 지역균형발전도 분명 필요하다. 지방을 은근 무시하는 서울 사람들의 한심한 작태도 문제다. 다만 정 후보자의 저 자신감이 지역 유지로서 살아온 그의 삶에서 비롯된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한 마디만 하면 모두가 굽신대고, 쓴소리와 조언 따위 듣지 않고 오랫동안 경북대병원 위에 군림해온 환경이 그를 오만한 꼰대로 만든 것 같다. 그러니 그로서도 언론의 융단 폭격이 낯설고 황당할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없다, 관행이었고 나는 떳떳하다는 말. 조국 사태 때 민주당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논리 아닌가. 정 후보자는 이와 비슷한 논리로 자신은 문제없다고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두 자녀를 자신이 40년 가까이 일한 병원으로 데려오는 이에게 복지와 보건 정책을 맡길 수가 있겠는가. 그가 자녀에게 했던 것처럼 그와 친하거나 정부와 가까운 이에게 의료 특혜를 줄 것 같다는 우려가 생긴다. 우물 안 개구리에게 너무 큰 중책을 맡기는 꼴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자신이 자녀의 편입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해명하면 끝인가? 애초에 공직을 원했다면 국민 눈에 부적절하게 보일 수 있는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누가 처음부터 법적인 문제를 건드렸나. 두 자녀가 의사 아빠를 두지 않았다면 누릴 수 없었던 헤택들이 계속 드러나는데 저렇게 "청문회에서 소명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있게 말하는 것은 그의 뒤에 윤 당선인이 있기 때문일 터다. 



나는 진심으로 정 후보자가 의료계에 무슨 공을 세웠는지 궁금하다. 그의 인사청문자료를 수백번 훑어봤는데 경북대 병원에서 일한 것 빼고는 보이지가 않는다. 대구 지역 위암 수술의 달인인 것을 제외하면 의료계 발전과 의료 격차 해소, 의료의 질 향상 등에 대한 활동과 고민 등이 그의 삶에서 보이지가 않는다. 


그러니 언론도 쓸 게 없어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 윤 당선인의 절친이자 당선인이 힘들 때 소주를 기울이는 사이라는, 이딴 말도 안 되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이다. 아니 지금 윤석열 절친 콘테스트도 아니고 코로나19 시대를 마무리하고 일상회복을 준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보건복지의 수장을 뽑아야 하지 않나. 그렇게 문재인정부의 인사 5대 원칙, 7대 원칙을 비판했던 윤 당선인이 도무지 알수 없는 기준의 인사로 정부 출범 전부터 국민 마음에 대못을 박고 있으니 황당할 뿐이다.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를 두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는 좀 다르다고 필사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표창장 위조 등의 불법적 요소는 없다는 것이다. 근데 그것도 검찰 수사를 받아봐야 아는 일이다. 입시 비리 뿐 아니라 병역 등 국민적 역린까지 건드렸는데 다 언론 탓이고, 문제가 없다고 오히려 항변하는 저런 사람을 대한민국 공직자로 맞이해야 하는 것인가. 


그 많은 훌륭한 의사와 전문가 중에 굳이 대놓고 정 후보자를 고르고, 법무부 장관에는 최측근 한동훈을 지명한 윤 당선인을 보면서 그냥 큰 기대를 접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해 오만했던 민주당에 정신을 차리게 해준 역할 정도만으로 만족해야 하나 싶다. 조금 안타깝다. 고집만 조금 꺾었어도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을. 정 후보자는 하루 빨리 사퇴하고 그의 정신적 고향인 경북대병원에서 행복하게 떵떵거리며 사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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