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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n 15. 2023

주목받는 삶


이영지나 비비, 지올팍과 같은 이른바 Z세대 연예인을 보며 느낀 바가 있다. 어쩌면 타고난 재능을 더 갈고 닦던 와중에 우연히 좋은 기회를 잡았으리라. 그들 특유의 매력으로 대중을 좌지우지 하고 인스타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인기를 더 끌어올렸다. 모두의 관심을 받으며 어린나이에도 승승장구하는 저들이 부럽다고 생각했다. 이영지가 만든 굿즈가 순식간에 1억원 어치가 팔리고, 비비가 작사한 아이돌의 곡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걸 보면서 참 다른 세상이다 싶었다. 


내가 죽을때까지 돈을 벌어도 그들이 1년에 버는 돈도 못 벌 수도 있을 듯 싶다.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그들의 행보가 참 화려해 괜히 기가 죽었다. 아마 운과 노력이 함께 따라줬을 테다.


나는 평범해지고 싶었다. 남들 처럼만 살고 싶었다.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초중고 나오고 좋은 대학을 가서 군대를 다녀와서 바로 취업하고 그렇게 늙어가고 싶었다. 이름있는 기업, 더 큰 회사에 가서 더 많은 돈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그런 뻔한 삶조차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미디어라는 거대한 자본을 힘입고 저런 천재들이 음악계와 영화계, 예능계까지 접수하며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니 뻔하지 않은 삶, 남과는 다른 삶에 대한 동경이 생겼다. 돈도 돈이지만 그들의 영향력이 부러웠다. 나의 말과 행동이 팬이든 안티든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참 대단한 경험이다. 그만큼 부담도 되겠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들 밑에, 평범하게 사는 청춘이 있고 그 밑에 평범해지고 싶은 젊음이 있는 것 같다. 젊은층이 피라미드 형태로 나뉘어 살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연예인들이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읍소할 때마다 재미있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박완서 선생님의 '도둑맞은 가난'을 보면 자신들의 삶을 좀더 다채롭게 만들 에피소드를 찾다가 가난한 척을 하는 부자의 얘기가 나온다.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먹고 돈과 명예와 유명세를 누리면서 평범함까지 넘본다고? 그건 선을 넘은 처사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정치인이나 재벌의 일탈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연예인의 사소한 말실수나 행동에 분연히 일어나는 대중의 모습이 일견 이해가 간다. 연예인이 B2C라면 권력자는 B2B다. 접점이 많으니 더 관심이 가고, 실망도 하고, 공격하기도 쉬운 것이다. 연예인도 사람이니 악플을 중단해야 한다. 그런데 악플도 관심이라는 반론도 있다.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에 꿈을 접는 연예인이 99%가 넘는다고 한다. 모두가 삶에 지쳐 기댈 곳을 찾고 있고, 미디어가 훌륭한 안식처가 되고 있다. 이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사회에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향한 선망과 지탄은 무수한 파고처럼 반복될 것 같다.



요새 시간이 날 때마다 '최애의 아이'를 보고 있다. 작품은 미디어 업계의 어두운 면을 틈틈히 보여준다. 연기는 잘하지만 인기없는 배우, 소속사 간의 알력 다툼, 스토커 문제와 급하게 식는 대중의 관심, 아티스트의 무한 경쟁과 정글같은 연예계의 생리가 그려진다. 인간성을 잃어야 인간들의 마음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무대위에서 항상 벌어진다. 아마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반짝 떴다 사라졌지만 우승자 가운데 아직도 활발히 활동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실력을 갖췄어도 남들과 비교해 독보적인 매력이 없다면 바로 도태되기 때문이다. 이영지나 비비를 꿈꾸다가 사라지는 '준연예인'도 셀수 없을 것이다. 사실 취업이 될까말까 하루하루 두려워하는 우리나 그들이나 처지는 별반 다르지 않을 듯 하다. 정석대로 가려면 뭐하나 쉬운게 없다. 치명적인 매력으로 새로운 길을 뚫고 개척해야 빠른 성공이 가능하다. 


친구 하나가 잘 다니던 공기업을 그만두고 유튜브를 하고 싶다고 했다. 평소 자전거를 좋아하는데 자전거 관련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하고 싶다고 했다. 잘 나가는 자전거 유튜버도 보여줬다. 나는 자전거에 관심이 없어 별로였는데 조회수가 수십만에 달했다. 그는 의기양양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자전거 유튜버로서 그는 별로 매력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득 든 생각은 나도 매력이 없는데 그냥 이렇게 조용하게 평범하게, 아니면 평범해지길 꿈꾸며 평생을 살다가 가면 좀 슬플 것 같았다. 굳이 미디어 업계가 아니더라도 그냥 인생의 새로운 길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기엔 내가 애초에 역량없이 태어난 건 아닌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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