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기자단의 하루는 브리핑으로 시작해 브리핑으로 끝난다. 브리핑(briefing)은 요점을 간추린 간단한 보고와 설명을 뜻한다. 앞서 김의겸 전 대변인 당시에는 오전 6시30분에 브리핑을 했다. 조간에 나온 보도들을 중심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 두달 쯤 지나고 시간이 오전 11시로 변경됐고, 현안 관련 질문을 받는 것으로 바뀌었다. 정례 브리핑 이외에도 대통령이 국민에게 밝히고 싶은 사안이 있으면 그때마다 수시로 청와대 참모들이 춘추관을 찾아 브리핑을 한다. 내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정제해 기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브리핑을 크게 나눠보면 온마이크 브리핑과 백(back) 브리핑, 딥백(deep back) 브리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온마이크 브리핑은 브리퍼 실명으로 보도 가능하다. 보통 야당의 논평에 대한 입장을 내거나 민감성이 덜한 대통령의 발언을 전할 때 사용한다. 백브리핑(백블)은 좀더 민감한 외교현안을 실명 대신 '관계자'라는 용어를 활용해 쓴다. 이때 대변인은 '핵심 관계자' 수석 이상은 '고위 관계자', 다른 비서관과 행정관 급은 그냥 '관계자'로 해서 처리한다. 딥백은 더 민감한 사안을 설명할 경우 쿼트("")를 따지않고 기사에 녹여쓰는 방식이다. 뒷 이야기 등을 설명할 때 보통 청와대에서 먼저 기자단에게 요청한다. 딥백은 이렇게 쓴다. '청와대는 ~~라고 보고 있다. ~~라는게 청와대의 입장이다'라는 식으로 기사에 녹인다. 암묵적인 룰인 셈이다. 어느 때는 브리핑 한번에 온마이크와 백블, 딥백이 한꺼번에 녹아드는 경우도 많다. 그때마다 룰을 지키기 위해 퍼즐을 맞추듯 조심하며 기사를 쓰게 된다.
2년여간 출입하다보니 브리핑은 청와대와 기자단 간에 상호 편의를 위해 마련되는 것 같다. 청와대 공보라인도 바쁜 업무 와중에 기자단의 전화에 계속 응대할수 없으니 큰 사안이 있을 때마다 브리핑을 통해 한꺼번에 질의를 받는 식이다.
브리핑을 듣다보면 질문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기자들의 능력에 따라 브리퍼에게 들을 수 있는 답이 다르다. 대변인이나 부대변인, 수석은 대개 수세적인 자세를 취하는데 어떤 질문을 통해 그들을 파고들지 고민해야 한다. 질문을 듣다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질문은 무조건 짧고, 요점만 해야 한다.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순간 없어 보인다. 이미 질문하는 기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전제를 사족으로 붙일 필요가 없다. 빠르게 요점만 묻고, 남들이 하지 않는 예리한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브리핑만 기다리지 말고 내가 알아서 취재를 한 후에 사각지대를 찝어서 물어야 한다. 보통 기회는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고민 또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개의 질문을 통해 청와대 뿐 아니라 기자단 내에서도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에 읽고 귀감이 된 책이 있다. 백악관 출입기자의 전설 헬렌 토머스가 쓴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다. 그는 이력이 화려하다. 1961년 여성 최초로 백악관 출입 기자가 됐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하며 50여 년간 백악관 기자실 맨 앞줄을 지켰다.
토머스 기자는 특히 직설적인 질문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는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는 이란 인질 사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는 그라나다 공격과 이란-이라크 전쟁,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성추문에 대해 질문했다. 이라크 침공에 대한 비판적 질문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출입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질문하는 것이 특권이고,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답할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기자 개인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묻는 것이므로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새길 부분이다.
실질적인 브리핑이 중단된 적도 있다. 참여정부 당시 기자실을 일괄적으로 폐쇄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작품이었다. 이후 2003년 3월 '청와대 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문서 브리핑이 이뤄졌다.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 발행되던 <인수위 브리핑>의 정신을 승계한 것이다. 팩스와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대통령의 국정활동 보고서이자 전자신문, 팩스신문으로 소화됐다. 청와대의 소식지 성격도 있었지만 기존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등 일종의 대안언론적 성격까지 가미됐다. 이러한 형태의 브리핑 자료가 나오기는 역대 정권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A4 용지 크기-4면을 기본으로 편집되며, 토·일요일을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주 5회, 매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발행됐다. 배포 대상은 정부부처와 신문·방송사의 주요 필진, 대학교수와 주한 외국특파원 등 1,500여 명으로 E메일과 팩스로 전송됐다.
이후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전 참여정부에서 폐쇄했던 청와대 출입기자실을 다시 개방했고 이에 따라 청와대브리핑은 중단됐다. 그리고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국정현안에 대해 브리핑을 하는 형태로 돌아갔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방적으로 청와대와 정부가 문서를 통해 하고싶은 말만 전하는 형식은 소통 자체를 단절한 부조리한 처사다.
브리핑이 있으면 엠바고도 있다. 스페인어 'embargar'에서 나온 말로, 취재원과 합의를 통해 보도시점을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취재를 보충해 더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하는 경우, 정확한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국가 안전이나 인명에 해를 끼칠수 있는 사건이 진행중인 경우 사용된다. 한국에서 엠바고는 1960년 박정희 군사정권이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신문윤리실천요강 제6조에도 엠바고가 명시돼 있다.
엠바고는 보통 4가지로 나뉜다. 보충 취재용 엠바고는 뉴스 가치가 매우 높은 정부기관 등의 발표가 전문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 미리 취재원으로부터 발표 내용 등에 대한 보충 취재가 필요할 때 취재원과 취재기자와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안을 말한다.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거나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규제를 확정하기 전에 기자단을 불러놓고 사전에 설명을 하는 경우가 해당되겠다. 조건부 엠바고는 뉴스 가치가 있는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을 확실하게 예견할 수 있으나 정확한 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우,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 기사화된다는 조건으로 보도자료를 미리 제공받는 것을 뜻한다.
공공이익을 위한 엠바고도 중요하다. 국가 안전 또는 이익과 직결되거나 인명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사건이 진행 중일 경우에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특정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는 시한부 보도 중지를 의미한다. 우리 국민이 해오 해적에게 납치되었을 경우 보도가 나가면 국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석방 협상에도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외교부가 기자단을 대상으로 사실을 먼저 알리고 엠바고를 요청한다. 관례적 엠바고는 주로 외교적 사안에 해당한다. 외교관례를 존중해 재외공관장의 인사 이동에 관한 사항을 미리 취재했더라도 주재국 정부가 아그레망(대사 승인)을 부여할 때까지 보류하거나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기로 되어 있는 협정 또는 회담 개최에 관한 기사를 공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보도 중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경호엠바고가 있다.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가 아닌 밖에서 일정을 소화할 경우 사전에 장소가 보도되면 시민들이 몰려 경호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모든 행사가 끝났을 경우 보도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3박4일간 경남 양산 사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청와대는 기자단에게 미리 관련 사실을 밝혔고, 기자단이 이를 수용해 대통령이 청와대로 복귀한 18일에야 대통령의 휴가를 보도했다.
엠바고는 분명 장점이 있다. 정확한 사실 보도가 가능하고, 공공이익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하다. 반면 정부 기관 등에 의해 언론의 보도 시점이 통제돼 언론 자유가 침해 당하고 국민들의 알 권리 또한 손상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정부가 엠바고를 걸기 직전 언론사가 해당 사안을 먼저 취재해 "엠바고를 받을 수 없다"는 회사도 심심찮게 나온다. 정부의 입맛에 맞춘 엠바고와 진짜 국익을 위한 엠바고의 영역은 모호하다. 결국 기자들이 스스로 많이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청해 진짜 국익을 위한 보도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