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번 돈의 행방 : 미국과 유럽의 정반대 선택

by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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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방산기업들, 2025년에 주주에게 50억 달러 돌려준다


(2025년 12월 29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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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주요 방산기업들이 올해 주주들에게 약 50억 달러를 돌려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군사비 지출이 크게 늘면서, 방산업계가 투자 확대와 함께 주주 보상도 동시에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의 분석을 토대로 살펴본 결과, 유럽의 대표적인 방산기업 8곳이 올해 지급하는 주주 환원의 대부분은 배당금 인상 형태다. 민간 항공 비중이 큰 에어버스는 분석에서 제외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주주 환원 규모는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투자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약 4년 동안 유럽 방산기업들은 생산 확대를 위해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크게 늘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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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의 6대 방산기업 — 록히드마틴, 제너럴다이내믹스, 노스럽그러먼, RTX, L3해리스, 헌팅턴잉걸스 — 은 주주 환원 규모가 2023년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다. 같은 기간, 매출 대비 설비투자와 자체 연구개발비 비중도 소폭 줄었다. (민간 항공 비중이 큰 보잉 역시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방산업계는 특히 미국에서, 전쟁 특수로 늘어난 수익을 무기 생산 확대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산업체들에게 “주주 환원보다 생산에 더 투자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했고, 이번 주 플로리다에서 관련 문제를 기업들과 논의할 예정이다. 이 발언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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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센트 장관은 지난해 10월 “미국 방산기업들은 납품이 한참 뒤처져 있다. 최대 고객인 정부가 나서서 연구개발은 더 늘리고, 자사주 매입은 줄이도록 압박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 말했다.


버티컬 리서치에 따르면, 분석 대상이 된 유럽 방산기업들의 평균 투자 비율(매출 대비 설비투자 + 연구개발비)은 2021년: 6.4% / 2025년 전망: 7.9% 으로 뚜렷한 증가세다. 유럽에서는 아직 이 문제를 둘러싼 공개적인 논쟁이 크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위비 지출이 더 늘어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기사 정독 후기 : 유럽 방산 기업은 어떻게 투자도, 주주환원도 늘릴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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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처음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의문.


유럽 방산 기업들이 하고 있다는 투자를 늘리면서 동시에 주주환원도 늘린다는 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궁금해졌습니다.


보통 기업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돈을 쓰기 시작하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사를 다시 들여다보며 구조를 정리해보니, 이건 모순이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특수한 상황 덕입니다.


현재 유럽 방산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갑자기 커진 군수 수요 덕분에, 기존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벌고 있는 국면에 있습니다. 이전에는 100을 벌어 60을 투자하고 40을 나눴다면, 지금은 150을 벌어 70을 투자하고 50을 나눌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즉, 파이가 커졌기 때문에 투자와 환원을 동시에 늘릴 수 있는 구간에 들어왔다는 설명이 더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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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의문은 이거였습니다.


왜 유럽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이 아니라 배당을 늘리는가? 였습니다. 미국 방산기업들은 주주환원의 상징처럼 자사주 매입을 해왔는데, 유럽은 확실히 결이 다르니까요.


이 차이는 단순한 경영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의 차이에서 나온다고 보입니다.


유럽에서 방산기업은 민간기업이면서도 동시에 공공성과 정치성을 강하게 띠는 산업입니다. 주요 고객은 정부이고, 매출의 상당 부분은 국민 세금에서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을 늘리면 “전쟁으로 번 돈으로 주가부터 띄운다”는 비판을 받기 쉽습니다. 반면 배당은 정상적인 이익 분배라는 인식이 강해, 정치적·사회적 리스크가 훨씬 적습니다. 그래서 유럽 방산기업들에게 배당은 가장 안전한 주주환원 방식이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 의문은 자연스럽게 미국 기업들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방산기업들은 왜 이렇게까지 자사주 매입을 고집해왔을까? 라는 질문.


여기에는 미국식 기업문화가 깊게 작용합니다. 미국에서는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이 세금 면에서 유리하고, 주가에 즉각적인 효과를 주는 수단입니다. 특히 경영진 보상이 주가와 직결되는 구조에서는, 장기적인 설비투자보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보이는 자사주 매입이 훨씬 매력적인 카드입니다.


방산기업들은 정부 계약 덕분에 현금 흐름도 안정적인 편이라, 위험한 확장보다는 주주가치 관리라는 전략이 오랫동안 관행처럼 굳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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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쟁 이후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무기 수요가 폭증했고, 정치권과 여론은 “이럴 때일수록 생산능력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합니다. 그런데도 과거 관성대로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니, 미국 방산기업들은 “돈은 벌어놓고 주주만 챙긴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이 기사를 읽고 나서 정리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기사의 핵심은 유럽과 미국 방산기업의 경영 전략 차이가 아니라, 방산산업이 이제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감시 대상이 됐다는 점에 있습니다.


유럽 방산기업들은 “우리는 배당도 하지만, 동시에 투자도 늘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전쟁 특수로 번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방산기업들은 과거의 주주 중심 경영 논리가 이제는 정부와 여론의 압박 앞에서 시험대에 오른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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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기사가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방산기업이 전쟁 덕분에 번 돈은, 과연 누구를 위해 쓰여야 하는가.

주주인가, 아니면 국가의 안보 역량인가.

이제 그 선택 자체가 기업의 경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기사는 단순한 기업 실적 기사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대한 신호라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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