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론계에 참 부끄럽고 추악한 뉴스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한국경제신문 기자들의 주식 선행매매 관련 뉴스였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5일 특정 종목에 대한 호재성 기사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포착하고 한국경제신문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나선겁니다. 합동대응단은 한국경제신문 소속 일부 기자들이 사전에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을 매수한 뒤 호재성 기사를 작성하고, 주가 상승 후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이른바 ‘선행매매’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기자 선행매매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고요.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 사법경찰은 지난해 11월 호재성 기사를 이용해 100억 원을 넘게 챙긴 전직 기자 등 2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경제지의 특징주 기사를 집중적으로 살펴봤고, 혐의가 있는 기자들을 추가로 특정한 겁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경제신문의 일부 기자가 ‘선행매매’로 압수수색을 당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주가조작 패가망신”이란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참 난리입니다.
전 참 신기했습니다.
매일 발제하고 또 취재원 만나서 취재하고, 또 아이템 거리 찾고 하는것도 벅찬데 이렇게 주가 선행매매를 대놓고 할 여유나 생각이 어떻게 나오지요?
아직 혐의가 완벽히 특정된 건 아닙니다만.. 한경 기자 5명이 연루됐다고 합니다. 조사하다보면 더 규모가 늘어나겠지요.
이들의 수법을 보니까 참 가관입니다. 특정 종목 주식을 미리 산 뒤 호재성 기사를 써서 주가를 띄우고 나서 되파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선행매매로 챙긴 부당이득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기자들은 특정 기업의 호재성 소식을 다룬 '특징주 기사'를 범행에 활용했습니다. 정보가 없는 소형주일수록 기사로 다뤄지기만 해도 추가 매수세를 끌어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잖아요. 기자들이 선행매매에 악용한 기사는 수백 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건 그냥 범죄입니다. 기자가 아니라 브로커이고, 범죄자입니다. 같은 기자로서 너무 황당하고 쪽팔리고 면상에 대고 쌍욕을 날리고 싶은 수준입니다.
사실 지금에서야 고백하지만 전 한국경제신문이라는 매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리한 일반화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14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수많은 매체 선후배들과 알고 지냈습니다. 동고동락하면서 경쟁도 하고 그랬습니다. 대한민국 각 언론사마다 저와 알고 지내는 기자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연락처로 저장된 기자만 1500명이 넘으니까요.
근데 저는 유난히 한국경제 신문 기자들과는 교류가 없었습니다. 매일경제 서울경제 머니투데이 이데일리 뉴스토마토나 연합인포맥스를 비롯한 다른 매체 기자들과는 참 친하게 잘 지냈는데도 말입니다.
제가 현장서 만난 한국경제 기자들은 좀 오만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뭐랄까, 한국의 경제는 자신들이 움직인다는 식의 그런 워딩과 태도를 많이 보았습니다. 좀 웃기기도 했습니다. 한경 기자들 정말 열심히 취재하고 좋은 기사 쓰는거 압니다. 가만히 있어도 다 알아줍니다. 근데 굳이 그렇게 대놓고 다른 기자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하면 안됩니다. 저는 유독 한경 기자들의 그 애사심을 뛰어넘은 어찌보면 무례한 행동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본인들만 열심히 하는게 아닙니다. 다들 열심히 삽니다.
경제지는 정치부 사회부가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신 경제 분야에선 힘이 셉니다. 기자도 많고, 디테일한 기사도 많이 쓰니까요. 그러면 좀더 겸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내가 최고다, 우리가 최고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발 더 나아가 행동을 그렇게 하니까 정이 가지 않을 수 밖에요. 제가 겪은 한경 기자분들은 죄송하지만 다 이런 범주 였습니다. 조선일보 KBS 같은 더 큰 매체보다도 소위 기자부심이 훨씬 더 심했습니다.
전 정치부와 사회부를 10년 가까이 해 오면서 한번도 남을 폄하하거나 무시한 적 없습니다. 다들 고생하니까요. 단독 몇개 더 썼다고 대단한 기자인가요? 그냥 하루하루 살기위해 하는 겁니다. 아무튼 저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경제 신문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세종시에서 기획재정부 출입을 할 때였습니다. 모 국책기관 연구원님이 제게 "박 기자님은 일도 잘하시고 능력도 되시는거 같은데 한국경제신문으로 이직해보시는건 어때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니 뭐 오퍼도 안오겠지만 제가왜요?라고 되물었습니다. 돈도 많이주고 제일 큰 신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는데 글쎄요. 경제부처가 즐비한 세종에서나 제일 큰 신문 아닐까요? 전 좀 기분이 상했는데, 그때 세종을 빨리 탈출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주 전공 취재 분야가 경제부도 아니고, 아무튼 기분이 묘했습니다.
전 애초에 기자를 선택하면서 돈을 많이 벌 생각을 버리긴 했습니다. 지금은 좀 후회하긴 하지만 ^^: 그래도 돈만 생각한다면 그냥 일반기업을 가거나 노력해서 전문직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글을 쓰고 싶었고 사회분야에서 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생각은 비슷하고요. 경제지는 사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각자 성향이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은 다르게 생각할수도 있다는 걸 알기도 했고요.
아무튼 그랬던 한국경제신문이 주가 선행매매 이슈에 휘말리는 걸 보면서 참 만감이 교차합니다. 기자 개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바탕으로 사리사욕을 추구하다 적발된 거니까요. 기사는 독자의 것입니다. 내가 쓰는 기사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저는 함부로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족하고 미천한 제 기사로도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수습기자 시절부터 선배에게 혼나고 배워가며 내 기사의 무게를 느끼도록 하는 겁니다. 내 손으로 누군가를 죽이고,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런 무서운 무기를 쥐고 있는 게 기자입니다. 소중히 다루고, 또 생각하고, 자책하고 하면서 자신의 자식처럼 다뤄야 하는게 기사입니다. 그걸 통해 수십억을 벌었다니, 참 망연자실해집니다.
기자라고 부를 수 없고, 같은 동료라고 생각치도 않습니다. 기자로서 존경은 받고 싶고, 또 출입처에서 그렇게 잘난체를 하면서, 뒤로는 자신의 권한을 악용해 돈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 매체에 대한 이미지가 더 추락했습니다. 돈 많이 주면 뭐하나요? 사업 잘하고 하면 뭐하나요? 경제분야에서 독보적이면 도대체 뭐하나요? 제가 만약 그 매체 소속이었다면 정말 참담할 것 같습니다. 저 매체는 지금도 네이버 메인에 여러 주식 종목 기사를 걸어두고 있습니다. 믿음도, 신뢰도 가지 않습니다.
언론계에서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우리 언론계는 기자 문제가 터지면 쉬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동족 의식이 뿌리깊게 박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우리가 쓰는 기사의 신뢰 자체를 무너뜨리는 사안입니다. 한국경제신문이 이번 논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언론계가 반응해야 합니다. 그냥 뭉뚱그리고 넘어가려 한다면 언론계 자체가 강하게 제재해야 합니다.
오글거리는 말 싫어합니다. 하지만 기자라면 일반 직업에 비해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하는일은 매일 지적하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겁니다. 기사로서 사회와 나라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자의 삶이 깨끗하지 않은데 어떻게 사회를 향해 깨끗해지라고 일갈할 수 있겠습니까? 전 아무리 돈을 적게 받고 배가 고프더라도, 기자를 선택한 이상 부끄럽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럴바엔 기자를 그냥 그만두겠습니다. 참 이번 한경 사태를 읽고 듣고 보는 이들이 모든 기자가 저렇게 하고 있다고 오해할까봐 민망하고 창피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의 제대로 된 사과와 범죄에 연루된 파렴치 기자들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합니다. 언론계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4177?sid=101
한국경제신문은 호재성 기사 쓴적 없다고 하고 있네요.
결국 금융당국 vs 한경의 싸움으로 갈거 같은데.
누구 말이 맞는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