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가 물었다 : 사건팀, 버틸 수 있나요?

by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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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수습기자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네번째? 네요. 최근 입사한 언론사 6~7곳을 모아서 수습기자 대상으로 이것저것 강의를 하는 그런 프로그램입니다. 저도 14년전 입사 직후 이 교육을 받았습니다.


통상 언론재단 교육은 입사 직후 이뤄집니다. 언론사에 입사하게 되면 사내교육을 받고, 언진재 교육까지 마친 후에 비로소 현장에 투입됩니다. 그러니까 닥쳐 올 시련을 앞두고 그 험난한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강의하고 교육하는 그런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2년전 사건팀장 시절 당시 언론재단 강사로 처음 뽑혀서 강의를 했었습니다. 사건팀장이 알려주는 사건팀 기사 취재,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감회가 좀 새롭긴 했습니다. 제가 누굴 가르치는 그런 깜냥은 전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젊은 기자들에게 제 경험과 소회를 공유하는 시간은 참 귀중하니까요. 초롱초롱한 그들의 눈빛이 참 보기좋고 그랬습니다. 이번에도 기대를 갖고 언론재단 미디어교육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번 기수에는 경제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좀 걱정도 했습니다. 사실 일간지나 통신사, 방송사, 경제지, 인터넷 신문별로 중요시하는 분야가 다릅니다. 아무래도 경제지 기자분들은 경제 이슈를 좀더 세부적으로 다루시겠지요.


하지만 어느 매체이든, 그 매체가 어떤 성향인지 간에 사건팀은 참 중요한 조직이고 사건팀 기자들은 소중한 인재입니다. 과거에 비해 그 위상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언론사에 없어서는 안될 부서이자 팀입니다. 제가 사건팀을 3년 넘게 해서 그런것만은 아닙니다. 모든 기사를 쓸때 발로 뛰어야 하는 부서, 취재가 너무 어렵고 힘들지만 그를 통해 신입기자를 정식 기자로 키워내는 그런 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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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팀 기자의 취재 방법이 주제였지만 사실 사건팀 기자만 이렇게 취재하는 건 아닙니다. AI가 필수화된 이 시대에 사건팀 뿐 아니라 모든 기자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의 취재도 병행해야 합니다. 취재원의 마음을 돌리고 사로잡아 다른 매체가 취득하지 못한 정보를 듣고, 이를 키우고, 제도와 연계시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은 AI가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연차때 열심히 경찰도 만나고 사건사고 취재도 하면서 우리 사회의 저변을 확인하고, 어떻게 취재원과 소통하고 대화하며 기사거리를 얻는지 배워야 하는 겁니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 제 강의는 이론이 아닌 실무 위주로 진행했습니다. 저널리즘이 어떤 것인지, 좋은 기자가 어떤 기자인지 저는 잘 모릅니다. 갓 뽑힌 수습에게 필요한 것은 곧 다가올 마와리(경찰서 취재)를 어떻게 대비하느냐 입니다. 우리 언론사는 아직도 도제식 교육으로 돌아갑니다.


좋은 선배를 만나면 제대로 취재를 배울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경우 배움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케바케이자 복불복입니다. 제가 좋은 선배라는 게 아니라, 그래도 오랫동안 사건팀을 했고 팀장까지 거쳤으니 어떻게 취재를 하고 어떤 테크닉과 마음가짐으로 사건 취재에 나서야 하는지 그나마 잘 안다고 볼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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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출입처든 간에 기자는 취재원을 제대로 알아가야 합니다. 누굴 만나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서 뭐라도 좀 검색하고 알고 가라는 뜻입니다. 그래야 대화를 효율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수습기자라고 칩시다. A 경찰서장과 어렵게 티타임을 잡았습니다. 가서 무슨 말을 할 건가요? 할 말이 없습니다. 준비를 안하면 그렇습니다.


근데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A서장이 경찰대 30기라고 칩시다. 그러면 같은 기수를 검색해서 그 사람 얘기도 해볼 수 있고요. 아니면 최근 A 경찰서가 큰 사건을 마무리했다는 기사를 보면 그 후일담을 물어봐도 됩니다. 가서 인사만 하고 그냥 나올바엔 안만나는게 낫습니다. 그렇게 수습이지만 노련하게, 사람과 취재원을 상대할 무기를 갖추라는 조언을 이번 강의에서도 여러번 반복했습니다. 취재원이 기자들을 맘속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어리지만 똘똘하고 얘기되는 기자 같으면 그나마 속내를 더 털어놓을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용어 하나하나에도 민감해야 합니다. 만약 범죄자가 난동을 부려 지구대 경찰에 의해 잡혔다고 칩시다. 그러면 해당 범죄는 지구대->관할 경찰서 -> 검찰 -> 법원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때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갈때는 송치, 검찰에서 법원으로 넘어갈때는 기소라고 합니다.


경찰이 사건을 맡는 즉시 입건이라고 하고요. 기사 쓸 때 매번 쓰는 용어인데, 정확히 숙지하고 있어야 취재원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습니다. 기소의견으로 송치 이런 용어는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넘길때 향후 기소를 해달라는 요청이 담긴 용어입니다.


범죄자가 도주할 우려가 있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크면 구속을 하는데요. 이때 영장 발부의 주체는 법원입니다. 경찰이 법원에 범죄자 구속을 요청할때는 구속영장 신청, 검찰이 법원에 요청할때는 청구입니다. 형사소송법 상 용어들인데요. 막상 정신없을때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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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팀 기자들은 이렇게 사건이 어떤 절차를 걸쳐 처리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법원으로 넘어간 사건은 1심과 2심 3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납니다.


근데 요새 피의사실공표 얘기 많이 하잖아요. 취재원들이 피의사실공표 어렵다고 하면서 사건 취재에 응하지 않습니다. 개인정보가 중요한 이때, 맞는 말이기도 해요.


근데 그런 논리라면 모든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쓰면 안됩니다. 경찰과 검찰이 충분히 범죄자의 혐의를 특정했다고 해도 법원 판단은 다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런식이라면 우리나라 언론은 아예 사건 기사를 쓰지 못합니다. 대법원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어서에요. 그러니 기자로서 적절히 판단해가면서 사건을 취재하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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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들의 날선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어떤 수습이 가장 좋아보이느냐라는 질문이 나왔어요. 저는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고, 가지 않는 곳에 가서 새롭고 재미있는 정보를 던져주는 수습이라고 답했습니다. 얘기되는 거 1개를 보고하지 말고, 그냥 본인이 듣고 본 것을 가감없이 많이 보고해서 선배에게 아이디어를 주는 수습이 필요합니다.


어떤 수습이 가장 힘들었나 하는 질문도 있었어요. 저는 거짓말하는 수습이라고 했습니다. 수습기자들 너무 힘들고 지칩니다. 사건이 없는데 선배에게 혼날 떄도 많을 거에요. 아무리그래도 절대 거짓말은 하지 마세요. 언론사 기자들은 신뢰관계여야 합니다. 그래야 믿고 기사와 취재를 맡깁니다. 사건 지어내지 말고, 그냥 혼날건 혼나고 다음에 더 열심히 하세요. 꼭 당부드립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명감에 언론계에 발을 담은 청춘들을 항상 응원합니다. 그들이 수습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멋진 기자로서 시작할 수 있도록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저부터가 좋은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건팀, 충분히 버틸수 있습니다. 선배들을 뛰어넘는 여러분의 패기와 창의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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