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 기자였다면?

by har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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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맨으로 유명한 김선태 주무관의 퇴사 소식이 설 명절에도 핫하네요. 모든 언론 매체가 그의 퇴사와 배경을 연일 다루는 걸 보니 새삼 김 주무관의 영향력이 체감됩니다.


그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근데 그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했던 워딩을 보면 공무원사회 내부에서 시기질투를 많이 받았던 거 같아요. 누군가 "나도 유튜브나 할 걸 그랬다"는 말도 했다고 하고요.


김 주무관은 충주시 유튜브 구독자를 100만명까지 늘린 센스있는 홍보맨이었습니다. 여러 유튜브 채널 뿐 아니라 지상파에도 소개가 됐고요. 충주시를 전국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9급에서 6급으로 특별 승진을 했습니다. 사실 성과에 따른 당연한 보상이지만, 공무원 사회 내부에선 말이 많았나 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일반적인 루트로는 수십년 걸릴 수도 있는 승진 체계를 단번에 뛰어넘는 셈이니까요.


김 주무관이 그만큼 열심히, 잘 한 것도 맞는데 또 공무원 사회를 치졸하다고 막 몰아세우기도 애매한 것 같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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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김 주무관 같은 기자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른바 스타 기자죠.


근데 스타 기자라는 단어부터가 좀 애매하긴 합니다. 단독을 많이 하고, 사회를 들썩이게 만드는 기사를 써서 이달의 기자상이나 관훈언론상,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기자도 스타 기자일 겁니다.


단독 기사가 나오는 과정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물론 기자 개인의 끈질긴 인내심과 예리한 시각, 핵심 정보를 쥐고 있는 취재원과의 관계 형성 등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거기에 매체 파워나 운 같은 것도 작용합니다. 단 몇일이라도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단독 기사는 절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결합되고, 타이밍도 잘 맞아야 합니다.


근데 여기서 저는 다른 얘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렇게 큰 단독 기사를 취재하는 기자도 각자 맡은 영역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큰 사안을 깊에 들여다보려면 그 사건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최소 일주일, 더 많은 기간의 장기 취재가 필요할 수도 있고요.


근데 그 시간동안에도 그가 맡은 출입처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 혹은 이슈가 터집니다. 물론 해당 기자가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큰 사안도 챙기고, 출입처 이슈까지 커버해 취재하면 베스트 입니다. 하지만 보통 그렇게 하지 않지요. 큰 건에 집중하고, 나머지 이슈는 다른 선후배 기자들이 챙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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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우면 너도 큰 건을 물어오면 되지 않느냐"고 힐난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사는 매체의 크고 작음을 떠나서 항상 사람이 부족합니다. 기자가 너무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취재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그럼에도 지면이나 방송은 매일 막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데일리한 이슈를 챙겨야 합니다. 능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언론사의 구조가 그렇습니다. 그러니 단독을 하는 스타 기자가 있으면 그 기자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일반 기자들도 꼭 필요합니다.


사실 저도 후자의 느낌이 강하긴 합니다. 다른 유능한 동료나 선후배들이 큰 기사를 쓰면, 저는 그들의 공백을 채우면서 데일리한 이슈와 흐름을 챙기는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뭐 제 능력의 부족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저같은 기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꿀 큰 단독거리는 아니더라도 매일매일 독자를 위해 내가 맡은 출입처 이슈를 충실히 취재하고 보도하는 그런 기자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별로 부끄럽지 않고요. 저의 일상이 민망하지 않습니다.


언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상을 받았느냐, 어떤 큰 사안을 단독 보도했느냐만 놓고 기자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하지만 언론사 내부에선 또 조금 다릅니다. 정말 큰 단독 기사로 언론사의 이름을 알리고, 가치를 높이는 그런 스타 기자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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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모든 구성원이 그런 스타 기자가 되려고 한다면 신문사는 지면을, 방송사는 영상뉴스를, 인터넷 매체는 인터넷 기사를 충분히 쓸 수 없습니다. 각자 역할 분담이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겁니다.


김선태 주무관이 기자였다면 아마도 스타 기자 반열에 올랐겠지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노력해서 엄청난 성과를 일궈냈습니다. 자신의 영역인 홍보 분야에서 정말 주옥같은 결과를 냈습니다.


근데 충주시라는 곳이 홍보팀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시민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도 있을 거고, 건축과 건설을 담당하는 과도 있었을 겁니다. 충주라는 도시를 돌아가게 하기 위해 시청 공무원들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다른 과는 김선태 주무관처럼 성과를 확 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주어진 예산이 있고, 그 안에서 매년 하듯이 해야만 하는 일을 했을 겁니다.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빛을 보는 그런 과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노력해서 조금씩 개선은 되겠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뉴미디어나 홍보팀처럼 기록적인 결과를 창출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런 입장에서 김 주무관을 바라보는 일반 공무원들을 무조건 싸잡아서 욕할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 주무관을 향한 도를 넘는 비판과 흠집내기는 자제해야겠지만요. 굳이 우리 회사뿐 아니고 언론계 전반의 스타 기자를 바라보는 일반 기자들의 마음과 좀 비슷해 보여서 남일 같지가 않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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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주무관은 특별 승진을 했습니다. 사실 언론사 내부에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보통 기수대로 승진하고 하는데, 선배들을 여러명 제끼고 팀장이 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기수가 깡패인 언론사에서 서열과 체계를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언론사도 참 보수적입니다. 공무원 사회와도 비슷한 맥락이 있습니다.


성과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없으니 언론사의 발전이 없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처럼 나이와 연차 상관없이 능력으로만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언론사는 좀 특수한 조직입니다. 상명하복이 어느정도 필요합니다. 선배와 부장이 시키는 일을 어느정도는 강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부족한 인력구조하에서 그나마 기사의 질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사안마다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이루면 좋죠. 하지만 시간은 항상 부족하고요.


그러니 연차와 기수에 따른 서열과 체계가 중요해집니다. 그나마 1년이라도 더 일하면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선배가 후배에게 압축적인 교육을 하고, 업무도 함께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일을 잘해도 후배를 선배 위로 보낸다고요? 생각만 해도 좀 아찔하네요. 후배가 부장이 되고, 선배인 선임기자가 현업에서 일하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그 아래 연차에서 기수가 역전되는 건 보기 힘든 풍경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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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김선태 주무관의 뛰어난 능력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저도 스타 기자가 아니었고, 평범하게 또 성실히 살아온 입장에서 그를 향한 달갑지 않은 공무원들의 시선도 좀 이해가 갈 것 같습니다.


저는 큰 욕심이 없습니다. 기자로서 세상을 뒤흔들 그런 기사는 앞으로 평생 못 쓸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맡은 출입처에서는 제 이름을 알리고, 그 출입처에서 중요한 이슈는 절대 놓치지 않고, 또 재미있는 기사도 계속 발굴하고 싶습니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럼에도 제가 상을 많이 받지 못하거나 했다는 이유로 평가절하 당한다면 슬프고 억울할 것입니다. 또 눈에 띄는 스타 기자와 비교당하면서 능력을 후려치기 당하는 건 참기 힘들 것 같습니다. 빛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뒤에서 묵묵히 할일을 하는 사람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전 시스템을 중시합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지속되는 그런 구조를 만들어야지 구성원 하나하나의 역량에 따라 업무 성과가 달라지는 건 지속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스타 기자가 툭 튀어나오면 좋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요. 좋은 기사를 주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지요. 그런 회사 차원의 노력도 없이 왜 우리는 스타 기자가 없냐고 하면 답이 없는 겁니다. 그런 운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조금씩 회사나 조직이 일하는 방식을 점검하고, 시스템을 정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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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직이 지속적으로 건강하려면 몇몇 ‘영웅’의 등장에만 기대서는 안 됩니다. 스타는 분명 조직의 얼굴이 되고, 외부의 시선을 끌어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김선태 주무관처럼 한 개인의 역량과 창의성이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사례는 분명히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언론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굵직한 단독 보도는 기자 개인의 열정과 집요함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그 성과는 조직 전체의 신뢰와 영향력을 끌어올립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특정 개인에게만 의존하는 구조라면, 그 개인이 떠나는 순간 조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잘하느냐’보다 ‘누가 빠져도 굴러가는 구조인가’입니다. 스타 기자 한 명이 떠났다고 해서 출입처 관리가 무너지고, 보도의 연속성이 끊기고, 조직의 색깔이 흔들린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김선태 주무관의 퇴사 이후 충주시 홍보가 이전만 못해진다면, 그것 역시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많은 역할과 기대를 떠넘긴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는 장면일 것입니다. 성과를 낸 개인을 존중하되, 그 성과가 조직 내부에 축적되고 공유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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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다르지 않습니다. 몇몇 스타 기자가 회사를 먹여 살리는 구조는 외형적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진을 남기기 쉽습니다. 누군가는 늘 조용히 데일리를 막고, 누군가는 눈에 띄지 않는 행정 기사와 현장 기사로 매일의 지면을 지탱합니다. 그 역할이 없으면 아무리 대단한 특종도 하루짜리 뉴스로 끝나버립니다. 스타 기자의 기사는 회사의 ‘브랜드’를 만들고, 묵묵한 다수의 기자들은 회사의 ‘일상’을 유지합니다.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언론사는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습니다.


성과에 대한 보상과 조직의 안정성 사이의 균형은 늘 어렵습니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은 분명히 옳습니다. 동시에 그 보상이 조직의 질서와 협업 구조를 완전히 흔들어 놓을 때, 그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은 결국 현장에 남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과 중심’이냐 ‘연차 중심’이냐라는 단순한 이분법보다, 성과를 조직 전체의 학습과 시스템 개선으로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성과가 조직의 자산으로 남지 못한다면, 그 성과는 반짝였다가 사라지는 불꽃에 불과합니다.


김선태 주무관이 보여준 창의성과 추진력은 분명히 본받을 만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그가 떠난 자리에서 또 다른 김선태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타 기자를 기다리는 조직이 아니라, 평범한 기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취재 노하우가 공유되고, 실패의 경험이 축적되며, 개인의 역량이 팀의 자산으로 남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조직은 특정 인물에 휘둘리지 않고도 꾸준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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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도 아마 ‘스타 기자’로 불리지는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제 일을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매일 현장을 지키고, 누군가는 독자가 놓치기 쉬운 사소한 변화를 기록하며, 누군가는 조직의 톱니바퀴로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 역할이 모여 언론이라는 조직이 움직이고, 사회를 비추는 창이 유지됩니다. 빛나는 별이 있는 하늘이 아름답지만 어두운 밤을 밝히는 것은 별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작은 빛들입니다.


김선태 주무관의 퇴사 소식을 보며 든 여러 생각은 결국 ‘사람’과 ‘시스템’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돌아옵니다. 개인의 탁월함을 존중하면서도 그 개인이 없어도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 스타의 성공을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조직의 학습 기회로 전환하는 것. 그게 가능해질 때, 김선태 주무관의 사례는 ‘특이한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례가 많아질수록 조직은 특정 인물의 등장과 퇴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더 단단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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