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부관계의 어려움 극복을 위한 3가지 조언

결혼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by 작가 전우형

부부관계가 힘들어지는 원인은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하나는 오랜 기간 다른 생활방식을 고수해온 두 사람의 생활영역이 밀접하게 합쳐진 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물질 만능주의의 시대에서 결혼의 조건이 흔히 말하는 사람의 '스펙'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대 사회의 이면에 존재하는 젠더갈등이 부부의 관계까지 영향을 미친 탓이다. 부부관계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3가지 측면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부부관계의 어려움 극복을 위한 3가지 조언



1. 결혼상대는 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우선으로.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이 자기중심적인 면이 존재한다. 관계 유지의 필수조건은 '소통'이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상태를 '소통'이라고 한다.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 성장배경부터 성격까지 모든 것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났기에 생활영역에서부터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차이가 교정되고 서로 맞물려 돌아가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그 사이에 있을 수많은 갈등 상황을 대화로 풀어나가지 못한다면, 부부관계는 점차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평균 연령 80세를 기준으로, 부부가 함께 해야 할 세월은 50년에 달한다. 긴 세월을 함께하려면 부부간의 유대와 신뢰, 공감 없이는 불가능하다. 유대와 신뢰는'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며, '소통'은 필수다. 결혼상대를 선택할 때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2. 결혼상대를 '조건'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결혼상대를 판단할 때 '조건'을 본다. 결혼사이트에 명시된 결혼의 조건은 직업, 연봉, 재산, 외모, 학력 등이다. 이런 경향은 결혼을 '잘'했다고 평가하는 경우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너는 참 결혼을 잘했어. 배우자를 참 잘 만났다!"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배경에는 배우자의 사회적 지위, 회사의 직급, 재산, 외모에 대한 평가가 존재한다. 결혼이 어떤 것인지 조금만 더 생각해본다면 결혼상대를 현재의 조건으로 판단하는 사고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조언을 해주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사람과 조건은 별개다. 생계는 현실이고, 돈이 부족하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들에 제약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을 사는 게 팍팍하다고 표현한다. 아이를 키우는데도 많은 돈이 든다. 가계를 꾸려나가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분명 존재한다. 사람이 훌륭하기 때문에 현재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추론은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다. 한국인의 심리에는 '직선 본능'이라는 것이 존재해서 현재의 조건이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라는 오류를 범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를 할 때 그동안 주가가 꾸준히 상승해온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나, 창업을 할 때 그동안의 매출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그만한 매출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측은 근거가 없거나 부족해서 실제로는 주가가 하락하거나 매출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혼상대의 현재 조건이 앞으로 어떻게 등락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상대를 고를 때 현재 조건에 치중하느라 정작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을 놓치기도 한다.


'조건'은 사람의 정체성과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 결혼상대를 '조건'으로 판단하는 관점은 부부관계를 불행하게 할 수 있다. 사람은 유한하며 변화무쌍한 존재다. 기계에는 '정격 성능'이 있지만, 인간의 조건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스포츠 선수들은 가능하면 장기계약을 하려 하지만, 구단에서는 정말 유능한 선수가 아니고서는 가급적 단기계약을 원한다. 스포츠 선수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기량이나 퍼포먼스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기 계약한 선수가 부상당하거나 개인관리 부족 등으로 기량이 급감해 전력 외가 되는 경우도 있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가진 조건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태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잘 나가던 사업가도 한순간에 빚더미에 앉을 수 있고, 가족의 사랑이 그동안 내가 벌어다 주는 돈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엄청난 부정적 감정에 압도되고, 가정을 유지할 이유를 잃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조건을 통해 이루어진 '계약'스러운 결혼은 '조건'이 무너지는 순간 계약해지의 수순을 밟게 될 수밖에 없다. 계약해지가 반드시 '이혼'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니더라도, 쇼윈도 부부처럼 공식석상에서만 부부관계를 연기하거나, 아이 양육이나 여타의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사정 등으로 부부관계를 억지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그것은 부부관계의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상대방을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조건으로 판단하지 않는 상대를 만나는 것도 결혼생활을 비극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



3. 남녀는 원래 '적'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현대사회에 만연한 젠더갈등을 가정의 영역으로 끌어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페미니즘은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순기능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의 페미니즘은 오히려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남자와 여자는 본래 '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여자의 적은 여자였고, 남자의 적 또한 남자였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의 날 선 대립구조를 조장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은, 그동안 여성은 피해자였으며, 그런 여성을 탄압해온 것은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남성들이라고 말한다. 물론, 남성들이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을 짓눌러왔고, 여성의 인권을 유린했던 시기가 분명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고부갈등에서도 볼 수 있듯 여성을 괴롭히는 존재는 전통적으로 여성이었다. 성관련 이슈들을 포함해 직장 내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존재로 회자되고 있지만, 과연 여자 상사들이 많아지는 것이 여직원 인권 향상에 더 도움이 될지 솔직히 의문이다. 오히려 나도 여자고, 나도 그까짓 출산과 육아 다 하면서 직장생활 해왔다며 엄살 피우지 말라고 하지는 않을까? 더 잘 안다는 이유로 아랫사람의 어려움을 더 쉽게 무시해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성 간에는 생물학적 차이를 극복할만한 무언가가 존재해왔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는다. 결혼은 남성과 여성이 사랑을 통해 만들어낸 연합체이며, 불필요할 정도의 젠더갈등에서 벗어난다면, 부부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움으로써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공생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결혼의 영역에까지 이해관계를 과도하게 따지거나, 모든 것들을 정량적으로 맞추려는 시도는 해결되지 않는 갈등의 촉매가 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은 인간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다. 장단점도 다르고 서로 잘하는 영역도 다르다. 다른 존재를 성냥갑에 욱여넣듯이 자르고 깎아내어 똑같이 만드는 것이 양성평등은 아닐 것이다. 이것을 극복할 수 있는 부부의 마음가짐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부부가 서로의 수입을 비교하기 시작할 때 해결할 수 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사회적 기능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부부관계나 가정을 일궈나가는 데 있어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어서 가격이 책정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한 것들을 돈으로 따지기 시작할 때, 혹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하기 시작할 때, 두 사람은 다시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너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혼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며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결혼과 부부관계에 대해 현실적이다 못해 다소 비관적으로 보일 정도로 부정적 측면을 먼저 언급하는 이유는, 그것이 부부들이 맞닥뜨릴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이상화'는 위험하다.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마크 맨슨은 자신이 어떤 종류의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선택하면 후회가 적다고 말한다. 이 말은 어떤 선택이든 고통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부관계에도 분명 고통스럽고 힘든 점이 있다. 그 이유는 부부관계도 '인간관계'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서로 다른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 만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마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사랑과 웃음만 주고받으며 매일같이 행복하게만 살 것이라 예측하고 시작한다면, 곧 절망에 빠지고 말 것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부정할수록 문제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으며, 더 큰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혼 적령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결혼시기가 늦어질수록 결혼 이후에 극복해야 할 두 사람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로 산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결혼에 대한 기혼자들의 불평불만이 결혼생활의 모든 것이 아니다. 결혼에는 그 삶을 실제로 경험해보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좋은 것들도 많다. 다만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결혼의 현실적 어려움은 바로 그 기회비용이다. 물건을 살 때 당연히 가격을 고려하는 것처럼, 결혼 이후에 치러야 할 기회비용을 현실적으로 고려하면서, 결혼의 가치와 장점을 함께 고민한다면 결혼생활의 시행착오도 감당할만한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억은 추억을 머금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