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그러니까 2021년 9월 초순경 한국 해군에서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시험발사에 참가한 잠수함은 3,000톤급 1번 함 '도산 안창호'함이었다. 전력화 과정을 거쳐 실전배치가 완료되면 전 세계에서 8번째로 SLBM 보유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SLBM, 특별할 것 없는 이 네 글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기에 이토록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일까?
SLBM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우선 잠수함의 특성부터 이해해야 한다. 잠수함은 전략자산으로 분류되고 흔히 '비대칭 전력'이라고도 불린다. 그 배경은 잠수함만이 가질 수 있는 '은밀성'에 있다. 은밀성의 핵심 요소는 상대방이 나의 위치나 의도, 행동 등을 알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잠수함이 은밀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잠항', 즉 물속으로 항해하는 것이다. 잠항의 개념 자체는 간단하지만 그 안에 숨은 전술적 의미는 결코 적지 않다. 후술 하겠지만 아직까지 한국 해군 잠수함은 디젤 추진방식만을 보유하고 있고 디젤 잠수함의 잠항 능력에는 제약이 많다. SLBM이 진정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디젤 잠수함에서 핵 추진 잠수함으로 추진방식의 도약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왜, 어떻게 고작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 만으로 은밀성이 유지될 수 있을까?
잠수함 은밀성의 원천 : 수중환경
그것은 수중의 환경적 특성 때문이다. 표적의 탐색, 접촉, 식별, 추적 등에 사용되는 기본적인 수단은 '전파(radio wave)'다. 방사된 전파가 어떤 물체에 반사되는 것을 활용해 표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정보수집에 가장 기본으로 활용하는 것은 '빛'이다. 즉 우리는 눈을 통해 사물을 본다. 하지만 현대전의 범위는 가시거리의 영역을 벗어난 지 오래다. 육해공 할 것 없이 작전을 펼치는 데 있어 전파가 차지하는 역할은 지대하고 지배적이다.
전파의 송수신이 원활하지 않으면 통신이 제한되고 적에 대한 정보는 물론 아군에 대한 정보도 제한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최근에는 위성통신이 주를 이루다 보니 무선통신의 비중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전파이며, 그 전파를 활용해 표적정보를 수집하는 장비가 흔히 말하는 'Radar'이다(Radar는 '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약자로 원칙대로라면 대문자로 표기해야 하지만 이미 하나의 단어로 보편화되어 Radar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수중은 전파가 도달하지 못한다. 당연하게도 Radar로는 잠항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없다.
수중환경의 또 다른 특성은 전파뿐만 아니라 빛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빛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은 대략 수심 20m 정도까지의 영역인데 이것도 어느 정도의 가시거리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칠 뿐 명확하게 무언가를 식별하고 탐지하기에는 대단히 부족하다. 인공위성의 등장으로 전파탐지와 더불어 위성영상은 중요한 정보수집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한국이 여전히 미국 등 우방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위성영상은 '빛'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물속은 탐색할 수 없다.
이처럼 단순히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전파'나 '빛'으로는 탐지가 불가능해진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수단이 무력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공이 날아오는 것을 모르고 맞으면 충격이 매우 심하다. 정신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날아오는 공을 미리 알고 기다리다가 머리로 정확히 임팩트하면 헤딩이 된다. 이 두 가지의 차이는 날아오는 공을 미리 알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 즉 정보의 유무에서 기인한다. 잠수함이 비대칭 전력으로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잠수함은 몰래 가서 때리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과거 1,2차 세계대전 당시만 해도 영국은 잠수함을 '비신사적인 무기'로 치부하며 독일을 비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독일의 유보트는 전황 자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잠수함이 잠수함으로서의 전략적 가치를 온전히 수행하려면 '잠항'상태를 가급적 오래 유지할 수 있어야 함을 말해준다. 전파나 빛의 탐지범위는 수면까지다. 해상에서 항행하는 모든 선박들 역시 같은 원리로 정보를 수집한다. 즉, 잠수함이 잠항하지 않고 물 위에서 있다면 일반적인 선박과 하등 다를 게 없는 처지에 놓인다. 오히려 기동성은 떨어지고 가진 무장도 변변찮기 때문에(어떤 측면에서는) 일단 은밀성을 잃어버리고 나면 가장 쉬운 타깃이 된다.
수중에서의 탐지 수단은 그래서 전파가 아닌 '음파(Sound Wave)'다. 음파는 대기 중에 비해 수중에서 3배의 속도로 전달되며 전파가 물에 도달하면 반사되거나 급격한 감쇄로 소멸되는데 비해 음파는 수중에서도 비교적 감쇄가 적고(물론 주파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원거리까지 전달되는 장점이 있다. 음파도 한계는 많다. 일단 소리로는 적아 식별이 불가능하다. 표적정보 역시 제한된 사전 정보를 통해 추정하는 한계가 있다.
수중에서의 탐지는 Sonar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은 능동과 수동방식으로 구분되는데 능동 소나는 음파를 먼저 송신하고 그 반향음을 통해 표적정보를 얻어낸다는 점에서 Radar와 유사하다. 수상함이 잠수함을 탐지할 때 주로 쓰인다. 잠수함은 수동 소나를 '애용'한다. 수동 소나는 눈을 감은 채 소리만 들으며 걷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굳이 '애용'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잠수함은 능동 소나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은밀성' 때문이다.
물속으로 들어와 '전파'와 '빛'으로부터 모습을 감출 수 있게 된 잠수함은 이제 '소리'로부터도 은밀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소리로부터의 은밀성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제1원칙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을 '정숙성'이라는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잠수함의 선체는 원통형, 물방울 형 등 유려한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 유보트를 떠올려보면 조금 다른 모습인데 그 당시에는 오히려 수상함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함수가 뾰족한 형태에 갑판도 존재했다. 그것은 잠항과 통신능력의 한계 때문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장시간 잠항이 불가능했고 잠수함의 작전 형태 또한 평소에는 물 위에 떠 있다가 지령을 받으면 일시적으로 잠항해서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만약 현대와 같이 대잠항공기가 상공에 떠다니고 인공위성의 영상 촬영마저 가능했다면 천하의 유보트라고 해도 당시만큼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잠수함은 현대화 과정에서 작전개념이 필요시 잠항에서 필요시 부상으로 변경되었다. 이제는 평소의 상태가 잠항으로 바뀌었고 선체의 형태 또한 그에 발맞추어 물속에서 가장 저항이 적은 형태로 개선되었다. 더불어 추진기 형태 또한 잠수함은 수상함과 사뭇 다른데 그것 역시 정숙성을 향상하기 위한 장치다. 추진기 소음은 수중에서 표적정보를 수집할 때 가장 먼저 활용되는 소음이며 추진기 형태에 따라서도 소음 레벨이 달라지지만 속도에 따라서도 변한다. 당연하게도 고속으로 달리면 그만큼 소리도 커진다. 그래서 가급적 잠수함은 정숙성 확보를 위해 고속 항해를 지양하는 편이다.
고속 항해에는 몇 가지 리스크가 따르는데 그것은 배터리 용량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고 앞서 기술한 것처럼 사실상 눈을 감은 채 청력에만 의지해야 하는 잠수함의 기동 특성과 관련되어 있기도 하다. 예컨대 시각장애인이 지팡이 하나에 의존한 채 길바닥을 육상선수처럼 뛰어다닐 수는 없는 노릇인 것과 같다. 수중환경에 대해 아직 언급하지 않은 것은 '수압'이다. 수압은 잠항심도를 제한하는 뚜렷한 요소이며 대략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1 bar의 압력이 더해진다고 보면 된다. 고속 항해 중 적정 트림을 유지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심심도로 곤두박질치게 될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전술적 영역에서 잠수함은 가급적 깊은 바다에 위치할수록 여러모로 유리하다. 피탐우려도 적고 수상을 항해하는 선박들과 충돌이 일어나거나 예인 물체나 어망 등에 휘감길 위협도 적다. 그래서 선체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심심도 잠항을 선호하게 되는데, 여기서의 예상치 못한 심도 변화는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것은 고속을 꺼려하는 커다란 이유 중 하나다.
이처럼 잠수함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잠수함은 위협적이다. 그 핵심에는 상기한 것처럼 '은밀성'이 있다. 이러한 은밀성과 결합되어 SLBM은 큰 의미를 지닌다. 잠수함 발(發) 미사일은 상대로 하여금 발사 시점과 위치를 특정할 수 없게 함으로써 방어를 무력화한다. 현대전은 '정보전'이라 할 만큼 정보의 역할이 중요하다.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전력을 배치하고 경계태세 등을 조정한다. 잠수함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점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특정하기 어려운 데서 기인한다. 그 배경에는 잠수함에 대해 수집할 수 있는 '정보'가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존재한다.
잠수함의 위치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단 물속으로 들어가고 나면 적도 알 수 없지만 아군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상 적군 입장에서는 잠수함이 항구를 떠나면 그 이후로 다시 찾아낸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 여기서 디젤 잠수함과 핵 추진 잠수함의 커다란 차이가 발생한다.
디젤 잠수함은 디젤 엔진을 작동해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그 배터리를 이용해 잠항을 지속하는 잠수함이다. 쉽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디젤 엔진을 작동시키려면 공기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물 위로 올라와야 한다. 물론 완전히 부상하지는 않는다. 스노클 마스트라는 굵은 빨대 같은 것을 물 위로 솟아오르게 한 뒤 일정 시간 배터리를 충전하고 다시 물속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이처럼 언젠가는 반드시 물 위로 올라와야만 한다는 것이 디젤 잠수함의 가장 큰 약점이다.
잠수함이 수면에 근접하게 되면 커다란 위험이 뒤따른다. 비록 작지만 무언가 물 위로 드러나있기 때문에 숙련된 레이더 작동수에 의해 피탐될 수 있다. 스노클 마스트의 형상만 집중적으로 보는 대잠항공기에 의해 피탐될 수도 있다. 인근을 항행하던 선박이나 어선 등에 의해 신고당할 수도 있다. 만약 그 위치가 적진 한복판이라면 그 잠수함의 운명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배터리가 얼마나 발전할지 알 수 없지만 현재의 배터리 수준으로는 오랜 시간 잠항이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 해군의 주력 잠수함인 장보고급 디젤 잠수함은 고속 항해 시 수 시간 내에 배터리가 방전되는 수준이다. 그보다 한 단계 진보된 손원일급 디젤 잠수함의 경우 AIP(공기 불요 추진체계)를 장착해서 수 일 더 머물 수 있지만 호텔 로드가 기준이어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더군다나 AIP시스템은 일회용이다. 한번 쓰면 다시 충전할 수 없고 그 이후는 장보고급 잠수함과 같아진다. 배터리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납축전지를 쓰는 경우 일정 비율 이상 소모되고 나면 비가역 상태가 되어버린다. 다시 충전이 불가능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잠항 능력 측면에서 디젤 잠수함은 여전히 반쪽짜리 잠수함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잠항 능력에 있어서는 무한대나 다름없다. 핵연료 반응으로 만들어낸 열기로 증기를 끓여 터빈을 돌리고 전력을 생산한다던가 하는 방식은 원자로 형태에 따라 몇 가지로 분류되지만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한 장점을 지닌다. 즉 함 내 대기관리, 승조원 건강관리, 식수 혹은 식량 문제 등 인원과 관련된 사항을 제외하면 사실상 부상을 강요받지 않는다. 필요시에는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고속으로 회피기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회피기동 이후에도 지속적인 잠항이 가능하다. 만약 현재의 장보고급 디젤 잠수함이 적함을 공격한 후 빠르게 위치를 벗어나기 위해 전속으로 기동 한다면 수 시간 내에 배터리는 방전되고 이후는 치명적인 상황에 놓이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SLBM이 개발되면 수직 발사관이 탑재된 3,000톤급 잠수함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크기만 달라졌을 뿐 디젤 잠수함이라는 태생적 한계는 명확하다. SLBM의 장점은 적이 예상치 못한 위치에서 발사해 방어에 필요한 시간과 여력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것인데 일단 디젤 잠수함으로는 적이 예상치 못한 위치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그 이후 탈출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이 그토록 잠수함과 핵무기, 탄도탄, 그리고 SLBM 기술 개발에 목매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4가지를 가지고 있는 한 누구도 북한을 함부로 무시하지 못한다. 아무리 전쟁에 승리하더라도 자국 영토에 핵미사일이 떨어진다면, 그 전쟁은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다. 비단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함대지 유도탄의 활용 가능성도 높다. 최근 추세는 SSBN(전략핵 잠수함, 핵 탄도탄 탑재 잠수함을 이름)보다 SSGN(같은 형태나 핵 미사일 대신 다수의 함대지 유도탄을 탑재한 잠수함)이 더 활용도가 높다. 핵무기는 리스크가 너무 큰 탓에 사용할 엄두도 못 낸다. 사실상 핵전쟁의 시작은 서로의 파멸인데 어느 국가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대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적국의 주요 시설(예컨대 발전, 통신, 도로망 등 핵심 기반시설)을 타격하거나 지휘부를 곧바로 노릴 수 있는 용도로 사용한다. 한국의 콜드 런치 기술 역시 그런 방식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