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너만 몰라

by 작가 전우형

우리 세 사람은 부산을 향했다. 각자의 목적은 달랐지만 오랜 고향을 다시 찾는다는 기대감으로 들뜨고 설레었다. 우리에게 부산은 이제 조금 멀어졌으나 여전히 수많은 관계와 추억과 이야깃거리와 아직 완전히 과거로 자리잡지 못한 삶의 향기가 머리맡의 꿈처럼 늘 아른거리는 곳이다.


여행이 아름다운 건 좋은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미 부산에서 시작해 꽤나 긴 시간을 거쳐 평택까지 이어졌으며 나는 그저 그 두 사람과 우연한 인연으로 만났을 뿐이었으나 우리는 '부산'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매개로 불현듯 아주 짧은 시간에 이번 여행을 함께할 극적 타결을 이루어냈다. 서로의 사정이 조금씩 달랐고 목적한 바 또한 달랐지만 부산으로의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는 희미하고도 강력한 바람이 우리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모았고 설레지만 한편으로는 고단한 몸을 이끌고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났다.


모든 것이 완벽한 여행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한주 내내 몰아치던 비바람이 출발의 순간 이후로 멈춘 이유였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적립한 선명한 무지개의 보상이었을까. 우리의 부산행은 한 사람은 운전하고 한 사람은 전화를 하고 한 사람은 멀미로 종종 의식을 잃었음에도 즐거웠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직업을 이야기했으며 과거의 많은 순간을 오갔다. 그 안에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고 한참을 깔깔거릴 만큼 재미난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트렌드를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요 톱 10을 놓치지 않았다는 말에 연세를 물으며 박장대소하기도 했고 낙동강 오리알 이야기는 꺼낼 틈도 없었으며 언제 어떻게 돌아오고 만날지 의논하지도 못한 채 4시간 넘는 길을 웃음과 추억과 이야기로 채웠다. 우리는 부산으로 향하는 그 순간을 순수하게 즐겼다.


부산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의 목적지로 흩어졌으며 누군가는 언니를 만나고 누군가는 엄마의 품에서 고단한 몸을 녹였으며 누군가는 아버지와의 어색한 만남 속에서도 속으로 기뻐했다. 각자의 고향에서 오래된 추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냈으며 꾸러미 꾸러미 싸주신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 들었다. 바다와 산의 향취가 부산의 냄새를 되살려주었으며 몰운대 바닷가의 변화된 모습과 여전히 작고 맑고 한가한 자갈마당을 보았고 갯강구 한 마리가 사람 잡는 풍경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했다. 아이가 부모를 부르는듯한 까마귀 소리를 들으며 철제 탁자에서 숨을 고르기도 했고 등산객의 발걸음이 이쪽에서 다가와 저쪽으로 멀어지는 소리, 수많은 조화로우면서도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새의 지저귐과, 바닷바람이 나뭇결을 스치는 소리와, 멀고도 가까운 파도소리와, 숲벌레의 작고도 선명한 날갯짓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이제는 분교가 되어버린 옛 학교터의 너른 바위를 살피기도 했고 입을 헤벌쭉 벌리고 착륙하는 비행기의 밑바닥을 바라보기도 했으며 길을 찾지 못해 같은 동네를 빙빙 돌기도 했다. 날씨와 커피 향이 좋았고 고향의 친숙함이 정겨웠으며 사람이 좋았고 시간이 좋았다. 이보다 더 완벽한 여행이 존재할 수 있을까.


여행이 아름다운 이유는 좋은 사람과 좋은 곳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그가 좋은 사람인지는 함께 여행을 떠나보면 안다. 누군가는 여행의 즐거움을 망가트리지만 좋은 사람은 여행 그 자체를 행복하고 설레게 한다. 서로의 추억과 시간을 밀거나 당기지 않고 그대로 볼 수 있게 하며 노래를 듣고 함께 즐기며 가끔 한 때의 시간 속에 함께 머물 수 있게 한다. 24시간의 부산여행이 이토록 충만할 수 있을까.


여행은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너만 모르는 두 사람의 장점을 고스란히 알려주었다. 수더분하고 꾸밈이 없으며 엉뚱한 매력으로 웃음 짓게 하는 능력.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하며 좋은 노래를 선곡하는 능력. 우울한 노래만 자꾸 틀어서 미안하다며 우울한 노래만 계속해서 고르는 능력. 가요 톱 10을 빠짐없이 보면서 트렌드를 따라가는 능력. 사람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능력. 아픈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 삶의 좋은 일들과 사람의 좋은 면을 쏙쏙 기억하는 능력. 종종 곯아떨어지는 능력. 헤아리자면 수도 없이 많은 두 사람의 장점이 짧은 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주었음에 감사하며 좋았던 사진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졸음쉼터에서 구름에 숨은 달, 아미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낙동강 하구 삼각주와 장림공단, 멀리 명지 오션시티
자갈마당과 등산로, 다대포 해수욕장의 백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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