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by 작가 전우형

벌써 일주일도 더 된 얘기다. 아이가 유리병을 깨트렸던 건. 놀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봤다. 고요했던 오후가 유리조각처럼 산산이 부서진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도 보름달 같은 아이의 눈에서 터져 나올 울음이 더욱 무서웠다. 나는 말없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그런 아이를 섣불리 달래거나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바닥에 흩뿌려진 유리조각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아이는 울음을 터트리는 대신 자신이 직접 깨진 유리병을 치워야 한다며 나를 밀어내고 다가서려 했다. 작고 연약하고 부드러운 손에 유리조각이 박힐까 걱정되었던 나는 그런 아이를 제지했다.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울음을 터트렸다. 비명처럼 날카롭고 높은 톤의 울음소리가 날아든 유리파편처럼 고막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큰 유리조각을 치우고 자잘한 조각을 쓸어 담고 젖은 행주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고 미세한 입자들을 마지막으로 훔쳐 내는 동안 아이는 나의 뒤편에서 발작적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내가 반응하지 않자 아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침을 뱉어대기 시작했다. 나는 애써 그 모습으로부터 눈을 돌렸다. 그저 귀를 찢을 것 같았던 아이의 울음이 멈춘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벌어진 입에서 줄줄 흘러나온, 그리고 입 안에 있던 침을 혓바닥으로 긁어모아 뱉어내기까지 한 그 끈적하고 거품 가득한 액체들이 바닥에 모여 하나의 웅덩이를 형성했다. 아이는 내가 일련의 작업을 마치고 돌아서자 도망치듯 밖으로 뛰쳐나갔다. 상관하지 않고 싶었지만 바깥은 버스나 택시 따위가 쌩쌩 다니는 도로와 아주 가까웠다. 건물 주차장을 겸하는 공간인 탓에 차도 자주 드나드는 위험한 공간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아이는 건물 모서리에 숨어 있었다. 커다란 유리 너머로 아이의 그림자가 보였다. 나는 그저 건물 주변을 이리저리 맴돌며 하늘을 보았다. 햇살이 참 좋았다. 아이는 소리를 질러댔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다행이었다. 잠시 후 아빠가 나타났고 아이는 아빠에게 안겨 그의 귀에다 대고 무어라 소곤거렸다. 두 사람은 이내 사라졌다. 그 아이는 아빠에게 뭐라고 말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