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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Nov 03. 2022

새벽 4시

잠꼬대

강아지는 많이 늙었다. 강아지가 늙었다는 건 잠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나도 많이 늙었다. 내가 늙었다는 건 잠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강아지의 잠든 모습을 자주 바라보게 되었다. 강아지는 이제 내가 자다가 깨어나 거실을 서성거려도 가까이 다가와 꼬리를 흔들지 않는다.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잠들고 만다.


잠이 많아질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쪽과 잠이 적어질수록 죽음에 가까워지는 쪽 중 어느 쪽이 더 편할까? 어렵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쪽과 죽음에 저항하는 쪽 중 어느 쪽이 더 편할까? 그것도 어렵다. 결국, 죽음이라는 단어와 엮이면 어느 쪽도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이유는 뻔하다. 아직 죽어본 적이 없으니까. 죽은 다음에 뭐가 어떻게 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으니까. 아니, 죽음 이후라는 게 존재하는지조차 설명할 수 없으니까.


그래서 자꾸만 지금을 붙들게 되나 보다. 지금은 내가 조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고 내가 현재형으로 숨 쉬는 유일한 순간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을 살아갈 뿐 소유할 수 없다. 손에 잡힐 듯 아른거려도 정작 손을 펼쳐보면 거기 남은 건 과거뿐이다. 그 미련이 생에 대한 집착을 만든다. 지금을 붙잡지 않는 한 죽음과 가까워지는 걸 멈출 수 없으니까. 결국 나는 잠들 수 없고 강아지는 코를 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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