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전우형 Dec 22. 2022

나는 이 시간이 싫다

이 시간이 되면 

벽이 사라지고

빛의 색깔이 변한다


나는 이 시간이 싫다

싫은 이유는 사람이 많아서다


나는 이 시간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이유도 사람이 많아서다


오늘 이 시간은 유난히 북적거렸다

창 밖으로 동그란 눈동자들이 떠다닌다

나는 애써 허공에 눈을 맞춘다

옆을 하릴없이 쏘다니던

하얀 옷을 불러 주의를 줬다


그 사람은 말귀가 어둡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 엉덩이를 들추고

배가 아프다고 하면 젖병을 물린다

이번에도 하얀 옷은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오물거린다

조금씩 새어 나오는 맛을 음미하다 보면

기분이 좋고 잠이 쏟아진다


나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실은 저 많은 눈동자 중에

내가 기다리던 사람은 없다는 걸

그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을 거란 걸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착 하고 커튼을 쳤다

커다란 유리창 위를 떠돌던 눈동자들이

일시에 사라졌다


나는 이 시간이 싫다


작가의 이전글 낙엽 같은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