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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Jan 04. 2023

'금세'

파랑새야 안녕.

모든 걸 완벽히 정리한 후에야 비로소 찾아드는 파랑새가 있다. 파랑새는 금세 떠난다. '금세'라고 쓰는 게 이상해 보인다던 내게 금세는 '금시에'의 준말이라서 그렇다고 다정하게 알려주던 파란 코트의 뒷모습처럼. 등을 보이는 게, 등을 보는 게 상수인 관계처럼 나는 고개를 숙이고 파랑새는 울다 날아가고 나는 고개를 들고 파랑새는 이미 보이지 않고. 기록하는 순간 초는 과거가 되고, 그래서 하나하나 정리하고 또 정리하다 보면 파랑새마저도 정리되고 마는 모순. 나는 파랑새가 보고 싶었는데 남은 건 그가 이미 떠났다는 사실과 이제는 고쳐 쓰지 않아도 되는 '금세'라는 글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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