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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전우형 Dec 30. 2022

몸살

악바리처럼 버티던 아내가 고장 났다

초저녁부터 몸져눕더니 밤새 끙끙거렸다

해열제도 응답이 없었다

베갯잇에서 물기가 배어 나오고

아내가 덮은 담요 사이로 

습기 머금은 뜨거운 공기가

뭉글뭉글 새어 나왔다

아내와 함께 산 19년 동안

처음 맡아본 냄새였다

그래 당신도 사람이었지

젖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이마를 닦아도

아내는 끙... 웅크린 몸을 펴지 못했다

돌아눕지 못했다

눈도 뜨지 못했다

그러다 눈을 떴을 때

아내는 여전히 땀에 절은 얼굴이었다

이마의 물기를 훔치며 부엌으로 갔을 때

식탁에는 김자반과 멸치볶음으로 간을 한 주먹밥이 차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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