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병원을 뛰쳐나왔다고? 도대체 왜?

궁금해서 찾아보기 시작한 그들의 목소리

by 작가 전우형

* 어찌하다 보니 굉장히 긴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더불어 제 나름대로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저는 의료체계나 건강보험 등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 제 생각이 얼마든지 잘못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의사들이 파업했다.


의사는 의료인이다. 의료인은 파업하기 참 안 좋은 직종이다. 당장 의료인들이 파업을 하면 생명이 위급한 누군가는 적절한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때로는 누군가가 생명을 잃는다. 그리고 그 원성은 고스란히 파업한 의료인들에게로 쏟아진다. 한편으로는 참 안타깝다.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파업에 임하는 노동자들은 많지만, 의료인들은 파업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쳤을 것 같다.

공공 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결국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코로나 사태로 의료인들의 힘이 더 필요한 시기라 그들에 대한 날 선 비판들도 이어지고 있다. 나는 여기에 대해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중립적 입장에서 여러 글과 입장문, 유튜브 영상들을 살펴보았으며 이번 의사파업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원인은 무엇인지, 그 이면에 숨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공공 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내용은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간 가장 온도차가 극명한 부분이다. 보건복지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간 의사 4,000명을 추가 양성하고, 이 중 3,000명은 '지역 의사 특별전형'으로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 의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해 몇 가지 주목할만한 이슈들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적다.


의대 정원 확대 관련하여 정부가 내세우는 근거는 OECD 통계자료인데, 그중에서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은 3.3명이지만, 한국은 한의사를 포함해도 2.3명에 불과하다는 내용이 있었다. 한의사를 제외하면 거의 2명 안팎으로 더 줄어든다. 이처럼 의사 수가 부족하니 의대 정원을 확대해서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의사들의 의견은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관계가 없다는 쪽에 있었다. 이미 우리나라는 연 평균 진료횟수나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해야 하는 시간 등에 있어 다른나라보다 훨씬 더 우위에 있고, 이것은 곧 한국의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한국은 의사 수가 적은 것과 관계없이, 동네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전문의를 기다리지 않고 만날 수 있으며 다른 통계에서는 인구 1인당 진료 횟수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높아서 의료서비스의 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만,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훨씬 못미치는 것은 팩트라고 의사들도 인정했다.



첨예한 대립, 그리고 의사들이 부르짖는 '수가'


의사 측에서는 하나같이 지금 해결해야 할 것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수가'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의료수가(출처 : 시사상식사전)

환자가 의료기관에 내는 본인부담금과 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급여비의 합계.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의사나 약사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의료행위에 대해 제공하는 비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치료 원가와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의 인건비와 전기료 등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부대비용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간단하게 말해, 의료수가는 어떤 의료행위를 실시함으로써 의료기관이 지급받는 돈의 합계라 볼 수 있다. 즉, 우리가 흔히 어떤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지불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다만, 의료서비스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은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공통으로 낸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결국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비용의 원천은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내는 건강보험료에서 충당되므로 결국은 수가란 국민이 기금 형태로 납부한 돈을 통해 의료기관에 지급되는 금액이 되겠다.



기피과가 생겨나는 이유 : 수가의 불균형?


건강보험은 가입자를 대신해 병원, 약국 등 의료 공급자에게 진료비를 지불할 때 각각의 의료행위(진찰 처치, 수술 등)에 대해 의료수가를 매긴다. 의사들의 입장은 바로 이 '의료수가'가 비정상적으로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기피과(흉부외과, 산부인과 등)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대략의 내용은 이렇다.


흉부외과, 중증외상 의학과, 산부인과 등은 의료수가가 적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술이나 환자 치료를 할수록 적자가 발생한다.(세부 통계는 알 수 없지만 의료수가는 원가의 70% 수준이라고 한다.) 적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행위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 의료행위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것이 '수요'라고 한다면 면 의료행위가 '공급'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수가가 잘못 책정되어 있음으로 하여 이른바 '역마진'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급자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니 물건을 더 공급할 필요가 없어져버린다. 더불어 흉부외과나 중증 외과, 산부인과 등은 수술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많은 장비와 전문인력, 중환자실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2차 병원(종합병원급), 3차 병원(대학병원급)에서나 개설이 가능한데 규모가 큰 병원에서야 어떻게든 운영하겠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에서는 기피과 운영은 오히려 독소가 되고, 이로 말미암아 기피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의사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근무할 근무지가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즉, 가뜩이나 더 많이 배워야 하고, 어려운 수술을 해야 하고, 부담은 큰데 비해 근무할 곳은 없으니 그 전공을 점차 선택하지 않게 되고, 의사수가 줄어드니 있는 그나마 선택한 의사들은 업무가 과중된다. 그러니 기피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의사들의 공통된 의견인 것 같다.


이해는 갔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것은 수가가 부족해서 병원은 적자가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병원은 어떻게 운영되는 것일까? 그에 대해서는 장례식장, 매점, 주차장 운영 등을 통해 매운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들었다. 그토록 병원 운영이 어렵다면 의사들이 받는 월급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의사들은 꽤나 고수익자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수가가 낮다는 말은 의료행위를 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말인데, 그럼 병원은 매번 손해를 보면서도 의사들의 월급은 그만큼이나 챙겨주고 있다는 걸까? 그래서 의사들의 평균임금을 한번 찾아보았다.



의사들의 평균임금


2016년 기준 월평균 임금 추정액은 의사 1,300만 원, 약사 600만 원, 간호사는 300만 원으로 확인되었고, 의사는 약사보다 2배, 간호사보다는 4배 이상 많이 벌고 있다고 한다.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임금인 279만 원보다 4.6배 높은 것은 업무 특성상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유사한 노동강도와 위험부담이 높은 환경에서 일하는 같은 의료인들에 비해 의사는 과도하게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걸까? 2016년 기준이니 지금은 더 상승했을 것이다. 실제로 간호사들은 저임금으로 인해 면허취득자 중 다수가 실제로 간호사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어떤 자료에서는 간호인력들이 부족해서 그간 간호사 양성을 늘려왔지만 그 결과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고, 그 원인 또한 수가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월 300만 원 받는 간호사들이 유인책이 부족해 실질적으로 그 일을 하지 않는 것과, 월 1,300만 원 받는 의사들이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국민정서에 직접적으로 와 닿지는 않을 말인 것 같다. 다른 궁금증이 들었다. 모든 의사들이 월 1,300씩 버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평균이니까 격차가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았다.

보건복지부 자료인데, 종합병원 의사는 중소병원 의사 사이에 격차가 제법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중소병원 의사가 오히려 종합병원 의사보다 오히려 많다는 점이었다. 평균치가 거의 2배에 달할 정도다. 왜 저런 일이 발생하는가 살펴보니, 아무래도 종합병원에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있어 평균치가 다소 하향되기도 하고, 중소병원, 특히 지방 중소병원은 의사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아주 극단적인 사례로는 연봉을 5억 가까이 주면서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것에서 발생하는 평균 격차가 아닐까 싶었다.




'수가'는 왜 '원가'를 따라가지 못할까?


의사가 돈을 많이 받는 것에 불만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의료수가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그 '원가'에는 그들이 받는 월급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의료수가에는 시술에 들어가는 의료장비나 의약품, 병원시설 운영비뿐만 아니라 의료인들에 대한 임금도 포함된다. 수가가 원가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은 의사들의 임금이 과도하게 책정된 탓도 있지 않을까?


'수가'는 기본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돈으로, 그 재원은 국민 모두가 납부하는 건강보험료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4대 사회보험의 일종으로 모든 국민이 의무로 가입하며, 일부 극빈층과 노령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급여 기준 일정 비율로 납부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그 재원은 '세금'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국가에서 의사가 되는데 돈을 대준 것도 아니고, 스스로의 피나는 노력에 의해 '의사'라는 나름의 사회적 지위를 가진 것이기에 자신들은 '공공재'가 아니라며 반발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의료행위에 대해 지급되는 돈이 공공성을 띄고 있기에 의료인들이 아무런 공공성을 띄지 않는다는 것도 한편으로는 그리 와 닿지 않는다. 더불어 '수가'를 올리려면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며 이것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된다. 그것은 '현실'이다.



수가만 올리면 모든 것이 해결되나?


'수가'를 올리는 것이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수가를 올리면, 의료행위에 따른 적자를 해소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기피과 운영을 병원에서 '기피'하지 않고, 따라서 기피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의 일자리가 확보되고, 숫자도 늘어남으로써 업무과중도 해소될 것이고, 따라서 기피과는 자연스럽게 기피받지 않는 과가 될 것이라는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기피과의 발생 원인에는 그 과가 가진 고유한 단점(큰 수술에 대한 부담,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오랜 시간 더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점, 중상환자와 같이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는 위험성, 그만큼 홀로서기가 어렵고 펠로우 과정 등이 길어질 거라는 점 등)이나, 개업의가 될 수 없다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워라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만큼 이러한 기피과가 가진 고유한 한계는 수가를 올리는 것 만으로 극복되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이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남을 것이며, 이처럼 불확실한 것을 확실한 해결책이라 말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공공 의대를 설립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져서 문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럼 의사를 더 선발하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의사를 더 선발하면 결론적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오히려 더 떨어질 거라는 것이 의사들 주장의 골자다. 맥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공공 의대를 지방에 설립하더라도 교수진이나 실습병원 등이 갖춰지지 않아 양질의 교육과 실습은 불가능하며, 결국 거기서 양성된 의사들은 수준이 떨어질 것이다. 그 의사들이 사회로 나와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릴 것이다. 그러면서 예로 드는 것이 대표적으로 '군의관'이다.


군의관들은 '의무복무'라는 사실과 '적은 급여' 탓에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할 동기가 적고, 의료행위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직 의사들의 생각인 듯하다. 나는 의사들이 군의관을 이처럼 낮추어 보는지 잘 몰랐지만, 내가 10년 넘게 군인으로 재직하면서 만났던 군의관들 중에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춘다고 생각할 만큼 진료를 대충 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군 병원 특성상 환자의 케이스가 다양하지 못하거나 비교적 젊은 시기에 의무복무로 오기에 엄청난 경력을 자랑하는 '명의'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의사들과 수준 차이를 느낄 만큼 진료를 대충 한다거나 불만을 가질만한 요소는 느끼지 못했다.


결국, 의사들의 반대는 공공 의대라는 교수진과 실습병원, 교육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곳에서 교육을 시켜 의사로 만들어봐야 의료서비스의 질이나 떨어트릴 뿐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뭐랄까... 불안에서 비롯된 추측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군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장교는 사관학교와 ROTC, OCS로 나뉘는데, 이 중 비사 출신(ROTC, OCS)에 대한 걱정이 많은 분들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비사 출신 장교 중 일부가 근무태만이나 부대원들을 이끄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히 '개인의 문제'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었다. 그들 중에도 열심히 근무하는 사람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했으며, 사관학교 출신 중에도 군인 자질이 부족해 보이는 이도 많았다.


공공 의대에서 교육시킨다고 해서 그들이 진료를 태만히 하거나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생각은 의사들이 가진 확증편향에 의한 왜곡된 결과라는 것이 개인적 사견이다. 그들이 어떤 의사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며, 일반 의대를 나온 의사들이라고 해서 모두 명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의대에서 배출된 의사들이라고 해서 엄청난 의료행위를 슈퍼맨처럼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복잡하거나 어려운 케이스가 되면 상급병원으로 보낼 것이고, 그곳에 계신 경험 많고 능력 있는 명의 분들이 충분히 잘 진료하실 것이다. 이런 우려가 의학전문대학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표출되었던 것으로 안다. 물론 앞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트리는 몇몇의 케이스가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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