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복귀하지 않는 진료현장

'권위'가 '권력'이 되지 않길

by 작가 전우형

의사 국시를 앞둔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시험 접수를 취소했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 또는 대한전공의협회에 소속된 모든 이들이 현재의 무기한 파업에 동의하는지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현재 상황을 보면, 대한의협의 입장은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한바탕 힘싸움이라도 해보자는 뉘앙스를 보이는 듯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사단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시 9월 7일부터 제3차 전국의사 무기한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의사들의 진료거부 지속은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자충수

바둑에서 자기의 수를 줄이는 돌, 즉 상대방에게 유리한 수를 일컫는다. 일상에서는 스스로 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며 '자업자득'과 같은 말이다.(출처 : 시사상식사전)


이번 의사 집단휴진은 '명분'이 부족하다. 명분이란 어떤 일을 꾀함에 있어 내세우는 정당성이나 이유를 뜻한다. 설사 정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4대 의료정책'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전쟁 구도는 지나친 감이 있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대부분의 본과 4학년생들이 국시 접수를 취소했다며 성명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십 수년 후에나 만날 수 있는 의사 4,000명을 만들기 위해 당장 내년부터 3,000명의 신규 의사를 잃어야 할 것이다." 참 흥미로운 말이다. 당장 의사 3,000명을 잃을 것이라니. 국가정책에 엄포를 놓으며 대치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걸까. 당장 국민청원이 불붙기 시작했다. 이미 35만 명이 이 청원에 동의하고 나섰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 > 대한민국 청와대

- http://me2.do/FjrtKf0P




이번 집단휴진에 전공의들과 의대생들까지 동참하게 된 배경을 추측해본다.


현재 의사파업의 최전선에 한창 수련 중인 전공의들이나, 곧 의사 자격을 앞둔 의대생들이 참여하게 된 이면에는 먼 미래에 무려 4,000명에 달하는 자신들의 경쟁자가 쏟아져 나올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부에서 의사를 매년 400명씩 더 뽑는다고 한다. '공공의대'라는 걸 만들고 시도지사 추천으로 입학시킬지도 모른다. 지금 나서서 막아야 한다. 나중에 모두 우리의 경쟁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자리잡은 의사선배들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우리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정책을 철회시켜야만 한다."

전공의나 의대생들이 정원 확대 반대에 전면적으로 나서게 된 이면에는이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공공 의대를 통해 양성된 4,000명의 의사들이 짧은 지역 근무 또는 기피과 근무를 마치면 결국 수도권으로 몰려와 자신들과 무한경쟁을 치르지 않겠냐는 불안을 느낀 것 같다. 우리나라는 결코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은데, 수가가 맞지 않는 게 문제인데 불필요한 공공의대로 세금을 낭비하고 의사 수를 양성하려고 하느냐는 반감이 커 보인다. 의견 차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정부에게 분노가 치민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이런 의견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현재 의협 및 대전협이 보이는 강경 일색의 태도는 다소 지나치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진료거부를 연장하며 의료전문가인 우리의 의견을 무시한 대가로 의사들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피부로 겪어봐라는 식의 '모 아니면 도' 스텐스를 취하는 것은 정부, 의사, 국민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마이너스 게임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데쓰매치에서 승자가 있다면 강경 극우파의 성격을 보여주는 의협 지도층 일부밖에 없지 않을까...


당장 저런 국민청원에 동의가 쇄도하고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이나 국시를 취소한 의대생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들이 떠안게 될텐데 의협을 비롯한 지도부가 의사지망생들의 잃어버린 미래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은 내려놓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책임감 가득한 이상적인 어른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익집단은 목적에 반하는 순간 와해될 뿐이다.




의사들이 달리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의사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했다. 나는 요 며칠 동안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보다도, 의협을 비롯한 유명 의사 유튜버들이 왜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이 허점 투성이에다 헛발질에 불과한 지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방송들을 끊임없이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를 정리하며 이해해보았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현재 의사수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인구 1,000명 당 의사수는 최하위 수준이라는 통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진료 횟수는 타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으며,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지도, 예약을 해야 하지도 않는다. 지역 간의 격차가 크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 외국에 비해 오히려 우리나라의 지역 간 의료 수준 격차는 낮은 편이다. 진짜 큰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차피 몇 시간 안 걸려 도착할 수 있는 수도권 병원으로 오기 마련이다. 지방에 의사만 더 뽑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곳에 병원을 짓고 '수가'를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현재 자신의 전공도 살리지 못하고 '피안성'으로 빠지고 있는 차고 넘치는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그쪽으로 빠지도록 유인책을 만들어야 한다. 기피과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피과(내, 외, 산, 소 ;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의 수가가 비정상적으로 낮음으로 인해 그 과에 해당하는 치료를 시행할수록 병원은 오히려 적자를 보고, 그 적자로 말미암아 병원은 그 과를 설치하지 않으려 하고, 당연히 그 과의 의사들이 일할 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은 채 억지로 공공 의대를 만들어 기피과를 선택하도록 하고 어찌어찌 육성해 낸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이 기피과 인력으로 남는다는 보장도 없다. 어차피 일자리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그들은 또다시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과 비급여 요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의료행위) 들을 찾아나갈 것이다. 이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국민의 한 명으로써 이러한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재 의사계층이 주장하는 것에는 다소 지나친 부분이 있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에게는 국민들의 요구와 더불어 '방향성'이 있을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상황과 이해관계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런 각자의 입장을 조율해 나가며 정책은 점점 현실화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이번 4대 의료정책도 마찬가지이리라 본다.


우리나라가 이미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지역과 수도권 사이의 의료격차 문제가 의사들의 입장에서 배부른 국민들의 불평불만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 나라 국민에는 의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지역 간 균형발전은 국정운영의 방향성이다. 이미 지역 시민들이 세계 유수의 국가들과 비교해서 객관적으로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이 모든 것이 수가를 정상화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것이라고는 의료전문가인 의사라고 해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복잡한 사회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여러 정책이 복합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여러 측면을 고려해 지역 의료인을 양성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을 결정했다면 들어보고 합의로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다.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며 진료현장을 집단으로 떠나는 행위는 명분이 부족하며, '명분'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도 힘들다.


의사 계층의 전문성이야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의사선생님들이 환자의 생명을 구한다는 일념으로 밤잠 줄여가며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한다. 다만 의학지식이 밝다고 해서, 의료기술의 전문가라고 해서 의료정책에까지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과 의료 전문가인 의사 간에 이견이 존재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 정책이 추진될만한 다른 관점의 해결방안이 존재함을 일방적으로 부정하기만 해서는 어떤 합의도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인 반대만 고집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생떼와 다를 바 없게 느껴진다.


뛰어난 축구선수가 반드시 뛰어난 감독이 되는 것이 아니듯, 필드를 뛰는 선수가 보기 힘든 것을 감독들은 본다. 감독의 전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선수들이 경기에 결장해버린다면 그 팀은 망할 것이다. 이건 다 같이 죽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수가'만 올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은 축구장에 '메시' 한 명만 데려다 놓으면 모든 경기를 이긴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손흥민이나 박지성 같은 유명 프리미어리거를 월드컵 경기에 출전시킨다 해도 다른 선수들의 경기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처럼, 정책도 한가지 방법만 고집해서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의사단체가 지금처럼 셧다운을 지속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것을 환영할 국민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의사 집단휴진의 목적을 생각해본다.


의사 집단휴진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정부를 회담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였다면 그 목표는 이미 충분히 달성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미 관련된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재논의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의정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이제는 현명한 의사들이 잘 판단할 차례다. 이미 정부에서 한발 양보하고 화해의 손을 내민 상황에서 그 손을 뿌리친다면 그나마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해보려고 하던 국민들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그 움직임이 국민청원 등을 통해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다 애꿎은 의대생들이 의사면허를 취득하지 못하고 소중한 1년을 낭비하는 일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


이제 의사분들이 본업으로 돌아가 직업의 권위에 맞는 의무를 실천하며 코로나로 두려움에 떠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항생제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치료효과를 발휘하는 반면, 남용하면 내성이 생긴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약을 써야 하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된다면 몸이 가진 면역을 통해 이겨내도록 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을까? 정부 정책을 의사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국가의 면역체계와 같은 국민들을 차분히 설득해 그들이 나서도록 하는 것이 더욱 좋은 방법일 것이다.



대안 없는 비판은 '불평불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부의 의견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그것을 건전하게 비판하면서 '대안'을 명확히 제시했으면 좋겠다. 의사가 주장하는 '수가'문제는 의료시스템에 산재된 수많은 문제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것만 해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말하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 기피과의 수가를 올려도 병원장들이 기피과를 적극적으로 개설하지 않거나 이미 다른 영역에 자리 잡은 의사들이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지방의 진료행위에 대한 수가를 극단적으로 높여도 수도권에 밀집한 의사들이 지방으로 이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위험한 환자를 다루기에 의료소송에 직면할 위기도 크다면 그런 케이스들을 공론화하여 그런 소송을 국가에서 책임져주는 방향으로 협의와 토론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문제를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로 만들 수 있다면 그 힘은 현재의 집단휴진보다 훨씬 더 크고 강력할 것이다.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요소는 어쩔 수 없이 국민의 여론이 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국민의 여론을 같은 편으로 만들지 못한 채 극단적인 스텐스를 지속하는 결과가 긍정적일 것 같지 않다.



의사가 가진 권위가 '권력'으로 변하지 않기를.


의사와 같은 전문인력은 이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권위'를 지니고 있으며, 그 권위는 생명을 구하는 의료기술에 대한 유일한 전문가라는 것에 있었다. 이것의 함의는, 생명을 구하는 일을 등한시하는 순간 지금까지 유지되어오던 의사의 권위를 잃어버림을 의미한다. 물론 국가에서 의사가 되기까지 도와준 것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조기교육, 선행교육을 포함해 어릴 때부터 끝없는 경쟁에 시달린 끝에 원해 마지않던 의대 입학에 성공했고, 그 이후로도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그렇게 전문의가 된 후에도 교수님들을 따라다니며 펠로우 과정을 수년 거친 후에야 한 명의 '의사'로 인정받는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동안 고된 노력을 해왔기에 의사가 된 후에 좋은 처우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현재의 모습처럼 의사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권위를 무기로 휘두르려 할수록 권위는 '권력'으로 여겨질 것이다. 권력을 통해 국가와 대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정부는 이미 협상 테이블에 나왔고, 손을 내밀었다. 이제는 의사들이 손을 내밀 차례다. 나는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의사'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의사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희생당하거나 피해를 받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나는 의사들의 입장도 한편으로는 공감해보려 노력 중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으면 하는 국민적 바람도 있다. 현재의 상황을 지속하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지 차분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강경일색의 지도부로 인해 현명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의사들도 계실 것이라 믿는다. 그런 분들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단체행동으로 인해 미래를 짊어질 젊은 의사분들이 피해 입는 일이 없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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