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철회'만 외치는 의사들을 보며

오히려 공공의료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절감해버렸다

by 작가 전우형
정부와 국회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 추진을 코로나 19 상황이 안정화될 때까지 중단하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재논의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대한전공의협회 비대위는 '선 정책 철회'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머니투데이, 8.31. 보도자료)


정부와 국회가 나서 의사협회와 1차 합의를 통해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은 정책 '철회'만을 외치고 있다. 의대 정원 증가를 강경 일변도로 반대만 하는 그들을 바라본다. 국가 주요부처 수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국회 정책 위원장,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그들을 진료현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양보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의료인력이 사회에 필수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집단휴진사태를 바라보면서, 공공의료 인력 양성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의사공부하는데 국가가 무엇 하나 보태준 거 있냐는 민간의사 대신, 교육비를 국비로 부담하는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해서 공무원 형태로 국가에서 고용하고 의료취약지 등 적재적소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지금처럼 민간의사들이 단체 진료거부를 행할 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대안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처럼 공공의료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부와 국민들은 의사들에게 있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




소셜 라이브 이브닝(2020. 8. 24.) - 순천향대 이 00 교수 발언 중(32:19)


의대에 들어가려면 시험을 치잖아요? 전국에서 탑 클라쓰인 애들이 의대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그 지역 의사는 별도 전형이고 시험 쳐서 들어오는 게 아니에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탑 클라쓰인 애들이 들어오지 않겠죠. 그렇게 되면 이거는 이제 2류 의사를 만들게 됩니다. 정상적으로 시험을 쳐서 들어오는 애들보다는 시험 없이 들어오는 애들이니까 기본 베이스도 약하고 과연 공부를 잘 따라올 수 있을지 그런 것도 걱정이 되는데, 왜 그렇게 만든 의사를 지역에 의무복무를 시키나. 그 말은 뭐냐면요.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2류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라는 것 밖에 안돼요. 그게 문제라고 생각이 되고요. 그러면 지역 의사는 2류, 수도권은 정상적으로 교육을 받았다. 그러면 다 수도권으로 튀어가겠죠. 그러면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https://youtu.be/YkrklSYNkJw

"시험 쳐서 들어오는 게 아니면, 2류 의사가 될 수밖에 없다. 전국 탑 클라쓰인 애들이 의대에 들어오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의사조차 되지 못한다. 이런 의사들을 지방에 배치한다는 것은 오히려 지역 간 의료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뿐이다."

일단 시험 없이 추천제로 입학한다는 당초의 루머는 사실이 아니라고 보건복지부에서 이미 해명을 한 것으로 안다. 2018년도 문서에 추천제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주장도 들었다. 나 역시 입시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추천제로 공공의대 인원을 선발한다면 그것은 반대다. 다만, 관련 법안 추진을 중단하고 재논의하자고 했으니 추천제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의정협의체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수정해나가면 될 것 같다. 국회를 통과하지도, 확정되지도 않은 법안의 예전문건을 들어 꾸준히 문제삼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 아니면 그것밖에 문제삼을 것이 없는 것일까. 방송에 나온 의대 교수님의 단어 선택을 보면, 그 이면에 훌륭한 의사가 되려면 '성적'이 좋아야 한다는 뿌리 깊은 생각이 담겨 있는 것을 느낀다. 입시지상주의에 완벽하게 젖어든 것이 느껴졌다.


나는 입시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과도한 입시경쟁은 어린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입시라는 과정을 통해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아이들의 서열을 나누고, 사람을 '우등'과 '열등'으로 나눈다. 의대뿐 아니라 대학이나 어떤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입시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인지 깊은 의문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이다. 의사가 되려면 자격이 필요하고, 그 자격은 국가고시를 통해 검증받아야 한다. 위 토론회에 나온 의대교수님이나 여타 의대생들이 들으면 펄쩍 뛸지 모르지만, 나는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에 엄격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공부는 누구나 시작해 볼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어야 한다. 입시에 뛰어난 학생이 1류 의사가 된다고 단정 지을 근거는 없으며,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2류 의사가 된다고 단정지을 근거도, 논리도 없다.


자신이 입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상위 1%여서, 좋은 의사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다.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 조건 중에 입시를 통해 길러온 자질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시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우열이 인간의 우열을 가릴 수 없으며, 입시성공이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다. 좋은 의사는 생명을 구하는 일에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이고,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단 한줄이라도 성실하게 지킬 수 있는 사람이다. 의술은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도 평생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영역이다. 의대 6년 사이에 의사로서 필요한 의료기술을 모두 습득해서 나온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어떤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필수적이다. 인본주의적 사랑과 생명존중의 자세가 결여된 의료기술자는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이런 사람들이 의사가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마취 후 다른사람이 들어와 수술을 하는 '유령수술', 예약 후 수 개월 기다린 환자에게 일어나는 '3분 진료', 수술실 성추행 등이 발생하는 원인은 인성이 배제된 '의료기술자'들이 생겨난 결과다. 의사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의술은 국가고시를 통해 판단하면 될 문제다. 국가고시가 의과대학을 나올 정도면 누구나 통과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변별력을 강화해서 2류 의사를 도태시키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의사의 자격을 의대입학조건으로 전도시켜서는 안된다고 본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얼마나 치열한 삶이 펼쳐지는가에 관계없이, 의사가 되기 위한 기회 자체가 의대진학의 좁은 관문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의대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의학에 대해 배울 기회는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육 과정에서 의사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지식과 기술조차 갖추지 못하는 사람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될 문제다. 의학을 공부하기 위한 조건이 입시 경쟁에서 상위 1%여야 할 이유는 없다. 입시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다고 해서 의학 공부에 뒤떨어지고, 종래에는 반드시 2류 의사로 자라날 것이라는 의사들의 생각에는 도저히 동의하기 어렵다.




공공 의대를 만들고, 국가 주도로 양성한 의사를 지역에 의무 근무토록 하는 것에 나는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의협 등에서 공공 의대를 반대하는 근거에는 그곳에서 양성된 의사는 반드시 2류가 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한정된 경험에 비추어 판단한 논리적 비약이다. 공공의대에서 양성한 의사들이 충분한 소질을 갖고 훌륭한 의사로 성장하고, 지역사회 의료에 동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 이유는 없다. 그런 의사측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한편으로 소질이나 성적이 충분함에도 대학등록금 등 금전적 제약으로 인해 의사의 꿈을 포기해온 이들에게는 자신의 꿈을 펼칠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공의대에서 양성된 의사들을 지방에 배치하더라도 수도권과 지역 간의 의료격차는 해소될 수 없고, 지역 주민들은 결국 수도권으로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의사들의 생각에도 일리는 있다. KTX 타면 몇 시간 걸리지 않아 누구나 수도권으로 갈 수 있는 좁은 대한민국에서 누가 지방에서 진료를 받겠냐며 지역 간 의료격차를 무시하는 의사들의 의견은 들어보았다. 지방의료를 활성화시켜도 누군가는 여전히 명의를 만나기 위해 수도권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의사가 모든 국민을 대변하는 존재는 아니다. 속단하는 것은 자유지만 적어도 나는 더 좋은 진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까지 올라간 적이 없다. 한국이 좁다고 하지만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진료받으러 가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출산율은 줄어들고 고령화 추세는 가속되고 있다. 지방의 고령화 인구 비율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고, 거동이 힘든 분들은 수도권으로 자진해서 올라갈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한 지방의료 격차 해소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내가 폐암 말기라거나 하면 국립 암센터의 문이라도 두들겨보려 노력은 하겠지만, 이런 일이 OECD 통계상 한국의 연 평균 진료횟수처럼 일년에 십수회 일어나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지방 사람들이라고 해서 진료가 필요하면 선뜻 수도권을 찾아 나설 수 있을만큼 시간이 남아도는 것은 아니다. 진료차 수도권을 다녀오려면 휴가를 내고 하루에서 이틀은 꼬박 투자해야 다녀올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 어려움을 아무것도 아니라 치부하는 일부 의사들의 주장은 한국인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의사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 다녀와보지 않으셨나 보네요. 전문의 한번 만나려면 며칠을 기다려야 하고, 상급병원 진료받으려면 몇 달이 걸리는 건 알고 계시나요?" 물론 나는 그런 것에 대해 몰랐고, 이번에 의사들의 입장을 찾아보면서 한국의 의료현실이 꽤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의 문화와 환경 자체가 시간적 여유가 없게 설계되어 있고, 한국인들은 라이프스타일을 그에 맞춰왔다. 유럽처럼 쉬는 날 쉬고, 평일에 반나절 근무하면서 여유롭게 살 수 있는 한국 사회가 아니다. 호주 사람들은 오후 3시가 지나면 모두 퇴근해서 근무지에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 사람들처럼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한 경쟁 속에 살지 않고, 각종 지병에 시달릴 확률도 낮다. 수면부족과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인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OECD 평균에서 한국 사람들의 진료 횟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은 의료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만큼 혹독하게 살고 있으며 아플 일도 많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국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하고, 병원에 갈 일은 많다. 수도권 유명병원까지 KTX로 두 시간이면 간다고 하는 주장에도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순수하게 KTX 이동시간을 제외하고도 별도로 소요되는 여타의 시간들이 더해지면 최소로 잡아도 편도 반나절은 걸린다. 쉽게 다녀올만한 거리로 치부하기 어렵다. 한국인은 그만한 여유도 내기 어려울만큼 바쁘게 산다. 직업 특성상 해당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등 지역 내 의료서비스를 선호하게 되는 환경적 요인도 있다. 한국인의 생활패턴과 지역 시민들의 고충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채, 지역 의료격차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태도로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 의료선진국에 살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불만가득한 국민으로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해 지역 의료행위를 활성화할 공공의료인력 확충정책이 나왔다면 그 정책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끔 의료전문가로써 좋은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겨진다. 협의를 통해 다시 논의하자는데 집단휴진을 지속하고 국가 정책의 전면 '철회'만을 외치는 것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감되지 않는다.


지역 의료인을 양성하더라도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이 끝나면 수도권으로 몰려와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을 잔뜩 개원하고 의사들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을 야기시킬 거라 어린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불안에 빠지는 것도 한편으로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지을 문제도 아니다. 10년의 기간이 짧다면 지역 의무근무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런 조건을 바탕으로 지원자들을 받으면 된다. 풀어나갈 방법은 다양해 보인다. 논의를 통해 의견을 반영할 시점에 진료거부만 하고 있으면 문제해결과 갈등봉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다. 지역전형으로 인원을 뽑겠다는 정책에는 그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에서 성장해 해당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을 뽑겠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지역전형이 일방적인 추천제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나도 반대지만, 공정한 제도적 뒷받침이 갖추어진다면, 그 지역에서 자란 사람이 의무근무 기간이 끝난 후에도 지역사회 기반을 바탕으로 그곳에 남아 지역 의료를 하지 않을거라 단정지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https://youtu.be/zJ0L0DwhMr8


일본에서 지역 의사제를 추진해왔고 그렇게 양성된 의사들 중 70% 가까운 이들이 여전히 그 지역에 남았다는 내용도 보았다. 이처럼 정책이란 보완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갈 수 있는데, 시작 단계에서부터 무조건 안된다고만 외치는 주장에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의사들이 외치는 지역 인프라 문제는 공공의료인의 성격을 띤 지역 의사가 양성될 십여년의 기간 동안 투 트랙으로 진행하면 될 문제다. 의사들의 주장인 낮은 수가, 지방 의료 인프라 부족, 기피과 발생 문제 등을 해결하는 것과 지방의료를 담당할 공공의료인력을 양성하는 것 사이에 배타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절대 불가능한 정책으로 규정짓고 집단휴진을 이어나가는 의사들의 주장을 공감하기는 어렵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데 정부가 의사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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