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의사에게 의료정책을 부탁한 적 없다

하나의 '권력'이 된 의료 독과점

by 작가 전우형
시민

시민은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 권력 창출의 주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자발성과 보편성,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중과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출처 : 사회 용어사전)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은 약하다. 우리는 '대중'이 아니라 '시민'이 되어야 한다. 대중은 선동당하고 휩쓸리지만, 시민은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선택을 내린다. 시민은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다.
- 고 노무현 대통령 -



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그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 며칠간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에 대해 공부하고, 관심을 가져왔다. 그간의 상황을 지켜보며 내린 결론은, 집단 진료거부 사태는 '독과점'의 폐해라는 것이다.

독과점

어떤 상품의 공급에 있어서 경쟁자가 하나도 없는 경우. 독점이나 과점일 경우에는 완전 경쟁상태보다 가격이 높아지는데, 이것은 시장의 수요 공급 상승의 결과가 아니라 독과점 기업의 의도적인 폭리 추구 때문으로,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출처 : 사회 용어사전)


의료서비스의 중추가 의사가 되었고, 의술을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독과점'화 되었다. 의사는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이익투쟁 중이다. 의협, 대전협이 법적으로 노조에 해당하는지, 의사가 파업을 할 수 있는 직종인지, 제약회사로부터 엄청난 리베이트 사건이 있어 700여 명에 달하는 의사가 관여되었다는 일부 언론보도도 개의치 않는다.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협, 대전협 등이 의술 '독과점'으로서 지닌 권위를 권력삼아 강력한 무기로 휘두르고 있으며, 그로 인한 독과점의 폐해를 국가와 국민이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단체가 보이는 태도는 오히려 공공의료에 대한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더욱 부각시키는 꼴이다. 의사들의 의료 독과점을 예방하기 위해 공공의료인 양성을 더욱 확대하고 늘려야 한다는 반감마저 생긴다. 국가는 의사들을 견제할 수단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집단휴진 사태는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국민 1인당 진료 횟수는 더 높다. 그래서 의료접근성이 높다.' 일방적인 의사들의 주장일 뿐이다. OECD 평균 대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의사들의 주장대로 국민 1인당 연간 진료 횟수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론은, 국민들에게 타국 대비 더 많은 진료가 필요한데, 의사 수가 부족함으로 말미암아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진료를 보아야 함을 의미한다. 오히려 이것이 '3분 진료'와 같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어떤 의사들의 주장을 찾아봐도 자신들의 임금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내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의사들의 고임금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병원에서 의사를 다수 고용하지 못하는 원인에는 의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고임금도 있다. 의사가 자발적으로 지방병원을 향하도록 하려면 처우개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처우에서 얼마나 더 개선해야 그것이 가능할까? 처우는 상대적 개념이어서 결국 다른 의사들에 비해 더 좋은 대우를 약속해야 한다. 이미 고임금자인 의사에게 처우개선을 한다 해도 수도권이라는 엄청난 인프라를 거부하고 자진해서 지방으로 이동할 유인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도권 의사들이 생계에 위협받을 정도로 가난하지 않은 이상, 돈을 보고 지방으로 이동할 동기가 생길 가능성은 적다. 더구나 이미 수도권 대비 지방 의사의 연봉은 두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의사의 평균 임금 자체가 이미 일반 직장인 임금의 4.5배, 간호사 임금의 4배, 약사 임금의 2배다. 이미 높이 책정된 의사 평균 임금의 두배를 지역 의사를 모시기 위해 책정하고 있는데, 지방병원에서는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이다. 일반인 임금의 9배, 10배가 되어야 지방으로 의사님들을 모셔갈 수 있다면 그것이 과연 올바른 해결책일까...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입장이었지만, 이번 사태를 보며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강력한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의사들도 무한 경쟁의 시대에 돌입해야 한다. 힘들게 의술을 공부하고도 그것을 써먹지 못하는 의사들이 있는 것은 안타깝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은 이미 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이다. 의사라고 해서 '반드시' 자신이 공부하고 연구한 의술을 써먹을 자리가 확보되어야 하는 것에 더 이상 찬성하지 않는다. 국가에서 의사 수를 엄격히 제한해 왔기에 지금의 의료독과점 현상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에 열심히 사는 사람은 의사뿐만이 아니다. 의사는 오히려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발언을 하며 싸움을 걸어오고 있다. 이번 집단휴진의 여파로 의사의 집단이기주의와 특권의식은 고스란히 드러나고 말았다.




아집과 집단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의사 집단의 행보를 보며, 분노가 치민다. 4대 의료정책에 미흡한 점이 존재한다는 것도 이해했고, 의사들이 제기하는 '수가 문제', '공공 의대 설립, 선발절차, 교육의 질 부족', '한국 의료서비스는 이미 최상', '한국의 지방의료 격차는 미미한 수준' 등의 의견도 일부 공감했다. 그런 한국 의료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4대 의료정책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 수 있음에도 한편으로 공감했다.


다만 의사분들이 경시하고 있는 부분을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의 국민은 의사뿐만이 아니며, 의료정책을 펼치는 것은 의사가 아니다. 의사의 주장이 무조건 맞을수도, 정부의 정책이 무조건 틀릴수도 없다. 의료사업이 모든 국민들의 필수생존권에 직결된만큼 의료정책은 어느 한쪽의 목소리만이 반영될 수 없다. 지금 의사들의 태도는 전형적인 꼰대와 같다. '나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옳다. 나와 다른 생각은 '틀린' 생각이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너희들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꼰대와는 타협도, 협상도 불가능하다.


전문가 집단이 '불통'이 된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솔직히 놀랐다. 전문가들은 한쪽 분야만을 집요하게 파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는 전문가가 되지만 다른 분야는 잼병이 된다. 모든 학문은 파면 팔수록 더 많은 근거를 갖게 되고, 그 근거들로 말미암아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다고 여기는 '확증편향'은 더욱 강해진다. 의사들이 자신의 의술에 관해 자부심을 갖는 것과 양의학이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것에 이견은 없다. 긴 역사를 가진 한의학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을 보며 한편으로 안타깝지만 그 역시 내가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의사는 의료정책의 전문가는 아니다.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고, 정책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루어진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결기구는 '국회'다. 국민은 의사에게 의료정책과 관련 법안의 제정권한을 위임한 적 없다. 의사는 '의료기술'에 뛰어난 일부 국민일 뿐이다. 정부의 의료정책이 의사의 주장에 좌지우지될 이유는 없다. 의료기술자로서 의사의 권위는 인정하지만, 의사집단이 휘두르는 '권력'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그 권력에 정부가 휘둘려선 안된다.


의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공공 의대를 통해 육성된 의사들이 '그들에 비해' 2류가 된다고 해도, 나는 특권의식에 젖은 엘리트 의사보다, 시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2류 의사를 원한다. 의사들이 4대 의료정책에 반대한다면 앞으로는 국민들이 오히려 4대 의료정책을 지지할 것이다. 정책수립의 주체는 정부며, 법안은 국회에서 제정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 또한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되었다. 국민들의 의견은 앞으로 여론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제쳐두고 집단이익을 추구하는 전문 의술 집단이 국민들의 환영과 지지를 받을 이유는 없다.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을 하되 뚝심 있게 정책을 집행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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