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글이 온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시
나는 당신의 글이 온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랜 시간 담아 온 여린 마음이
냇가에 피로 물들어 씻겨 내려간데도
심장의 열기만큼은 남아
비등 직전의 물처럼 고요하던 나를
안쪽에서부터 기화시켰으면 좋겠어
우리는 존재하는 한 조금씩 흐트러지게 되겠지
처음의 마음도 다짐도 열의도 그리고 사랑도
어쩌면 분노조차도 감각하지 못할 순간에 다다를 거야
너의 손에서 더 이상 온기를 찾을 수 없고
서로의 몸을 더듬어도 불꽃이 튀지 않고
밀려드는 공허로부터 눈 돌린 채
아직은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겠지
그럴 바엔 처절하게 버림받고 미움받다가
단 하나의 의미조차도 부정당하다가
분노하고 분노하며 산등성이에 홀로 서길
그런 너의 글은 비로소 온기를 되찾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