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내게 남은 심지가 얼마인지
가늠해보곤 한다
아직 탈 것이 남았는가
아니면 이제
가슴 지필 일 없는 인생인가
아주 오래전
그 심지가 똑하고 끊어진 적이 있었다
사랑목 줄기를 자르면
고무나무 가지를 자르면
거기서는 두 갈래 새순이 뻗어 나오던데
끊어진 내 심지에서는
마른 눈물조차 비치치 않았다
생장점까지 모두 도려낸 탓인가
애초부터 내 심지가 거기까지였던 탓인가
잉크가 다한 펜처럼 서서히 희미해지다가
마지막에는 자국만 남았다
그럼에도 심지가 다한 채로 살은 것은
그 희미한 자국에 기대어 잠드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내게 남은 심지가 얼마인지
가늠해보곤 한다
아직 탈 것이 남았는가
아니면 이제 영영
가슴 지필 일 없는 인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