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에만 반응하고
너의 숨소리에만 잠들고
너의 눈빛에만 깨어나
태양이 빚은 그림자처럼
기억에 공동을 남겨
사랑했다는 사실마저 잊을 만큼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머리를 열었던 두려움처럼
가슴을 열었던 그리움처럼
뇌 조직이 하나 없는 사람처럼
매 순간 기억의 일부를 덜어내다 결국
사랑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더라도
어떤 망설임도 없이
어떤 미련이나 고민도 없이
허락된 사랑을 하고
그날의 사랑을 하고
잠이 든 다음에는
너를 보낸 다음에는
그날의 어둠을 담고
기억의 공동을 더듬어
너라는 존재를 추슬러내는 작업을
매일
매일
끊임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