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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조직이 하나 없는 사람처럼

by 작가 전우형

너의 목소리에만 반응하고

너의 숨소리에만 잠들고

너의 눈빛에만 깨어나


태양이 빚은 그림자처럼

기억에 공동을 남겨

사랑했다는 사실마저 잊을 만큼

그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머리를 열었던 두려움처럼

가슴을 열었던 그리움처럼

뇌 조직이 하나 없는 사람처럼


매 순간 기억의 일부를 덜어내다 결국

사랑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더라도

어떤 망설임도 없이

어떤 미련이나 고민도 없이

허락된 사랑을 하고

그날의 사랑을 하고

잠이 든 다음에는

너를 보낸 다음에는

그날의 어둠을 담고

기억의 공동을 더듬어

너라는 존재를 추슬러내는 작업을

매일

매일

끊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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