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추운 날
몹시 괴로운 날
몹시 보고 싶은 날
몹시 떠나고 싶은 날
그런 날은 말을 건다
추위에게
괴로움에게
보고 싶음에게
떠나고 싶음에게
무슨 사연이 있어
몹시라는 옷을 입고
내 곁에 나타났느냐고
그들이 대답한다
어지간히라는 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너는
어지간히 추운 날이라 무시했고
어지간히 괴로운 날이라 참고 버텼고
어지간히 보고 싶은 날이라 눈을 돌렸고
어지간히 떠나고 싶은 날이라 주저앉았다고
원한다면
몹시 원한다면
켜켜이 쌓인 구속을 끊고
무시하고 참고 외면하면서도
그저 존재하기로 마음먹었던
그 모든 당위들로부터
어디로든 떠날 수 있고
누구든 볼 수 있고
괴롭지 않고
춥지 않을
또박또박 나의 꿈을
받아 적을 수 있는
명료하고 심지가 굳은
여백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