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합니다

by 작가 전우형

오가는 길도 아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나는 그런 곳에 서 있습니다

고요하고 탈이 없는 그곳에

아픈 얼굴을 한 사람이 서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봅니다

얼룩진 유리 같은 하늘입니다

사이의 세상이 서리처럼

붉고 매끈합니다

무지개 노을 지던 밤

차갑던 손을 놓아주던 꿈을

꾸었습니다

그 손마저 놓고 나자

내 손은 더 싸늘해졌습니다

아픈 얼굴이

아픈 눈동자에 맺힙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사랑을 빼앗던 나를 기억합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오가는 길도 아닌 곳에

나는 서있습니다

부정하려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나의 현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