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길도 아닌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나는 그런 곳에 서 있습니다
고요하고 탈이 없는 그곳에
아픈 얼굴을 한 사람이 서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마주 봅니다
얼룩진 유리 같은 하늘입니다
사이의 세상이 서리처럼
붉고 매끈합니다
무지개 노을 지던 밤
차갑던 손을 놓아주던 꿈을
꾸었습니다
그 손마저 놓고 나자
내 손은 더 싸늘해졌습니다
아픈 얼굴이
아픈 눈동자에 맺힙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사랑을 빼앗던 나를 기억합니다
멀지도 가깝지도
오가는 길도 아닌 곳에
나는 서있습니다
부정하려 해도
감추어지지 않는
나의 현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