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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zzy Jan 10. 2023

애매한 우울을 가진 사람이 쓰는 애매한 에세이

여전히 평영이 되지 않는다

수영강습에서 평영을 시작한지 거의 몇달이 되었지만 여전히 평영을 잘 하지 못한다. 자유수영을 가면 자유형만 하다가 온다. 수영을 연습하는 방식이 게으른 생활 방식을 닮은 것이다.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보니, 나의 게으름과 우울에 대해 쓰는 것도 굉장히 지겨워졌다. 글이라도 새벽을 넘겨서 올리지 않으면 나을텐데, 쓸게 없고 딴짓을 하다가 겨우 브런치를 열어 키보드를 두드린다. 쓰는 내용은 매일 비슷하지만, 뭐 어쩔 수가 없다. 나를 누구보다 혐오하는 것은 내 자신이다. 쓰고싶은 글을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기분은 무엇일까. 해야할 일을 제시간에, 계획대로 하는 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금도 글을 쓰며 한켠에 유튜브를 켜놓고 예능을 보는 자신은 절대 이해 못 할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나의 문제는 뭘까? 작심삼일이 왜 이렇게도 쉬운걸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몇년을 낭비할 수 있을까? 이건 에세이인가 아님 한탄일기인가…이쯤에서 이 글을 내가 왜 읽고있지? 하고 후회 중이라면, 누군가 바닥에 떨어뜨린 일기장을 살짝 훔쳐본 것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세상이 정말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폐쇄적이고 좁은 동네에서 20살 때까지 나고자라서 그랬던 것일까? 나의 세계는 좁았다. 가끔 나는 왜 이렇고, 우리집은 왜 이렇고, 남들은 왜 다를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지만 당연한 거부반응이었을까? 그런 생각도 잠시 거실 티비에 앉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방영시간이 되면 잊어버리는게 반복되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 세상에 나오니 나의 삶은 남들과 비교할 것 투성이었다. 얄팍하게 자란 자존감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 타고난 성격이 겉으로는 무던한 탓인지 20대가 되고 별 생각없이 살아가긴 했다. 나의 위치를 아예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를 지켰던 것 같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나는 조금씩 지금의 상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불안하다. 회피하고 싶다. 하지만 성장하고 싶다. 회피할래. 엄청 불안해. 근데 이대로 있으면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시간만 흐를텐데. 어떡하지? 몸은 언제 피곤해지지 않을까. 잠을 안자니까 피곤하지. 불안하고 시간이 아까워서 잠을 자기 싫어. 그러니까 왜 일찍 잠에 들지 않는거야? 그게 잘 안돼. 문제를 알고 답을 알면서도 그게 안돼. 자기 전에 이거 하나 읽어야지, 유튜브 봐야지. 나는 좋은 글을 쓰지 못할거야. 책을 읽지 않고, 관심도 없어지고, 아무런 생각없이 자극적인 걸 보는게 좋은걸. 그런데 글이 쓰고싶어. 노력하기 싫다. 내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얼른 뭐든 머릿속에 넣어야 그래야 글을 쓰는데 그게 안돼. 아니 하기싫은걸까? 못하는 걸까 안하는 걸까.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텅 빈 글은 티가 나는데. 내가 의미없는 이 글들을 계속 쓰면서 괴로워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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