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하고
1월 1일에 혼자 지하철을 타고 해돋이를 보러 갔었다. 2023년 첫날의 지하철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나처럼 혼자인 사람도 보였다. 다들 나처럼 혼자 해돋이를 보러 가는 것일까? 어떤 목적으로 나와 같은 시간, 같은 호선, 같은 칸에 탄 것인지 궁금했다. 새벽 6시쯤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주위가 너무 어두워 겁이 났다. 같이 내린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긴장한 티를 내지 않고 가방을 붙들고 카카오지도를 따라 지하철 출구를 서성이던 사람들이 어디론가 가길래 뒤꽁무니를 쫓아갔다. 처음 5분간은 주변에 사람의 흔적이 없었지만 주차장이 나오자 갑자기 못 보던 차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해돋이를 보러 언덕을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인신매매는 당하지 않겠구나.
해돋이 장소까지 다 왔다고 생각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약 30분에 걸친 유사 등산이 시작되었다. 이때쯤엔 사람이 점점 많아져서 북적북적하니 분위기가 좋았다.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다. 낭만도 잠시, 목적지에 다다르자 그야말로 ‘인파’들이 발걸음을 늦췄다. 하마터면 제대로 된 자리에서 해를 못 볼 수도 있었다. 해가 잘 보이는 장소에 사람이 몰려있어서 비교적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맨 앞에 몇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한 40분을 기다려도 해가 뜨질 않아서 그 사람들도 자리를 떴다. 덕분에 나는 앞자리를 차지하긴 했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해가 뜨기 시작해서 속으로 탄식했다. 가뜩이나 해가 굉장히 선명하고 아름답게 떠서 주변 사람들이 웅성웅성 감탄사를 뱉기도 했다. 사진은 나중에 올려보겠다.
나를 제외하고 혼자 온 사람이 거의 없는 해돋이 명소에서, 나는 외로움보다 뿌듯함을 느꼈다. 1월 1일부터 일찍 일어나 목표했던 것을 이뤘다는 쾌감이 있었다. 앞으로 잘 될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오늘 1월 12일, 나는 여전히 작년과 다를게 없다. 하지만 이 기억을 계속 간직하며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사진이 왜 이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