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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Oct 28. 2022

2022/10/28

방구석 연애 콩트

  태평하면서도 조금은 들뜬 가을의 초입이었다. 그녀가 손을 잡았다. 마음이 아팠고 눈물을 조금 참았다. 느즈막 겨우 그녀의 집 밖을 나와 지고 있는 해를 봤을 때 그 어느 것도 망가진 하루를 구원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네가 손을 다시 잡아주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내가 이해받기 원하는 만큼만, 딱 그만큼만 너를 이해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왜인지 그게 잘 되지 않았던 지난 며칠이었다.

  "미안해."

  점점 세상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내 발이 서 있는 한 평만 둘러보게 된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걸까? 너는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서로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른 경험들을 겪으며 살잖아. 우리는 그렇게 살다가 한 점에서 만났을 뿐이야."

  세상에 대한 멸시와 인간에 대한 무지 위에 쌓인 나의 무식함을 너는 가볍게 끌어안았다. 자기만족으로  채워진 채 선의로 포장된 무언가를 위로랍시고 던져대는 나와는 다른 너를 보고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날 밤, 우리는 너의 침대에 누워 이야기 나누었다. 어디선가에서 비집고 들어온 찬바람이 나의 목을 스쳤다. 내가 추위에 몸 서림을 칠 때 네가 나를 끌어안았다. 너의 품에 얼굴을 묻 비누 향기를 맡았다. 그 향이 좋아 고개를 들어 너의 볼에 손을 올리고는 입을 맞추었다. 나의 머리를 매만지던 너의 손길이 상냥하다는 생각을 했다. 멋 따위를 운운하기에는 그다지 변변찮은 순간이었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역시 너였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네가 코를 골았고 내가 뒤이어 눈을 감았다. 창문 너머 멀리서 차들이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와 내가 잠든 도시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어느 작은 지방의 소도시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山下達郎 - 蒼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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