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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Jan 24. 2023

2023/01/23

MOT - 자랑

  그녀가 뜨개질하는 사이 나는 책을 읽었다. 평범한 순간이었지만 나는 몇 번이고 같은 문단을 읽어야만 했다.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던 탓이다. 나는 분명히 그랬다. 우리에게는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녀를 훔쳐보았다. 그녀는 어색한 솜씨로 몇 번이고 바늘 코를 만들고 다시 풀어대고 있었다. 어느새 추워진 날씨 탓에 커피는 금세 식었다. 나는 식어버린 커피에 더 이상 입을 대지 않았다. 전축에서 같은 음반이 몇 번이나 반복되었을까. 주인장이 고심하고 골랐을 그 음악이 조금 지겹다고 느껴질 즈음 그녀가 나를 바라보았다. 미소 짓는 그녀의 입가에 검은 점 하나가 머물러있었다. 그때 나는 내가 가진 문제에 대해 생각했다.


  1월 23일. 시간은 지났고 일 년은 생각보다 짧았다. 다시 찾은 커피숍은 기억보다 더 낡아 있었다. 고작 일 년 만에 가능한 일인가 싶다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부터 오래된 곳이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우리의 문제는 사실 나의 문제였고 그 문제가 문제 된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사실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평범했던 순간이었다. 그녀가 뜨개질하는 사이 나는 책을 읽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는 계속 책을 읽었다. 지금 그녀는 그때의 그 뜨개질을 완성했을까. 입술 위의 그 점은 지금 누구에게 머물러있을까. 내가 떠나보낸 것이었다. 가장의 보통의 우리를 나는 떠나보냈다.


  보통의 우리가 있다면 덧없이 아름다운 우리처럼 온전히 우리 둘만 남아 끊임없이 빛나길. 바람처럼 살랑대는 유려함을 뽐내며 맞잡은 두 손 뿌리침 없이 오래오래 따뜻하게 감싸 쥐며 걷고 싶다. 온전한 나의 마음. 좋고 싫고 없이 좋다 나쁘다 없이 올곧은 하나의 마음이 있다면 그건, 그대와 나, 오롯이 우리 하나의 마음만이 가득하길. 보통의 우리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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