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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Jun 15. 2023

2023/06/15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언젠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 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네, 알아요. 조제가 말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조제는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쿠미코는 그런 조제와 똑같은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고 있다. 그녀는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 속으로 들인 적이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장애 때문에 언제든 다시 혼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자신을 꿈꾸며 자신의 이름을 끝까지 조제라고 말한다.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가장 먼저 무서운 호랑이를 보러 오고 싶었다고 말다. 고개를 제대로 들기 힘들 정도로 겁이 났지만 그녀는 가장 두려워하는 걸 정면으로 바라보기로 마음먹었다. 함께하는 순간의 행복이 끝나게 되어버리면 다시는 이전과는 같은 혼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사실이 너무 겁이 나지만 쿠미코는 츠네오를 따라 세상밖으로 나오는 것을 선택했다. 조제와 같이 만남과 이별에 초연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라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장 무서워하는 호랑이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츠네오는 조제를 진심으로 사랑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에 그는 미안함과 이별의 아픔으로 눈물을 터트렸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평범한 의 이별이다. 이별을 힘들어 하지만 기다려줄 누군가가 뒤에 서있는 모습말이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쿠미코는 가능한 덤덤하게 그 순간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와 보낸 시간은 그저 잘 구워진 생선구이를 들고 식탁으로 이동하던 순간처럼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이었다고, 그저 흘러간 1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끝없이 달래면서 말이다.


  '이전과는 다른 혼자'가 되어버렸지만 가능한 덤덤하게. 눈물도 나지 않을 정도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깊고 어두운 바닷속을 굴러다니는 조개 하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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