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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휴업 Apr 23. 2022

낙서, 망치와 괴물

2022/04/23

  바람이 부나 싶어 고개를 돌려보면 어디에도 흔적이 없다. 목 놓아 우는 이의 마음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 다시 되돌아보면, 그런 것이 언제 내 안 어딘가에 있기는 했던 건지 혼란스럽다. 그녀가 망치를 든 어린아이와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나의 모든 것이 잘못 삐져나온 나온 못으로 보일 것이 분명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뜯어고쳐야 할 고장 난 무언가로 보일게 뻔했다. 그녀는 나를 향해 망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물었다. 네 눈에는 내가 혹시 괴물처럼 보이니? 

  그녀는 짧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졌다. 그 길이가 내 손가락 길이만큼이나 됐을까. 그녀가 나보다 더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손 끝으로 자신의 귀를 스치고 볼을 스치더니 곧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아주 부드럽고 천천히 그리고 우아하게. 그녀의 움직임은 항상 그랬다. 나는 언제나 그 행동이 의도된 것인지 그녀의 몸에 자연스레 베인 것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내가 읽어내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었다. 

  "나는 너를 괴물로 보지 않아. 네가 노력하면 우리는 좋아질 수 있을 거야."

  모순적인 말이었다. 그녀는 망치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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