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희걸 Apr 16. 2023

다른 팀원이 꺼리는 중간보고를 잘한다

중간보고에 대한 팀장 vs 팀원의 생각

팀장은 왜 중간보고를 원할까?


- 팀장은 항상 불안하다. 팀의 일이 모두 내 통제 범위에 있기를 원한다.
- 팀장도 더 위의 상사에게 중간보고를 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다.


팀장과 팀원의 차이는 마치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사이만큼이나 멀다. 서로의 생각 차이를 보여주는 지점 중 하나가 중간보고다. 팀장은 중간보고를 잘하는 사람을 신뢰한다. 중간보고는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진행 상황 정도만 간략히 보고하는 것이니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 쉬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팀원이 답답하다.


팀원은 중간보고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어차피 팀장과는 가까워지기 어려운 사이니까, 조금이라도 얼굴 마주칠 기회를 줄이고 싶다. 게다가 중간보고로 시간을 낭비하느니 그 시간에 일을 빨리 끝내는 것이 낫다. 어차피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몇 개월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성미가 급한 팀장은 초반부터 프로젝트의 진도율을 점검하며 사사건건 개입했다. 담당자인 나는 서두르다 일을 완성도가 떨어질까 고민이 되었다. 프로젝트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상사는 빠른 결과를 보고 싶어 했다.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더니 선배 정 과장님이 나를 따로 불러 이야기했다.


“초반 경쟁사 조사가 끝나면 빠르게 중간보고를 하는 게 어때? 윗사람들은 크고 오래 걸리는 일일수록 중간보고를 해 주면 좋아하더라고.”


나는 정 과장님의 말대로 간략한 2~3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중간보고를 했다. 팀장은 아주 마음 들어했다. 그 뒤로 상당 기간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묻거나 재촉하지 않았다.


팀장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일에서 오는 무수한 문제를 경험했을 것이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웠는데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 프로젝트가 중단되며 책임 소재를 묻게 되었다. 협업이 필요한 과제인데 부서 간의 견해 차이로 시간만 낭비했다. 이런 일을 여러 차례 겪고 나면, 누구나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싶어질 것이다.


더욱이 이제는 팀장으로서 결과에 책임까지 져야 한다. 그러다 보니 팀장들은 매사에 문제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어떻게든 정보를 많이 파악하여 문제 발생을 원천적 차단하고 싶어 한다. 중간보고를 하면 팀장이 일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니 불안을 덜 수 있다.


게다가 팀장도 팀 전체의 주요 업무에 대해 임원에게 보고해야 한다. 팀원들의 중간보고를 받아 팀 전체의 업무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을수록 관리에 뛰어난 팀장으로 평가받는다. 임원이 진행 상황을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면 무능력한 팀장으로 낙인찍히기 쉽다. 



팀원은 왜 중간보고를 꺼릴까?


- 팀장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들어 일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팀원은 왜 중간보고를 하지 않으려 할까? 여기에도 다 이유가 있다. 우선은 팀장이 업무의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하면서 끼어든다고 생각한다. 최지연 대리는 팀장에게 불만이 많다. 다른 부서에서 온 팀장은 교육 운영 업무 경험이 없었다. 그러면서 사사건건 이래라저래라 지시하곤 했는데, 지시를 따랐다가 오히려 일이 틀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후 최 대리는 되도록 중간보고는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소통이 어렵다고 하는 팀원도 있다. 중간보고에서는 제한된 정보만 제공할 수 있는데,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부족한 팀장은 배가 산으로 가게 만든다. 박재현 주임은 영업 지원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중간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 일정 단축을 위해 비핵심 파트의 구축을 외주사에 맡기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외주가 핵심이 아니었지만, 팀장은 ‘꼭 외주를 주어야 하냐, 자체적으로 개발하면 안 되느냐. 돈이 더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트집을 잡았다. 이런 경험을 하면 팀원은 중간보고를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성급하게 일반화를 하는 셈이다. 중간보고는 팀원으로서도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중간보고를 잘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중간보고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원하는 지원을 더 쉽게 받 수 있다.
2) 일을 잘한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다.
3) 일에 대한 의견 차이를 사전에 좁힐 수 있다.


중간보고를 잘하면 넉넉한 예산이나 납기를 지원받는다. 팀장으로서는 불안 요소가 해소되었으니 그가 하는 일을 신뢰하게 된다. 그리고 넉넉히 지원해 주게 된다. 납기 부족한 일을 맡았다고 해보자. 처음부터 “이 건은 도저히 주어진 시간 안에 마무리할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해도 받아들이는 팀장은 많지 않다. 회사에서 시간은 곧 비용이고, 모든 일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일을 시작하고 중간보고를 하면서 추가적인 시간 확보가 된다면 더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고 이야기해 본다. 일단 일이 시작되었으니 팀장 처지에서도 첫발은 뗀 셈이고, 중간보고를 통해 세세한 현황을 들어보니 납기가 부족하다는 말이 이해된다. 조직에서는 이렇게 중간보고를 통해 추가적인 지원을 확보하는 때가 많다.


팀장은 어떻게 팀원을 평가할까? 평가 포인트가 되는 행동을 했을 때를 기억해 두었다가 이 정보가 쌓이면 전체적인 인물평을 엮는다. 평가 포인트란 주로 보고, 회의, 프레젠테이션 등이다. 특히 보고는 팀장이 팀원을 평가하는 결정적인 시기다. 중간보고로 기회를 늘리는 사람은 좋은 평가를 받을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다.     

중간보고는 소통 오류로 인한 리스크를 줄여 준다. 일이 다 끝난 후에 팀장과 팀원 사이에 견해 차이가 크다면 이것만큼 난감한 경우가 없다. 처음부터 다시 하거나 크게 수정해야 하거나, 일껏 일해놓고 나쁜 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간보고는 같을 일을 두세 번 다시 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중간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 아주 간략하게만 보고하는 것으로 족하다.
- 걱정되는 부분은 따로 준비하여 보고하면 된다.
- 전문적인 부분은 외부 전문가나 권위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중간보고를 꺼리는 것은 이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간보고는 최소한의 정보, 한두 페이지 분량이면 족하다. 어차피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므로 ‘일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를 알 수 있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 꼭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메일이나 메모로 주요 사항을 기록한 정도로도 충분하다.


만약 팀장의 개입으로 일이 틀어질 것이 걱정된다면 이 부분은 빼고 보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산에 민감하게 구는 팀장이라면 ‘예산은 별도 산정 중’이라고 쓰고 나머지 사항만을 보고하여 확인받아 놓는 것이다. 예산은 나중에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고 팀장의 지적에 대비할 준비가 다 끝난 후 보고해도 충분하다.


업무를 잘 모르면서 의견을 보태는 팀장이 고민이라면, 외부 전문가나 권위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법무팀에서 이 정도 계약 내용이라면 크게 문제 될 사항은 없다고 하네요.’ 이 멘트 하나만으로도 팀장은 오케이 사인을 내릴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