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덮으려 할수록 일이 커진다
- 나쁜 일에는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 담당자 선에서 처리가 어려운 일은 팀장이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보고가 중요하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채용 담당자로서의 커다란 실수를 저지른 일이었다. 1차 합격자를 선정하고 보고하는 과정에서 진짜 합격자가 아닌, 불합격자가 명단에 포함되었고 그대로 결재가 끝난 것이었다. 엑셀로 작업을 하면서 접수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데이터를 선별한 탓이었다. 동명이인인 불합격자가 합격자 대신 명단에 들어갔던 것이다.
금요일 저녁 합격 통보를 준비하고 있었다. 늦은 밤 혼자 야근하다 내 실수를 발견했다.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말 내내 팀장에게 혼날 생각으로 한순간도 쉬지 못했다. 온갖 나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냥 보고를 하지 말고, 본래 합격자에게 슬쩍 통보할까?’, ‘길 가는 차에 뛰어들어 당분간 회사를 쉴까?’ 등등. 심지어 임원실에 숨어들어 합격자 명단을 바꿔치기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월요일 아침, 팀장이 출근하자마자 그 사실을 알렸다. 보고 라인은 발칵 뒤집혔고 나는 며칠 엄청난 질책을 들어야 했다. 다행히 합격자 발표가 나가기 전이었으므로 그 정도로 일이 마무리되었다. 팀이 총동원되어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점검하고 처음부터 합격자 보고서를 다시 만들어 결재를 받았다. 빨리 보고한 덕에 충분히 대처할 시간을 확보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를 사전에 막기 위해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지만 그래도 업무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일에 문제가 생겼거나, 실수한 때에는 되도록 빨리 보고해야 한다. 그래야 상사가 적절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배드 뉴스는 빨리 조치할수록 더 나쁜 일로 파급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팀장 선에서 조치가 가능한 일이라면 즉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면 되고, 그보다 큰 문제라면 더 윗선의 상사에게 보고하여 조치한다. 위의 경우에서 만일 잘못된 합격자 발표가 나갔다면 경영진이 나서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해야 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빠른 보고가 이루어져야 해결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소식은 빨리 보고하려 하지만, 나쁜 소식은 알리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배드 뉴스는 최대한 빨리 알려 함께 수습한다. 좋은 소식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알려도 무관하다.
- ‘당장 핀잔을 듣기 싫다. 어떻게든 뒤로 미루고 싶다.’라는 심리가 있다.
- 자기 힘으로 어떻게든 해보고 해결되지 않으면 그때 알리겠다고 생각한다.
- 잘못된 보고 태도는 신뢰를 잃게 만든다.
만일 내가 그 상황에서 배드 뉴스의 보고를 미뤘으면 어떻게 됐을까? 우리 회사에 지원한 지원자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회사의 채용 절차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을 것이다. 그 일이 기사화되고, 사회적인 비난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빨리 보고하기를 잘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당시의 나는 어떻게든 보고를 하지 않을 방법을 상상하기 바빴다.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나 ‘핀잔을 듣기 싫다. 혼나기 싫다.’라는 두려운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두려움에 사고를 덮고 일단 뒤로 미뤄두려는 심리가 강해진다.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현실 도피를 하는 셈이다.
혼자 수습하려고 하다가 일을 더 그르치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제대로 수습될 리 없다. 경험이나 권한이 부족한 주니어는 문제해결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당장 들키지 않을 뿐,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단 보고 하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책임지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배드 뉴스는 어떻게 보고하느냐에 따라 실무자에게 신뢰가 생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적절히 만 대처하면 사고를 계기로 정직하고, 현명한 실무자로 인식될 수도 있음을 기억하자.
가장 잘못 대응하는 모습은 2가지다. 우선은 변명만 늘어놓는 사람이다. 남 탓, 환경 탓만 한다. “OO 때문에 그랬어요.”, “OO 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해 봐야 소용없다. 차라리 솔직하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편이 낫다.
다음으로는 문제 자체만 보고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XXX 한 문제가 생겼네요. 어쩌죠?” 마치 자신은 아무런 권한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런 태도는 동료에게 무책임한 사람으로 비친다.
- 문제의 현상 / 원인 / 해결 방법을 잘 정리해서 보고한다. 그러면 상사는 안심한다.
- 나쁜 소식일수록 이후에 더 자주 중간보고를 해야만 신뢰가 쌓인다.
문제가 발생하면 덮으려 하지 말고 조속히 보고한다. 문제가 악화될 것 같은 불안함을 일단 접어두자. 오히려 적절한 ‘반성’과 ‘개선 노력’이 뒤따른다면 실수가 있더라도 잘 해결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문제에 잘 대응하는 모습이 신뢰의 바탕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팀장도 사람이다. 일이 잘못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사고가 나지 않게 미리 좀 잘하지.’하는 핀잔 거리다. 팀장도 본부장에게 사고 경위를 보고해야 하고 따끔한 질책을 받아야 하니 두려운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팀장의 질책이 쏟아질 때는 일단 기다린다. 팀장의 격한 감정이 사그라든다 싶으면 그때부터 최대한 논리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잘하면 실수는 금방 잊히고 오히려 사고에 대응 잘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며 3가지 보고 기법을 기억하자.
나쁜 소식을 보고할 때는 문제의 정확한 현상, 그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 앞으로 취할 해결 방안에 대해 뚜렷하게 이야기한다.
“(문제의 현상) 윤 대리는 리플릿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2월 말까지 대금 지급을 약속했습니다. 3월 말에 윤 대리가 휴가로 자리를 비웠고 이때 비용 지급 절차가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외주사가 대금 지급을 독촉하였으나, 혼자서 어떻게든 처리하려다가 2개월간 미지급 비용을 해결하지 못하였습니다.”
“(문제의 원인) 결재가 이루어진 비용 집행 건 중에서 지급이 완료되지 않은 건은 매월 말에 점검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이 절차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비용 지급을 하는 사람과 월말 점검을 하는 사람이 같았기 때문입니다. 상호 교차 점검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해결 방법) 비용 지급과 점검 업무를 다시 배분하겠습니다. 미지급 비용 점검은 백 과장이 전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분기 단위로 예산 사용 내역과 함께 미지급 비용이 없는지 두 사람 이상이 더블 체크하는 절차를 만들겠습니다.”
이것으로 팀장의 불안을 당장 잠재울 수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손상된 팀장의 신뢰를 바로 회복할 수 없다. 앞으로도 일을 제대로 처리할 사람이라는 신뢰를 주려면 보고한 해결 방법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제때 중간 보고해 주어야 한다.
“지난달 보고 드린 월말 더블 체크를 진행하였습니다. 전건 확인하였으나 이상이 없었고, 비용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모두에게 더블 체크하는 방법을 교육했습니다.”
미처 잊고 있었던 사고의 사후 처리까지 꼼꼼히 챙기는 당신의 모습을 본 팀장은 분명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