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물어보게 만드는 보고서는 실패한 것
- 팀장이 보고서에 집중하지 못한다. 질문이 많아진다. 이건 어딜 보아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 보고서의 논리 흐름이 잘못되었거나, 요약이 없기 때문이다. 요약을 잘하면 질문이 줄어든다.
신아영 차장은 팀장에게 전년도 영업 주요 현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어차피 뻔한 보고인 듯했는데 팀장의 질문이 점점 많아졌다. 이상하게 질문에 답을 할수록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상품별 매출 현황 분석은 어디 있지요?”
“지금 보고 계시는 페이지 왼쪽 아래에 있습니다.”
“경쟁사는 비슷한 상품의 판매가 늘었는데, 우리는 왜 그만큼 매출이 늘지 못했죠?"
“경쟁사인 M 사가 마케팅에 적지 않은 자금을 쏟아부었습니다. 투자 대비 성과는 우리가 더 낫습니다. 11페이지에 M 사 마케팅 비용이 2배 늘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도 당장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일정 규모를 확보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지금 우리 회사의 점유율은 한계 구간이라, 비용을 투자해도 점유율이 잘 늘지 않습니다. 24페이지에 데이터가 표로 정리되어 있는데요.”
몇 시간째 보고가 이어졌지만, 팀장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신 차장은 진땀을 흘리며 설명을 계속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렇게 팀장이 보고서의 이 장, 저 장을 뒤척인다면 보고서 작성과 보고 전략이 실패했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보고서에 2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읽는 사람을 이해시킬 만큼 스토리 전개가 탄탄하지 못한 것이다. 잘 쓴 보고서는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다 보면 핵심을 이해하게 된다.
두 번째는 보고서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분량이 방대하여 팀장이 핵심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보고서를 열심히 작성하고도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 이건 요약만 잘해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요약이 잘 되어 있다면 중요 이슈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된다. 그 외의 세부적인 사항은 차차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보고가 깔끔해지고 오해 요소가 줄어든다.
- 팀장은 요약을 통해 전체 모양을 파악하고, 궁금한 부분은 발췌독하길 원한다.
- 요약이 잘 되어 있으면 결국 본문 전체를 읽게 된다.
- 팀장이 요약 내용을 잘 이해하면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팀원들은 요약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요약 보고서를 만들면 불필요한 일을 두 번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차피 요약을 작성할 거면 본문은 왜 작성해야 하나? 그냥 요약 내용만 가지고 보고를 하면 끝이 아닌 건가?
학창 시절, 시험 전에는 요점 정리 노트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요점 정리 노트만 본 친구들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요점 노트는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정작 시험에는 세부적인 지식을 묻는 문제가 나오는 법이다. 요점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고 그 내에서 세부적인 부분을 좀 더 깊게 이해해야 시험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팀장은 큰 흐름 하에서 세부적인 업무 내용을 파악하길 원한다. 시간이 없고 바쁘므로 요약만 보고하는 것을 좋아한다. 궁금한 점은 나중에 본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된다. 마음이 급한 사람은 책을 읽을 때 첫 페이지부터 꼼꼼히 읽지 않는다. 목차를 확인하고 필요한 페이지를 ‘발췌독’한다. 보고서를 보는 팀장의 자세는 발췌독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팀장이 궁금해하지 않는 내용은 쓸모없는 것일까? 그걸 조사하고 정리하기 위한 내 노력은 모두 수포가 될까? 아니다. 요약이 잘 되어 있어도 결국 본문 전체를 읽게 된다. 요약 페이지 내에 정보들이 유기적으로 엮이어서 모두가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험상 요약이 잘 되어 있는 보고서일수록 전체 본문이 다 읽힐 가능성이 컸다. 오히려 요약 없이 장황한 보고서일수록 아예 부분조차 읽히지 않는다. 몇 주에 걸쳐 자료를 모으고 머리를 쥐어짠 실무자의 노력이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요약이 있으면, 보통 요약 내용만으로 보고가 끝난다. 50~60페이지의 보고서를 사용하는 보고가 30분 안에 끝나는 이유다. 보고하는 사람도 부담이 덜하고, 보고받는 팀장의 이해도도 높아진다.
“핵심적인 내용은 잘 알겠어요. 나머지는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보도록 하죠.”
이런 대답을 들어야 좋은 요약이 담긴 보고서를 쓴 것이다.
- 페이지별 주요 내용을 1줄로 적고 한 군데 모아 본다. 다음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항목은 솎아낸다.
- 요약한 내용과 관련해 꼭 보아야 하는 데이터가 있으면 괄호 또는 주석으로 표기한다.
사실 본문보다 요약이 더 어렵다. 그동안 어렵게 모은 자료와 데이터가 다 자식 같은 마음이 든다. 그중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택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중요해 보여서 다 담다 보면, 나중에는 요약과 본문이 비슷한 분량이 되고 만다.
요약하는 기본적인 방법을 살펴보자. 보고서의 각 페이지 또는 단락의 핵심 문장을 모은다. 이렇게 핵심 문장만 나열해도 얼추 전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문장은 솎아낸다.
솎아내기가 끝나면 문장을 두괄식으로 재배열한다. 요약 부분 내에서도 핵심 내용은 위로 배치해서 먼저 읽히도록 한다. 여기에 꼭 필요한 자료나 데이터가 있으면 이를 표시한다. 자료, 데이터 전체를 넣기보다는 몇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는지만 언급하면 된다.
평소 문장을 길게 쓰는 편이라면 요약 부문만이라도 문장을 최대한 짧게 끊는다. 요약 페이지는 어디까지나 핵심이 한눈에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일단은 간결해 보여야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만 정리해도 어느 정도 요약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