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걸까?
- 피드백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 피드백 힐난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A 팀장은 피드백을 거의 하지 않았다. 1년에 한 번, 인사평가 후 회사에서 피드백하라고 강제하면 마지못해 면담하는 식이었다. 그마저도 ‘올해는 평균 수준의 평가를 줬다. 특별히 면담할 내용은 없다.’ 하는 식이었다. 하나 마다한 피드백이었고 팀원은 누구도 피드백을 받았다고 여기지 않았다.
B 팀장은 피드백 면담을 좋아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팀원을 따로 불러 피드백을 했다. 문제는 내용이었다. 고쳐야 할 단점을 중심으로 얘기했는데, 한참 듣다 보면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참 동안 단점만을 조목조목 짚다 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한숨만 나왔다. 팀장과 피드백을 하고 나면 모든 팀원이 한동안 일할 의욕을 잃었다.
이런 팀장 때문에 팀원은 피드백의 공포가 있다. 피드백 자체의 유용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이제 막 경력을 시작한 주니어들은 성장을 위해 피드백을 원한다. 하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상적인 피드백에 가깝다. 그렇게 이상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상사는 드물다. 엉망진창인 피드백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니, 주니어들도 나중에는 차라리 피드백이 없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왜 제대로 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우선은 팀장들이 피드백하는 요령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설프다. 회사는 피드백을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훈련을 제공하는 회사가 드물다. 피드백 스킬 향상은 오로지 팀장 개인의 몫인데, 별도로 공부할 여유가 없다. 고작해야 피드백 관련 책 몇 페이지를 읽고 섣부르게 적용했다가 서로 상처만 만들 뿐이다.
스킬이 부족하다 보니 팀장이 자신이 바라는 것만 피드백하거나, 단점만 나열하는 식이 된다. 흡사 결혼 정보 업체에서 이상형을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나는 예의 바르고, 늘 기운이 넘치고, 스스로 일을 다 챙기는 팀원이 좋은데, 상대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관찰을 바탕으로 팀원을 역량을 개발하라는 피드백의 본연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는 팀장이 드물다. 그런데도 앞으로도 피드백은 계속 강조될 것이다.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피드백만큼 팀 내 소통과 팀원의 실력 향상에 좋은 도구가 드물다.
- 막연한 내용 - 어차피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 인신공격 -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은 마음에 두지 않는다.
- 불확실한 추측 - 팀장 혼자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크다.
성장을 위해서는 피드백이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피드백은 드물다. 따라서 피드백이라고 무조건 머리를 조이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피드백이라면 과감히 잊어버리는 편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현업의 피드백 상당 부분은 이렇게 필터링되어야 할 내용이다.
우선, 나쁜 피드백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막연한 피드백이다. 구체적인 행동을 관찰하여 나온 것이 아니라 대강의 느낌만을 피드백한다. 편협한 것을 둘째고, 뭘 개선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정윤 과장은 주인 정신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회사가 내 거다, 그러면 그렇게 일하겠어요? 내가 회사의 주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일해 보세요.”
둘째로, 인신공격형 피드백은 최악이다. 이런 피드백은 듣는 즉시 한 귀로 흘리도록 한다. 외모 비평, 출신 배경 언급이 인신공격 피드백에 자주 등장한다. 어차피 상대방의 잘못된 생각일 뿐이다. 상당수는 내가 어찌할 수 없다.
“이정윤 과장은 OO 지역 출신이죠? 그쪽 사람들이 성미가 좀 급해. 그러다 보니 일 처리가 대부분 허술하더라고. 이 과장도 OO 지역 사람이라 그런가 봐.”
세 번째로 확인되지 않는 정보를 활용한 불확실한 추측은 금물이다. 사내의 소문을 주워듣고 그걸 피드백에 사용하는 팀장이 있다.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유형의 이야기는 아예 피드백의 소재가 될 수 없다. 그러니 팀장의 무지함에 동조하지 말자.
“이정윤 과장은 남자 직원들하고만 친하다면서요? 남자들하고만 밥을 먹고 그런다고 하던데… 우리 팀의 여성이 많은데, 여성 선배로서의 몫을 좀 해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이런 피드백은 명백하게 부당한 피드백이다. 수위가 낮다면 빨리 잊도록 하고, 팀장의 언행이 지나치다고 하면 회사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어쨌든 문제는 당신이 아니라 팀장에게 있다는 점을 절대 잊지 말자.
- 피드백 직후 내 감정을 바라본다.
-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재해석과 객관화를 하자.
- 메시지가 자체가 아닌 문맥을 읽는다.
위 사례와 같이 부당한 피드백이 아니라면 나의 성장을 위해 귀담아듣도록 한다. 물론, 상사의 피드백은 피하고 싶다는 마음, 이해한다. 차라리 솔직한 동료나 후배의 피드백을 더 듣고 싶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상사가 아니면 당신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이 드물다. 동료나 선후배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적당한 칭찬을 들려준다. 아니면 매우 완곡하게 돌려서 얘기할 것이므로, 우리가 거기서 큰 개선점을 찾기 어렵다. 그러니 선뜻 맘이 내키지 않더라도 팀장의 피드백을 잘 활용해 보자.
상처를 조금이라도 줄이면서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하나 제안해 본다. 바로 3단계로 단계적으로 피드백 메시지를 인식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피드백으로 인한 상처를 먼저 보듬고 그다음에 내게 유용하도록 메시지를 인식한다.
1) 피드백 직후 내 강점을 직시하기
피드백을 받은 직후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떠오른다. 분노, 불안, 억울함 등이다. 제일 먼저 ‘지금까지 팀장이 나를 이렇게 생각해 왔나!’ 하는 분노와 억울함이 느껴진다. ‘이러면 인사평가 때에 나쁜 등급을 받는 거 아냐?’ 하는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나를 평가하는 말을 듣고 나면 누구나 부정적인 강점이 먼저 생긴다. 애써 이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우선은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바라보도록 한다. ‘나는 지금 팀장의 피드백에 억울해 있구나.’하고 내 감정을 바라본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날 때까지는 이런 감정을 인정하고 놓아둔다.
2) 재해석과 객관화
감정을 추스르고 나면 팀장의 피드백 내용을 재해석한다. 단어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되돌아보면 상처가 커질 뿐이다. 중요한 것은 피드백에 사용된 말 그 자체가 아니라 의미다. 메시지의 재해석을 통해 피드백의 의미를 걸러낸다.
‘고객의 상담 만족도는 좋은데, 상담에 시간 소모가 커서 정작 실적이 잘 오르지 않는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보통의 경우는 ‘그럼 고객이 얘기하고 있는데 말을 자르란 말이야? 고객 만족도 평가를 받는데, 나보고 어쩌란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다시 해석해 보자면 ‘고객 중심의 소통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라는 인정의 의미를 담았다. 다만, 팀장으로서는 개인의 영업 실적이 쌓여야 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영업 실적’만 좋아진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당신은 지금처럼 고객과의 소통 스킬이라는 강점은 유지하면서 실적 챙기기에서 놓치는 포인트가 없는지 고민하면 된다.
이때 우리는 누구나 긍정적인 측면만 보려고 한다. 재해석할 때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면 성장이 어렵다. 피드백에 나온 정보를 중심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살펴본다.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좀 더 짧고 명쾌하게 상담하는 스킬을 늘릴 수는 없을까?’ 이렇게 분석하고 고민하는 동안 내 역량이 성장한다.
3) 문맥을 읽는다
피드백을 받아들이려면 피드백에 사용된 표현보다는 피드백을 준 사람의 의도에 주목하자. 의도를 간파하기 위해서는 문맥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이번 프로젝트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했으면 좋겠다.’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한단 말이야?’하고 즉각적으로 부정적으로 반응하기 쉽다.
‘더 주도적이면 좋겠다’라는 말의 의미가 ‘수동적이다’라는 의미가 아닐 수 있다. 프로젝트를 담당자 중 제일 선임이므로 구성원의 협력을 이끄는 역할을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다. 당신이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된 상황, 구성원 중 선임이니 실력에 기대가 크다는 사실, 장래 리더로서 단순히 본인의 일을 잘하는 것 외에도 협력을 중개하는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 것. 이런 메시지가 표현되어야 하나, ‘주도적으로’라는 말로 뭉뚱그려지고 말았다.
피드백하는 팀장들은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훈련이 안 되어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큰 문맥만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편이 좋다. 당연히 팀원뿐 아니라 팀장도 피드백 소통 스킬과 방법을 지속 개발해야 함은 물론이다.
피드백을 하는 사람은 마구 돌을 던지는데, 그걸 알아서 피하고 찰떡같이 알아들으라니 참 어려운 일이다. 약과 독은 전혀 다른 물질이 아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피드백이라는 쓴 ‘독’을 당신의 성장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독초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는 한 그루 나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