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의 실마리, 킹핀은 대개 현장에 있다
1) 때로는 복잡성이 큰 문제와 마주친다.
2)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는 분석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현장에는 힌트를 가진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조직의 문제는 단 하나의 원인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드물다. 여러 가지 원인이 얽히고설켜 있게 마련이다. 호박 넝쿨을 실제로 보고는 참 지저분한 식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 가지에 호박과 줄기, 이파리, 잔가지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일하면서 마주하는 문제는 호박 넝쿨처럼 여러 원인이 얽히고설켜 만들어진다.
매출이나 이익이 나빠지면 리더는 원인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한 가지 명확한 원인이 있으면 금방 분석해서 보고하면 쉽게 일이 끝난다.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다면 기업들이 지금처럼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 축적하고 그걸 분석하려 애쓸 이유가 없다. 기업들이 수 백억 원이 드는 데이터 센터를 만들고 수십 명의 분석팀을 운영하는 것은 그만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렇게 상황이 어렵고 복잡할 때일수록 답을 가진 사람이 따로 있는 법이다. 신기하게 답은 데이터가 아닌 사람이 더 잘 안다. 다만, 경영진은 언제나 근거를 요구하기 때문에 어렴풋이 답을 알아도 논리적인 설명을 위해서는 데이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답을 대충 짐작하고 데이터로 그걸 증명하는 과정이라면 오히려 해결이 쉽다. 반대로 전혀 답을 짐작 못 하는 상황에서 데이터만으로 실마리를 찾으려면 무수한 데이터와 분석가가 요구된다. 즉, 분석을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어 주는 열쇠는 대개 ‘사람’이 가졌다.
열쇠를 가진 그 사람은 현장에 있다. 전쟁의 전황은 최전선에서 총칼을 맞대고 있는 병사가 잘 안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보는 가치가 높은 경우가 많다. 그러니 기획자라면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보거나, 현장 사람의 의견을 들어본다.
1)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기보다 ‘킹핀’을 찾는다.
2) 킹핀은 현장에 있다. 따라서 현장에 집중해 보자.
볼링에서 스크라이크를 치려면 반드시 5번 핀이 넘어가야 한다. 아무리 핀을 여러 개 쓰러트려도 5번 핀이 쓰러지지 않으면 스트라이크를 할 수 없다. 반대로 5번 핀을 잘 맞히면 이 핀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다른 핀을 전부 쓰러뜨린다. 볼링 이외에서도 문제의 핵심 대안을 '킹핀'이라고 부른다.
복잡한 문제를 풀어낸다는 건 이 킹핀을 찾는 게임이다. 문제의 원인을 모두 밝히려고 오랜 시간에 걸쳐 무수한 데이터를 분석해 본다. 이렇게 문제를 늘어놓아 봐야 해결은 소원하다. 일단 문제의 원인이 간단치가 않다. 게다가 문제점들은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처리 과정에서 어떤 역효과가 나타날지 짐작하기 어렵다.
매출 하락은 상품이 소비자의 기호를 따라가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마케팅이 부족할 수도 있다. 때로는 경쟁자가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 원인이다. 간혹 더 훌륭한 신상품이 출시되면서 기존 상품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다. 채용 단계에서 지원자를 서운하게 만든 일이 언론에 공표되면서 회사의 이미지가 손상되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는 모든 문제를 다 풀기 위해 진을 빼기보다는 킹핀을 찾는 것이 빠르다. 킹핀만 잘 찾으면 복잡해 보이던 문제가 한꺼번에 해소된다. 야심 차게 만든 창의적인 기업 문화 만들기 교육 프로그램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했다.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한 1~2차 초기 과정에서 갖가지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교육생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 '팀별 수행과제가 난해하다.', '교육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의견만으로는 무엇이 문제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고심 끝에 교육이 운영되는 연수원을 방문해 보니 서로 다른 부서에서 모인 교육생들 간에 서먹한 분위기가 흘렀다. 상호 간에 마음을 터놓고 가까워질 시간이 부족하단 느낌을 받았다. 과정 초반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액티비티를 포함했다. 교육 과정 팀별로 같이 식사하도록 유도했다. 그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불만이 사그라들었다. 설문서에 쓴 불만은 문자 그대로가 아니었던 셈이다.
현장에 나가 현장을 관찰하고, 사람들을 만나봐야 킹핀을 발견한다. 데이터 분석은 변수가 독립적으로 작용할 때는 분석해 내기 쉽다. 변수 간의 상호 작용 효과가 있을 때는 어떤 변수가 원인인지 밝히기 어렵다. 사람은 여러 변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도 통찰력을 활용해 답을 찾는다.
우리 뇌는 아주 잘 설계된 <예측 기계>다. 데이터가 상당히 부족한 상태에서도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사람은 다리나 꼬리 모양만 보고도 어떤 동물인지 쉽게 예측한다. 반면에 인공지능은 일부를 가지고 어떤 동물인지 맞히려면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AI 방대한 데이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인간과 같은 수준의 수행은 불가능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분석하지 않아도 문제의 원인을 어렴풋이 안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는 능숙하지 않지만, 전체를 하나의 덩어리로 보고 통찰력을 발휘하는 데는 능하다. 현장 사람들은 이걸 "뭔가 잘못된 느낌", "딱 막혀있는 느낌"과 같은 형태로 표현한다. 신기하게도 이런 지적은 딱 들어맞곤 한다.
1) 실행력이 생기려면 현장을 알아야 한다.
2) 현장 사람의 마음을 읽고 현장을 배우려는 마음을 가질 것
회사에서는 수많은 기획서가 만들어진다. 그중 많은 기획이 실행으로 연결되지 않고 사라진다. 기획이 실행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장의 특성과 상황에 맞는 딱 들어맞는 기획이 나와야 실행력이 높아지는데 '관리자 역량 강화', '영업 지원 활성화' 같은 뻔한 해결책만 나온다.
현장 경험이 있어 상황을 잘 안다면 좋겠지만, 모두가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과거에 현장을 잘 알았더라도 현장을 떠난 뒤 시간이 흐르면 감각이 떨어진다.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기획을 한다. 물론 더 좋은 것은 시간을 내서 현장에 가 보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직접 가기에 현장이 멀거나, 일일이 확인할 시간이 부족할 때는 현장 사람의 의견을 들어본다. 솔직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현장에 조언해 줄 사람을 만들고, 조언을 기획에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자.
일을 배우기 좋은 장소 또한 현장이다. 세미나, 강의, 자료를 통해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표준화된 지식을 빠르게 얻기에는 효과적이지만 실제 실행에까지 적용 가능한 경험과 통찰은 배우기 어렵다.
프로일수록 현장에서 폭넓은 지혜를 배운다. 노사 관계는 노사가 대립하는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다. 단순히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것처럼만 보이지만 노측과 사측 모두가 나름의 전략이 있다. 각자가 전략에 의해 계획대로 움직인다. 그 치밀한 전략과 미묘한 분위기는 노무 현장에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회사가 세일즈맨의 역량 향상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지만, 고객과의 대면 상황에서 실제 필요한 능력은 고객과의 만남을 자주 경험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