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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희걸 Oct 03. 2023

리더의 일은 일하게 만드는 것

박찬구 저자의 리더의 일 서평

과거에는 리더십 관련 책이라면 주로 리더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다루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 같은 경우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하기 때문에 술술 읽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일하는 사람의 자세에 관한 것이다. 


최근에는 디테일하게 상황별, 이슈별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글이 많아졌다. 독자가 추상적인 개론보다는 세부적인 각론을 원하기 때문이다. 방향 제시보다는 디테일을 담은 콘텐츠를 원하는 시대다.


<리더의 일>도 리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를 디테일하게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컨설턴트부터 C-레벨의 임원까지 상당한 커리어를 가진 분이다. 여기서 말하는 리더란 CEO, 임원, 팀장을 아우른다. 대상 독자의 범위를 넓게 잡아 조금 두루뭉술한 제안이 되기는 했다. 때로는 조금 더 디테일한 방안이 나와줬으면 하고 아쉬운 지점도 있었다.



저자가 말하는 리더의 일의 정의가 매우 깔끔하다. 비전 제시와 동기 부여 같은 큰 방향 제시도 있지만 일상적인 일에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한다. 리더의 일은 다음 5가지라고 한다.


1) 시작하기 - 새로운 일이나 개선을 지시하기

2) 직접 하기 - 어려운 일을 직접 처리하거나 솔선수범하기

3) 도와주기 - 업무 방법에 대해 조언하고, 일이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기

4) 결정하기 - 주요 의사결정과 최종 결정은 리더의 몫

5) 끝내기 - 끝나지 않는 일을 종료하기


정말 깔끔하게 잘 정의 내렸다고 생각한다. 특히 1번, <시작하기>에 부분이 크게 와닿았다. 구성원은 정기적이고 반복적인 일에 매몰되기 쉽다. 그러다 보면 새로울 일을 떠올리거가 큰 개선을 꾀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인사이트를 가지고 조직의 체질 개선이나 성과 향상에 필요한 일을 지시하는 것이 리더의 일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 <시작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리더가 많다.


2번의 직접 하기 부분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책에서 저자 자신도 "리더는 다른 사람을 통해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한다. 리더가 실무에서 손을 떼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야 구성원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 2번의 <직접 하기>란 리더가 너무 깊이 관여하기보다는 일종의 시범을 보여주고 솔선하는 수준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요즘 팀장의 일과 관련한 중요한 이슈가 <마이크로 매니징>에 대한 것이다. 팀원들은 지나치게 사소한 것까지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팀장을 싫어한다. 동기란 자율성에서 비롯되는 때가 많다. 보고서에 사용하는 단어 하나, 이야기할 때의 말투 하나하나까지 팀장이 간섭하면 팀원들은 의욕을 잃게 된다. 반대로 팀장 입장에서는 팀원이 일하는 수준이 아직까지 미숙해 보인다. 불필요한 위험을 무릅쓰느니 내가 직접 개입하여 실패나 오류 가능성을 줄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일>은 여기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디테일에 강한 리더는 마이크로 매니저와는 다르다. 일상적인 일은 팀원에게 위임하고 중요한 일만 세부까지 챙긴다. 중요한 일이란 다음과 같다.


1. 조직이 처음 시도하는 일

2.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

3. 고객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일


디테일에 강한 리더는 깊이 관여하기 전에 규칙을 정하고 여기에 따른다. 예를 들면, 구성원에게 디테일한 관리를 하겠다고 사전에 선언하라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관여할 것인지도 미리 알리는 편이 좋다. 세부 사항까지 직접 결정할지 아니면 필요한 때에만 개입할 것인지도 미리 정해서 공유한다. 언제 소통이나 회의를 할 지도 미리 정해 놓는다.


리더가 디테일하게 관여해야 할 지점과 그 방법을 아주 잘 제시했다. 팀장으로서 그동안 어디까지 팀원들의 일에 관여를 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디테일 매니지먼트에 대한 저자의 아이디어는 그 고민을 말끔히 해소해 주었다. 이 부분은 반드시 팀 운영에 적용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조직문화, 소통, 피드백(칭찬), 구성원 역량개발 등 리더가 해야 할 몫에 대해 다양하게 언급한다. 여러 지점에서 경험 많은 선배의 조언을 듣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워낙 다양한 직책을 경험한 분이라 다양한 사례가 재미있었고,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C-레벨까지 경험한 연륜이 대단한 분의 책이다 보니 조금 낡은 충고(?)라고 여겨지는 지점도 있었다. 막내에게 화분 물 주기, 정수기 관리, 토너 교체 같은 잡무를 시켜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였는데, 요즘에도 이런 회사가 있을까 싶다. 물론 아직도 어딘가에는 30~40년 전의 조직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구태연연한 조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의 조직도 많이 변했고, 이런 수준의 잡무까지 시키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수기 관리와 토너 교체는 전문 업체에서 정기적으로 점검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에 관련된 책은 늘 어렵다. 리더의 역할과 책임이 어디까지이고, 어떤 것이 맞는지 명쾌하게 범위를 제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조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리더의 일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으로 '아, 이제 리더가 어떤 일을 하면 되는지 알겠다!'라는 느낌이 들 수 없다. 책 <리더의 일>은 그런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다.


리더의 일에 대한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지만, 좋은 팁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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