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법 교과서
친구들이 모인 톡방에서 누군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팀원이 좋아하는 팀장이란 게 가능할까?"
이런저런 의견 끝에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친구 중에는 팀장이 여럿 있었지만, 팀장인 그들 스스로도 구성원에게 사랑받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판단했던 듯합니다. 우리가 팀원이었을 때를 더듬어보면 존경할만한 팀장을 찾아내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내게 일을 가르쳐 준 팀장 한 분이 떠올랐습니다. 가르치는 방식이 혹독했기에 저는 그분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머리의 기초를 다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뵙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분의 피드백은 제가 잘못한 점에만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말이 피드백이지 꾸중과 잔소리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팀장님이 부를 때마다 등골이 오싹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래도 가장 많이 성장시켜 준 상사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조금만 더 친절하고, 조금만 더 합리적으로 일을 가르쳐 주셨으면 인생의 멘토로 여겼을 것입니다.
<팀장이 당신에게 진짜 원하는 것 39>라는 책은 친절한 가상의 팀장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팀원을 위한 책이므로 그 친절한 팀장이 직접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자상한 멘토 같은 팀장이 있다면 이런 것들을 알려주었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죠. 팀장들은 <일을 잘한다는 것의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합니다. 상사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제대로 일을 처리해서 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합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인정을 받고 싶어 합니다. 외부의 인정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인정이 더 중요합니다. 자신이 일한 결과를 보고 '내가 봐도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면 일을 계속해나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물론 자아도취에 빠져서 타인은 인정하지 않는데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잠시 착각을 할 순 있겠지만, 일의 결과는 반복되므로 결국에는 자신이 정말 일 잘하는 사람인지 스스로 알게 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적당한 수준에서 일하겠다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도 일을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떠오릅니다. 조직의 관료적인 행태에 실망하고, 인간관계에 지쳐 뜻대로 일하지 못하는 상황에 조금 지쳐있을 뿐이었죠. 때때로 다시 가슴 설레게 일하는 장면을 떠올리곤 합니다.
회사의 일에는 반드시 <고객>이 존재합니다. 나를 위한 행위는 취미가 되지만 고객을 위해 하는 행위는 '일'이 됩니다. 내가 즐거워서 공을 차면 취미이지만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프로 선수로서의 일입니다. 조직의 내외부에는 다양한 고객이 존재합니다. 고객을 위해 그들이 기대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 일의 성과를 내는 방법입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 비해 고객이 원하는 성과를 꾸준히 창출해 냈다는 뜻입니다.
반복된 결과를 보고 고객은 '이 사람이 계속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신뢰를 보냅니다. 이 신뢰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을 대체 불가능한 인재로 만듭니다. 시장 경제 시스템에서 희소성은 곧 가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대체 불가능한 인재>는 높은 시장 가치를 얻게 됩니다.
일을 잘하고 싶었던 신입사원 시절, 저는 개개의 기술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보고서 쓰는 요령, 회계 지식, PT 스킬에 관련된 책을 읽고 교육에 참여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왜 그렇게 세부적인 스킬에만 몰두했을까 조금 후회가 됩니다. 고객이 기대하는 성과라는 측면에서 일을 바라보면 조금 다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한두 가지의 업무 스킬을 키워서는 원하는 성과를 올릴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 전체의 결과물이 부진하거나 진도율이 늦은데 보고서만 기가 막히게 쓴다고 해서 상황을 뒤바꿀 수는 없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건 일종의 종합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획력, 보고 스킬, 소통과 관계 쌓기 등등이 어우러져 일종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멋진 작품을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필요 역량부터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어떤 영역에서 작은 성공을 맛보게 됩니다. 몇 차례 성공적인 일하기를 경험하면 자기 효능감이 생겨납니다. 그렇게 점차 큰 영역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자기 일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반드시 마주치는 벽이 나타납니다. 바로 협업이라는 벽입니다. 혼자 일하는 편이 빠르고 편합니다. 하지만 혼자 만드는 성과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더 큰 성과를 만드는 법을 깨우치려면 협업 스킬까지 키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팀장이 당신에게 진짜 원하는 것 39>라는 책은 기획, 보고, 협업에서부터 관계와 소통까지 일하는 사람의 성장에 필요한 39가지 이슈를 다룬 책입니다.
책의 가장 첫 주제는 '결론부터 보고하기'입니다. 모두가 숏폼 콘텐츠에 길들여있는 시대입니다. 보고서를 보는 사람 또한 급하게 결론부터 알고 싶어 합니다. 반대로 보고하는 사람은 결론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그 일을 처리하는 내 마음도 매우 복잡합니다. 그런데 딱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겠다니, 실무자는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그래도 보고, 보고서는 결론부터 이야기해야 합니다.
팀장과 팀원의 극명한 입장 차가 드러나는 때가 또 있습니다. 팀장이 중간보고를 원할 때입니다. 괜히 간섭이나 하고 잔소리나 할 게 뻔한데 중간보고를 하라고 합니다. 이럴 때 팀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중간보고는 꽤나 귀찮은 절차이지만 오히려 실무자가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최종 결과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하지요. 잘 쓰면 굉장한 효과가 있는 방법입니다.
이 책의 제일 마지막 주제는 '삶과 일에서 의미 찾기'였습니다.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서, 교과서라면 업무 스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될 텐데 구태여 <의미 찾기>라는 주제를 다루다니... 어려운 시도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습니다. 그러나 꽉 막혀있는 이 조직, 이 팀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그 의미를 발견하고 조금 더 즐겁게 해 나갈 수 있을까요? 이 책을 계기로 좀 더 심도 있게 고민해 보고 답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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