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어느새 꼰대라는 개념이 이렇게 널리 인기(?)를 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나름대로 이 시대에 꼰대가 부각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부장님들은 아침을 신문 읽기로 시작하는 시절이 었었다. 지금 분위기에서는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들이 신문 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건, 직위가 높을수록 지식과 정보를 독점했다는 뜻이다.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은 권위를 형성했다. 또한 경험을 통해 쌓인 부장들만의 문제해결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자신감이 되었다.
김대리는 경쟁 입찰에 낼 제안서로 며칠째 끙끙거리고 있었다. 제안 금액이 제일 문제였다. 최저가를 써 내야 우리 회사의 제안이 낙찰될 것 같은데, 그러면 마진이 너무 적어진다. 마진이 충분한 금액을 써내면 채택이 안 될 것 같다. 그때 어깨너머로 지켜보고 있던 최부장이 씩~ 웃는다. 경쟁사 담당 부서에 전화를 해서 상대방을 떠본다.
"김대리, 대충 000원 정도 써내면 되겠네~"
김대리는 신문 보는 것 외에는 능력이 없어 보이던 최부장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한다. 이것이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 어른들의 문제해결력이었다. 한정된 정보, 폐쇄된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그들만의 방식이 통했다.
지금은 역사항 경험의 값이 가장 낮은 시대이다. 경험이 있어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기존의 경험치가 통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고, 비즈니스의 틀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지식의 가치 또한 낮아졌다. 그동안 지식은 살아온 시간과 비례해서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존의 지식이 쓸모없어지는 속도가 빨라졌다. 하버드 대학의 사무엘 아브스만이라는 학자는 지식의 반감기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여 학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지식의 반감기란 어떤 분야의 지식 중 절반이 쓸모없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아브스만에 따르면 1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우리가 배운 전문지식의 절반이 쓸모없어지는 세상이 왔다.
따라서 축적된 지식을 활용하기보다는 새로운 지식을 빨리 받아들이는 쪽이 유리하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늦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권위를 누리고 싶어 하면 꼰대가 된다. 책 <중년의 발견>에 따르면 인류에게 중년이라는 시기는 젊은이의 성장을 돕는 코치 역할을 위해 주어졌다. 오랜 기간 동안 중년은 코치로서 존중받아왔고, 그게 중년이 할 일이었다. 이제 중년은 그런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조건 나쁜 일일까? 노화는 우리의 쓰임새가 줄어든가는 것만을 의미하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다소 희망적인 소식이 있다. 오래 일할수록 실력이 느는 장인이나 고수의 존재다. 장인과 고수는 오랜 시간의 훈련을 통해 자신의 업에 대한 심성 모형(Mental Model)을 형성한다. 이 심성 모형이라는 것은 1983년 프린스턴 교수인 필립 존슨-레어드가 멘털 모델(Mental Models)라는 책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학계에 알려졌다. 존슨-레어드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심성 모형을 활용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많은 일을 해석하고 이해한다.”라고 한다.
고수가 되면 일련의 일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처럼 볼 수 있다. 고수는 오랫동안 한 분야에 연구와 훈련을 거듭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속한 세계의 모든 것이 동시에 연관되어 있음을 이해한다. 모든 정보가 고수의 내면에서 통합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부분이 아닌 <전체를 느끼는 감각>을 얻는다. 이렇게 전체를 느끼게 되면 문제를 더 올바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당연히 차원이 다른 수준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고수가 되면 부분이 아닌 전체를 느끼는 감각을 얻는다.
그러면 전혀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선배들은 어느 정도 실무를 익히면 관리자의 길로 들어섰다. 계속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심성 모형을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관리자 커리어를 타기 위해서 리더십이나 인성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건 다수의 실무자와 소수의 관리자가 존재하는 조직에서 작동되는 모델이다. 조직구조가 피라미드 형일 때 적합한 커리어 모델이었다. 이제 다수의 조직은 역삼각형의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평범한 업무 능력을 가진 중간층에 머물러서는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 내 일에서는 고수의 반열에 들 수 있어야 한다.
벤저민 버튼처럼 나이를 거꾸로 먹고 싶은 때가 있었다. 일부를 제외하면 나이가 든 선배들은 그 쓸모를 다한 것처럼 보였다. 과거에 공헌한 바가 있어 내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은 적게 하면서 급여는 많이 받는다고 후배들은 눈총을 보낸다. 회사도 직원들도 누구도 시니어 선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문제는 당신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는다는 점이다. 우리 회사는 직급 내에서는 연봉이 동일하다. 평가만으로 연봉이 달라질 뿐, 호봉은 인정하지 않는다. 대리 1년 차와 대리 5년 차는 평가가 같다면 같은 연봉을 받는다. 직원들은 이 부분에 불만이 많다. 경력이 늘어나는데 급여가 늘지 않는다는데는 누구도 동의하지 못했다. '나는 더 오래 일했으니 당연히 숙련도가 높고, 연봉을 더 받아야 한다.' 이건 모두가 동의하는 명제다.
반면 '나이가 들수록 숙련도는 늘지만 적응력이 떨어진다. 지금 중요한 것은 숙련도보다는 적응력이다.'라는 것도 모두가 찬성하는 명제다. 여기에서 심각한 괴리가 발생한다.
과거와 달리 일의 숙련도가 중요하지 않다면 지금처럼 근속기간에 따라 월급을 올려줄 이유가 없다. 이 논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보상은 줄어들어야 한다. 그런데 개인의 입장에서는 10년, 20년을 일해도 동일한 월급을 받는다면 얼마나 울분이 터질까? 당신도 머지않아 몸값은 비싸지만 써먹을 곳은 적은 꼰대가 된다.
어쩔 수 없이 꼰대가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낮은 보상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업의 고수의 반열에 들기 위해 정진할 것인가?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되느냐는 젊은 당신이 오늘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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