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공과 세렌디피티
우리 회사는 4월에 정기 승진을 발표한다. 승진 발표가 끝나고 나면 다수의 침울한 표정과 소수의 기쁜 표정이 남는다. 올해도 여전히 쓸쓸하고 기를 잃은 눈빛을 품은 후배가 많아졌다. 고령화로 승진 대상자는 늘어나는데 회사의 성장은 과거만 못하다. 승진 경쟁은 심해지고, 발표가 끝나면 우울한 분위기가 사무실을 감돈다.
"선배님, 제가 뭘 잘못한 건가요?"
"잘못하긴 뭘 잘못해... 열심히 했는데 운이 없었을 뿐이야."
"열심히 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모두가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한 것처럼 보이는데,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운다. 구성원 모두가 '그 과정이 공정했는가?' 의문을 가진다. 대부분의 회사가 연초에는 성과급 지급, 인사 평가, 승진 등으로 내홍을 겪는다. 과연 구성원들은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할까?
조직에서 인정받고 연봉 인상과 같이 눈에 띄는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 이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진 희망사항이다. 이를 위해 때로는 자신의 성과를 부각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성과를 내기 위한 경쟁에, 그 성과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경쟁까지 더해진다. 이런 치열한 경쟁 상황은 직장이 마치 전쟁터 같은 곳으로 묘사되는 이유다.
고수는 단기간의 커다란 성취보다는 작은 성공을 쌓아나가는 편을 선호한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성취감을 맛보지 못하는 이유는 성공의 기준을 너무 크게 잡고 있기 때문 아닐까?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프레젠테이션을 멋지게 해내서 고객을 감동시키고 어마어마한 수주를 따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일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몇 번 경험하기 어렵다.
일을 한다는 것은 매일 비슷한 잡무를 반복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작은 일에서 성공을 쌓아가며 조금씩 일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성장의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작은 성공을 쌓아가다 보면 우연히 큰 기회가 찾아온다.
나는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세렌디피티는 우연한 만남이나 발견으로 인한 큰 성공을 의미한다. 이 말은 페르시아 동화 <세렌디프의 세 왕자>에서 유래했다. 동화의 주인공인 세 황자는 전설 속의 보물을 찾아 나서지만 결국 보물을 찾지 못한다. 대신 갖가지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우연히, 또는 운명의 도움으로 이를 헤쳐나간다. 그러면서 왕자들은 점점 총명해진다.
몇 배의 연봉을 받고 경쟁사로 스카우트되거나 엄청난 신제품을 개발해 큰 인센티브를 받는다. 이런 성공은 의지만 불태운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렌디피티가 당신에게 커다란 성공을 가져다준다. 그렇다고 세렌디피티가 단순한 행운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암시가 깃들어 있다. 노력과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작은 일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게 꾸준히 성과를 올리다 보면 이것이 기회로 연결된다. 이런 과장이 바로 세렌디피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내 노력에 맞는 보상이 바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느냐'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어디 세상 일이 그렇게 명확하고 확실하게만 이루어지는가? 역사상 수많은 인재는 자신을 발견해준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그늘에 가려 있었다. 명작일수록 기존 사조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초기에는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분명한 사실은 뛰어난 열정과 재능은 언젠가는 반드시 눈에 뜨이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네가 무언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세상의 눈이 어두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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