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사원에서 CEO가 된 비결

그래 직장생활 만만치 않아

by 임희걸

당시 나는 채용담당자였다.


신입사원 채용이 절차가 다 끝나고 그들이 입사했다. 입사 첫날, 사장님과 신입사원들의 식사 자리를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이런 자리는 대부분 썰렁하기 마련이다. 그 썰렁함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나는 신입사원들에게 질문을 하나씩 준비하도록 했다.


신입사원 중 가장 나이가 많고 듬직해 보이는 A 씨에게 먼저 물었다.


"어떤 질문을 준비할 건가요?"


"어떻게 CEO라는 지금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셨는지 여쭤보겠습니다."


그래, 뻔하디 뻔하지만 패기 넘치는 신입사원이라면 응당 할만한 질문이다. VIP 의전과 관련해서는 참신함보다는 안전함이 먼저다. 사장이라면 다들 생각이 비슷비슷 할 테니 어렵지 않게 답변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정주영 회장이 "이봐, 해보기나 했어?"라고 한 것처럼 일단 도전해 보았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니면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아무리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반드시 길은 보인다." 이런 류의 대답을 할 것이다. 유명한 경영자들의 이야기야 어느 CEO나 읽게 마련이니까. 뭐 이건 보나 마나 답 나와있는 시나리오였다.


드디어 사장님과의 식사 시간이 되었다. 역시나 누구도 숟가락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어색함과 적막함이 감돌았다. 나는 슬쩍 A 씨에게 눈빛을 보냈다. '자, 질문을 할 때야!'


A 씨도 금방 눈치채고 준비한 대로 질문을 던졌다.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CEO의 자리까지 오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비결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순간 사장님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듯했다. 그냥 면접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이야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너무 심오한 질문을 받은 것이다. 잠시 고민하더니 사장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그냥... 남들을 따라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었는데, 앞의 놈이 총 맞아 쓰러지고, 옆의 놈이 칼 맞아 사라졌지. 정신 차려보니 내가 제일 앞에 서 있더라고."


신입사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다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순간 나는 생각했다.


'젠장, 직장생활이란 사실 이런 건데. 종종 진실을 잊어버린단 말이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빨리빨리 말고 제대로 일하고 싶다